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K 코인’…규제 미흡이 불러온 가상자산 시장 내 혼돈

정치권에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K 코인(한국 코인)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의원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메이저급 가상자산이 아니라 위믹스, 클레이페이, 마브렉스 등의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K 코인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한 것을 두고 입법 로비 등의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실 K 코인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지난 4월 강남 납치∙살해 사건 관련 코인으로 지목된 ‘퓨리에버’ 코인도 국내 블록체인 기반 친환경 제품 및 플랫폼을 운영하는 ‘유니네트워크’가 재단으로 있었으며, 배우 소지섭을 모델로 앞세워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해온 국내 기업 워너비그룹은 현재 다단계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이런 상황 속 K 코인에 대한 우려나 편견이 다시금 시장에 올라오고 있다. 올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된 대다수의 코인이 K 코인으로, 상장폐지 비율이 높은 편이다. 22일 거래소에 따르면 ▲업비트 5개 ▲빗썸 10개 ▲코인원 16개의 코인이 올해 상장폐지됐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K 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 초기 진입, 발행 규제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시장을 방관해 만들어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K 코인

K 코인의 위험성을 알렸던 대표적인 코인이자, 가상자산 시장에 본격적인 적신호가 켜진 건 ‘테라∙루나’ 코인의 폭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인 시가총액 8위까지 올랐던 국내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루나가 일주일 사이에 99.99% 폭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측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 일당이 거래 조작과 투기 수요 창출로 테라 코인 가격을 유지한 것이 밝혀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동거래 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약 8000억원대의 자전거래를 일으킨 것 또한 확인됐다. 자전거래는 같은 코인을 동일 가격으로 동일 수량의 매도·매수 주문을 내어 매매거래를 체결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현재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유사수신법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공동 설립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상황이다.

지난 4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납치∙살인 사건에서도 K 코인이 또다시 언급됐다. 사건의 주원인으로 언급되는 ‘퓨리에버(PURE)’ 코인은 지난 2020년 코인원에 단독 상장된 코인으로, 사건 피의자인 이경우(35)와 피해자 A씨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코인이다. 이 코인은 지난 5일 상장폐지됐다.

이 코인은 시세조종과 뒷돈 상장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퓨리에버 코인은 한달 만에 1만354원까지 급등하고 한달 만에 1800원으로 떨어진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설거지’로 불리는 시세조종을 했다고 의심한다. 설거지는 코인을 미리 매수해 가격을 높은 뒤, 최고점일 때 모두 팔아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말한다.

상장 과정에서 코인원 임직원에게 뒷돈을 제공한 사실도 알려졌다. 지난 3월 서울남부지검찰은 코인 상장 브로커 고 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고 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피카’를 포함한 총 29개 코인에 대한 상장대가로 가상자산 상장 청탁을 받은 코인원 전 상장 팀 직원 A씨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그 29개 코인 중 하나가 퓨리에버 코인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일부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해 수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입법부재가 만들어낸 괴물같은 시장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짙은 K 코인에 따른 피해가 큰 이유로 ‘규제 부재’를 꼽았다. 주식 시장과 다르게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불공정거래 규제 및 구체적인 발행 규제가 없어 아무나 가상자산을 발행해도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기이한 시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대개 자본시장에서 증권 거래소가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된 것에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상장 과정 및 발행 규제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인데 (국내) 코인 시장에는 관련 규제가 부재해 사기 성격을 띠는 코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럽의회(EU)는 가상자산 규제 법안인 ‘미카(MiCA)’로, 미국은 증권법 내에서 가상자산의 발행에 대한 기준을 정립해 문제를 일으킬만한 코인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 법무부, 국세청, 한국은행 등이 기관이 모여 가상자산 거래 행위 등에 대한 규율체계 마련을 위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그 움직임은 미미한 상황이다.

구 변호사는 “당시 정부 차원에서 ‘증권 발행 형식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해 자금조달(ICO)’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했지만, 금지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자생능력을 상실해버린 수준까지 와버렸다”며 “거래소 등 민간에게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국내 가상자산 관련 법 정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무위원회(정무위)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통과했다. 이 법안은 이용자 보호(고객 예치금 보호 및 분리 의무),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등의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용자 보호는 ▲이용자 예치금의 신탁과 디지털자산의 보관 ▲해킹ㆍ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 또는 공제가입 ▲준비금 적립 의무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불공정거래 규제 부문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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