얍삽이가 사라진다? AI가 바꿀 게임의 미래 패러다임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콘텐츠산업포럼’ 게임 주제발표
강화학습으로 게임 AI 수준 높여…잔꾀 부리기 더욱 어려워
게임 벗어나 카톡으로 소통하는 가상 친구 연구 중
가상 친구 대상 성희롱‧혐오 등 대비책도 고민
개발 효율성↑‧창의성 고민 더해져 긍정적 발전 전망

“(행동심리학에서 영감을 얻은 AI 학습법인) 강화학습은 답답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완성이 되면 절차적 학습을 거친 인공지능(AI)보다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전까지 절차적인 AI가 탑재된 게임에선 특정 패턴이 만들어지기 쉽기 때문에, (보스전 등에서 패턴을 파악해) 파훼법을 찾기가 쉬웠습니다. 시쳇말로 ‘얍삽이(잔꾀를 부리는 플레이 방식)’라고 하죠. 얍삽이로 파훼법을 만들어냈지만, 강화학습을 거치면 어지간한 패턴은 대응이 가능하고 앞뒤 상황 변화 역시 AI가 예측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박성필 픽셀플레이 개발부장 발표 현장

‘픽셀배틀’ 게임을 개발 중인 픽셀플레이의 박성필 개발부장은 2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23 콘텐츠산업포럼’에서 “강화학습으로 게임 개발을 해보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들어놓은 강화학습은 어떤 니즈가 늘어나더라도 결과물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화학습은 목표를 주고 반복 학습을 시키는 AI 학습 방법이다. 예를 들면 ‘수도꼭지를 돌려야 한다’는 목표를 준 강화학습 로봇은 수백만번의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다. 처음엔 자기 머리나 팔다리를 돌리기도 하고, 바로 앞 수도꼭지를 두고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박 부장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다”라며 “이걸 몇백만번 돌려야 겨우 수도꼭지 앞으로 가서 돌리는 걸 성공하는데, 이 방법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학습환경을 여러 개 만들고 20배속으로 빨리 감기를 한다. 이 학습을 퇴근하면서 시키고 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서 “제가 잠을 잘 때도 AI는 학습을 하고, 나중엔 내가 일하는 것도 아닌데 뿌듯함도 있더라”면서 “이제 그 로봇들은 수도꼭지만 보이면 모조리 돌려버리는 아주 똑똑한 로봇이 됐다”고 현황을 전했다.

픽셀배틀 내 AI끼리 대전에도 강화학습을 활용했다. 이용자가 고른 로봇이 이기면,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콘텐츠다. 지루한 플레이를 피하고자, ‘다이내믹한 전투’ 목표를 설정하고, 경기가 빨리 끝나면 더 큰 보상을 줬다. 다양한 보상 선택에서도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AI를 학습시켰다.

박 부장은 “개발자가 투입될 부분은 목표가 무엇인지 언제 보상이나 패널티를 줘야 하는지 등을 설정하는 담당으로 그 뒤에서 학습은 AI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며 “MMORPG 레이드(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내 보스를 공략하기 위한 집단전투)도 강화학습 AI가 달려들어 몇천만번을 반복하면서 밸런스(콘텐츠 균형)를 잡는데 도움이 많이 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긍정적 활용 사례를 전했다.

그는 인력 대체와 관련해선 “QA(품질검증)와 밸런스 테스트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면 일이 줄어들어 인력 대체가 있을 수 있으나,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할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개발자들이 일을 편하게 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또 “소규모 개발업체에선 AI 학습을 전담하는 개발자를 뽑기도 어려워, 그런 것들을 대행하는 솔루션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 프렌드팀 팀장 발표 현장

업계에선 AI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 친구도 개발 중이다. 크래프톤이 내부 개발 사례를 공유했다.

손윤선 크래프톤 버추얼 프렌드팀 팀장은 “기존엔 룰베이스 기반으로 일일이 설계하는 방식의 AI NPC(이용자가 아닌 캐릭터)였다면, 버추얼 프렌드는 인지와 감각, 플레이 요소를 조합해 자연스러운 대화도 가능하고 (AI가) 직접 전략을 짜서 플레이도 할 수 있다. 표정이나 목소리도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손 팀장은 “어떻게 하면 AI와 협동 게임을 같이 할까도 연구한다”며 “혹은 게임 속에서 애기를 했지만 게임 밖에서도 카톡이나 슬랙에서도 통합해서 대화를 할 수 없는지 등 연구를 하면서 데모를 만들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파인딩 미유(finding meow)’ 데모에선 AI NPC와 음성대화를 하고 주변 환경을 찍어 해당 사진을 주제로 대화를 전개하는 등 플레이가 가능하다. 데모에선 ‘어두운 터널 땅이 무섭지 않냐’는 AI NPC 질문에 ‘조금 무서운 거 같다’고 답하자, NPC가 ‘함께 가면 두렵지 않을거야’라고 상호 작용했다.

손 팀장은 “이런 식으로 버추얼 프렌드를 접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제작 공정에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도록 계속 고민 중”이라고 알렸다. 동시에 “AI 친구에 감정적으로 의존하다가 AI 친구가 떠나면 깊은 상실감을 느끼거나, AI 친구를 성적 대상화 혹은 혐오 차별 폭력적인 방식으로 대하는 행동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AI 윤리를 미리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인 그램퍼스 대표는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 AI 활용 관련해 “효율화 문제가 제일 크게 화두가 되고 있다”며 “요리 게임 같은 걸 개발하고 있는데 콘셉트 비주얼을 그려서 하나의 식당을 만드는데 2~3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면, 이제 1~2분 정도 만에 프롬프트만으로 콘셉트가 나오고 이런 현상을 보면서 소규모 스타트업일수록 신기술을 많이 활용해 효율적인 개발론 그리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잡아가는 움직임이 전략적으로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는 AI 등장과 활용에 대해 “개발 회사가 아닌 전체 판을 구조적으로 본다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본다”며 “MS와 구글 같은 회사들이 이쪽에 집중하고 게임사들도 다 AI를 하고 공무원들도 대학도 다 AI 공부를 하고 있어,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인식과 업계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용을 줄여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 임 대표는 “AI 기술을 잘 활용하고 최적화하는 노하우는 공유될 확률이 높고, 게임 이용자들과 만나는 일을 하거나 네트워크를 맺는 사람들, 개발사끼리 모여서 창의적인 기획을 하거나 이런 쪽 역량이 높아지는 미래로 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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