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어떻게 케이팝을 글로벌화 시킬 수 있을까(feat.하이브와 빅히트, 그리고 미드낫)

한 사람이 6개 언어로 노래를 부르지만 발음이 모국어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뮤직비디오 배경은 실존하지 않는 공간 같으면서도 현실같다.

하이브의 솔루션 전문 자회사 하이브IM과 빅히트 뮤직이 손잡고 선보인 미드낫(MIDNATT)의 첫 디지털 싱글 ‘Masquerade(마스커레이드)’ 곡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단상이다. 하이브IM과 빅히트 뮤직은 15일 서울 용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사 첫 합작 프로젝트 ‘프로젝트 L’로 데뷔한 새로운 아티스트 미드낫을 공개했다. 하지만 미드낫은 낯선 가수가 아니다. 빅히트 뮤직 소속 아티스트이자 그룹 에이트(8eight)로 활동한 이현은 미드낫을 “또 다른 자아”라고 소개했다.

그의 변신은 새롭다. 마스커레이드는 유례 없이 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로 동시 발매됐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들은 스페인어, 중국어 가사의 일부는 매끄러웠다. 스크린으로 시청한 뮤직비디오도 배우의 안전이 걱정될 만큼 비현실적인 배경에서 촬영됐다. 이와 같은 도전에는 미드낫 스스로의 의지와 하이브IM과 파트너사들의 기술력이 있다.

미드낫으로의 변화, 하이브IM과 파트너사의 기술이 도왔다

하이브IM은 하이브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업으로 하이브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 사업 운영으로 유명하다. 정 대표는 회사가 “엔터테인먼트를 확장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음악과 기술의 결합인 이번 프로젝트 목적에 대해 정 대표는 “아티스트 고유의 방향성을 왜곡하지 않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음악과 기술을 결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 상상을 확장하고 팬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보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작업은 지난 1월 하이브가 인수한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과 하이브가 주요 주주로 있는 리얼타임 콘텐츠 솔루션 기업 자이언트스텝이 함께 했다. 수퍼톤은 보이스 측면에서, 자이언트스텝은 비주얼 측면에서 기술력을 더했다. 

수퍼톤은 미드낫의 이번 음악 작업에 있어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과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활용했다.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은 아티스트의 발음을 보다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구현하는 것을 돕는 기술이다. 미드낫이 이번 곡 발매에 있어 6개 언어를 활용했는데 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노래의 발음을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는 “레이블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니즈를 충족하고 팬들의 음악적 경험을 향상한다”며 “다국어 교정 기술은 언어 측면의 장벽을 없애 (음악을)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케이팝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데에 제약을 덜어주고 케이팝이라는 장르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이스 디자이닝(Voice Designing)은 말 그대로 새로운 목소리를 만드는 기술이다. 곡 중간에 나오는 여성 목소리 제작에 활용됐다. 기존 음악계에서 남성 목소리를 여성 목소리로 바꾸기 위해 키를 변환했다면,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은 미드낫의 가창을 기반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새롭게 디자인한다. 중간 코멘터링 영상에서 수퍼톤팀은 주어진 얼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제안하는 페이스투보이스(Face2Voice)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프로듀서인 히치하이커가 목소리 디자인에 참여했다. 직접 목소리 변환을 경험한 미드낫은 “기존 여성의 목소리로 바꾼다면 키 변환 방식이었는데 해당 방식이 아니라 보컬의 창법이 나오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 경이로웠다”며 “음악적으로는 이 기술로 재밌는 일을 많이 시도할 수 있겠다”며 아티스트로서 기대감을 표현했다. 오는 6월 위버스 콘 페스티벌에서 여성 보이스를 라이브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에 있어서는 자이언트스텝의 크로마와 LED 기반 확장현실(XR) 기술이 전격 활용됐다. 정 대표는 “자이언트스텝의 XR시스템을 통해 최적화된 가상현실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이언트스텝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가상공간을 실제 촬영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프리비주얼 기술이다. 이번 뮤직비디오 촬영은 대대수가 가상 배경으로 코멘터링 영상에서 자이언트스텝 관계자는 “XR스튜디오에 적합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뮤직비디오 속 숲 로케이션을 제외한 전체 구간이 XR시스템에 기반한 배경이다. 

