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 승부한다는데…‘카카오 i 클라우드’ 기술 장점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 i 클라우드’가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까. 회사 조직까지 바꿔가며 클라우드를 새 먹거리로 삼은 상황.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특히 기업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전통의 강자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와 구글클라우드의 빅3가 건재한 상황서 어떻게 국내 선발주자들도 하지 못한 바늘구멍을 뚫는다는 걸까.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다양한 상품 옵션과 고성능으로 빈틈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은 갈길이 남은 모습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조직을 새로 짜고 클라우드 사업에 더 힘을 주기로 했다 지난 24일 사내 공지를 통해 ‘클라우드’와 ‘검색’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로 변환한다고 전했다. 정확한 변환 시기는 미정이지만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클라우드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사실상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로 변모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향후 사업 전략을 밝히고 있는 모습. 당시 대표 내정자였던 이 대표는 다음날 대표로 공식 선임됐다. (사진=카카오엔터프라이즈)

국내 CSP를 선호하는 공공시장 분위기와 반대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카카오 i 클라우드의 목적지로 삼은 곳은 기업 시장이다. 앞서 간담회에서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또한 “국내 CSP들은 기업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면서 “글로벌 CSP들과 당당히 기업 시장에서 맞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도 “특히 글로벌 CSP에 대한 연구분석을 치열하게 진행했다”며 “기업의 요구인 맞춤형 고성능을 원하는 국내 CSP가 드물다”고 말했다.

회사의 무기는 ‘가성비’다. 공공시장이야 클라우드 전환 기조에서 국가 예산이라도 배정되지만, 기업들은 온프레미스를 클라우드로 변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면밀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이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다양한 가격 정책으로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타사 대비 두 배 이상의 메모리를 타사와 동일한 가격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요금계산기 페이지를 열어놓고, 직접 비용을 계산해볼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성비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카카오 i 클라우드 페이지 캡처. 요금계산기를 통해 가상머신이나 서버 등 구입 요소에 다른 구축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물밑 기술 개발 작업도 한창이다. 회사는 카카오 i 클라우드가 타사 대비 총소유비용(TCO) 35%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TCO 분석 대시보드를 통해 서버 스펙, 단가, 전력, 랙 구성 등 다양한 부분의 TCO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인텔과 AMD 등의 중앙처리장치(CPU) 아키텍처에 대한 벤치마킹 테스트로 가격경쟁력 있는 가상머신(VM) 구축을 위한 서버 제품을 발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인프라 리소스 시뮬레이터를 통해 수요를 미리 예측해 장기적인 구매 계획을 수립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무기는 ‘협업’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AMD와 합병한 자일링스(Xilinx)사와 스마트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카드 ‘스마트닉(SmartNIC)’을 공동 개발했다. 스마트닉은 CPU의 부담을 덜어주는 오프로드(Off-load) 기술이다. CPU가 처리할 트래픽을 나눠 시스템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CPU 사용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고, 기존 전력 소비량의 절반만 든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오는 31일에는 멀티 가용영역(AZ) 서비스를 출시한다. 멀티AZ는 복수의 데이터센터에 워크로드를 배치해 한 가용영역에 장애가 나도 전체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설계다. 클라우드 사업 강화 의지를 밝힌 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서비스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기업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뒤 내년부터는 금융권도 겨냥하겠다는 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전략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은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AWS가 62.1%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졌다. 2~3위인 애저(12%)와 네이버클라우드(7%)도 고전하는 상황서 작은 파이를 놓고 경쟁하기에는 후발주자라는 약점이 있다. 신선함만으로는 기업 빗장을 열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 가용AZ는 이미 다른 국내 CSP도 보유한 기술이라 큰 이점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내 CSP 관계자는 “이미 공공시장에서 밀린 측면이 있는 만큼 새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부터 금융권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이를 노린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카카오웹툰 서비스의 주력 CSP를 AWS에서 구글클라우드로 바꿨다. 공동체마저 등을 돌렸다는 평이 나왔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기능성에 따라) 구글클라우드와 카카오 i 클라우드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고 이같은 분석에 선을 그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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