영상에 따르면 각 공간의 콘셉트 디자인이 정해지면 3D 프로그램과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가상 공간을 만든다. AI ONE 스튜디오에서 그린 스크린 위에 촬영하면서 리얼타임 엔진을 활용해 가상 공간을 실시간으로 합성한다. 카메라 트래킹 데이터, 크로마 촬영 원본, 언리얼에서 출력되는 배경 등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백업하기 때문에 후반작업에도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 촬영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곳,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의 촬영도 가능하다. 

또 카메라 캘리브레이션이 정확하지 않으면 3D 공간과 실제 촬영되고 있는 인물이 어긋난다며 데이터를 언리얼 엔진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영상 내 자이언트스텝 관계자는 리얼타임 엔진, 스튜디어 하드웨어에 경험이 많은 개발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LED 기반 XR 기술도 동시 활용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5면으로 둘러싸인 LED 스튜디오는 기존 3면의 LED 스튜디오 보다 자연스러운 배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LED 스튜디오는 기술 특허가 출원된 상태다. 

이번 뮤직비디오에 촬영된 기술에 대해 신 대표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감상하는 팬분들의 만족도 역시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기존 촬영 현장 물리적 조건은 창작자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제약이었다면,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크로마, LED 등 다양한 기술이 미드낫의 그리움을 품은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드낫으로 데뷔한 이현, 두려움을 설렘으로 

발라더였던 이현은 스스로의 노력과 하이브IM과 파트너사의 도움으로 미드낫으로 변신했다. 마스커레이드는 신스웨이브 장르다. 기존 발라더로 유명한 이현의 그간 행보와는 다른 방향이다. 유명 프로듀서 히치하이커가 음악 전반에 참여했다. 글로벌 최초로 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6개 언어로 동시 발매했다. 세계 80억 인구의 절반이 사용하는 언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현은 스스로를 신인가수 미드낫이라고 소개하며 “미드낫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음악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미드낫은 스웨덴어로 자정을 의미한다. 그는  “자정이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지만 어둠”이라며 “공백기가 길었던 자신에게는 공백기를 깨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스커레이드의 뮤직비디오는 미드낫의 내적 갈등을 세계에 구분된 자아와 모순의 굴레라는 형식으로 표현했다. 미드낫의 과거와 애착을 표현하는 여자, 닿을 듯 닿지 않는 희망을 상징하는 남자, 그리고 희망에 닿고 싶어 여자를 밀어버리지만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는 인물 세 명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장면은 비현실적인 구조 속에서 이뤄진다. 정우용 하이브IM 대표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미드낫의 ‘그리움을 품은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드낫은 “미드낫으로 새로운 음악을 했을 때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괴리에 약간 두렵고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미드낫이 됐으니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차근차근 이겨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 미드낫의 시작은 저의 음악적 변화에 대한 간절함”이었다며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저를 먼저 바라봐주시면 좋겠고 기술은 나중으로 생각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마무리했다. 

프로젝트L이 음악 산업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를

이번 프로젝트 L은 기존 하이브IM의 사업과는 방향이 다르다. 기존 하이브 레이블 사가 게임이나 스토리 사업 등 여러 솔루션 사업과 협업하면서 여러 시도를 이어왔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음악 제작과 관련해 기술을 적극 도입한 사례다.

신 대표는 이같이 이야기하면서 “프로젝트 결과가 궁금하고 팬 분들과 대중 분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진다면 (빅히트뮤직의) 다른 아티스트 분들에게도 적극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보이스 기술과 비주얼 기술로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정 대표는 “음악과 기술의 만남은 음악 산업의 경계를 확장하고 산업의 토양을 비옥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 하이브가 기술과의 융합을 중장기 전략으로 계속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L은 음악과 기술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수많은 길 중 하나를 걸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미드낫 외에도 하이브 레이블의 다양한 아티스트, 그리고 여러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하이브 측은 음악과 기술 융합이 K팝의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케이팝이 콘텐츠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 이라며 “기술의 융합이 여러 가지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여지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 또한 더 많은 언어권의 팬들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만드는 노력과 병행해 기술의 융합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을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아티스트 입장, 프로듀서 입장에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기술이 도울 수 있게 다각도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 대표는 버추얼 휴먼 아티스트 데뷔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