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AI 대반격, 전쟁은 시작됐다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최강자로 평가받으면서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 AI 시장을 선점당한 구글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10일(미국 현지시각) 개최된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3을 보면, 구글이 이 시장에서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자신이 보유한 거의 모든 제품에 AI를 결합할 계획을 발표했고, 이런 원대한 계획의 토대인 파운데이션 모델 ‘PaLM 2’도 발표했다.

GPT4와 한판 붙을 PaLM 2

PaLM 2는 구글이 새롭게 선보인 초거대 언어모델(LLM)로, 지난해 공개한 ‘PaLM 1’(의 차세대 버전이다. 구글 측은 매개변수(파라미터) 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언론에서는 5400억개 수준이라고 전했다. GPT-3보다 3배 정도 큰 규모지만, 지난 해 공개한 PaLM 1 버전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획기적으로 더 커진 것은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주빈 가라마니 부사장은 구글 공식 블로그에서 “10년 동안 AI를 개발하면서 모델이 커지면 놀랍고 즐거운 기능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면서도 “그러나 ‘크면 클수록 좋다’는 식으로 간단하지는 않으며 (모델 크기보다) 연구의 창의성이 훌륭한 모델 구축의 핵심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멀티모달을 활용하는 방법, 사람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의 중요성, 효율적으로 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을 배웠다”면서 “(이런 배움이)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최첨단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강력한 구성 요소”라고 말했다.

구글 측에 따르면, PaLM 2는 100개 이상의 다국어를 학습했으며, 단순히 언어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논리, 추론, 수학 등의 역량도 향상됐다. 이를 위해 구글은 수학적 표현이 포함된 과학 논문 등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다. GPT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코딩도 할 수 있는데,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처럼 인기 있는 언어 이외에도 프로로그나 포트란, 베리로그 등 아주 오래돼 현재는 활용률이 떨어지는 언어도 지원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I/O 2023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개발자가 한국의 개발자가 함께 일하면서 PaLM 2를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의 에러를 찾아 수정하고 한국어 주석을 추가하는 모습을 시연하기도 했다.

PaLM 2는 규모에 따라 4가지 버전(게코, 오터, 바이슨, 유니콘)으로 제공된다. 게코의 경우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지 않다.

구글은 I/O에서 PaLM 2로 구동되는 25개의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챗GPT와 최전선에서 싸워야 하는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의 모델로 PaLM 2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구글이 지난 2월 바드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 파운데이션 모델은 람다((LaMDA)였다. 하지만 발표 이후 람다의 성능이 GPT3.5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구글의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런 평가를 반전시키기 위해 PaLM 2가 람다를 대신한 것이다. 실제로 PaLM 2를 사용해본 이들은 람다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코닥은 되지 않겠다”…구글 검색에 대화형 AI 결합

챗GPT가 등장한 이후 구글 위기론이 나온 것은 ‘검색’ 시장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웹페이지를 나열하는 기존 검색과 달리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답이 제시된다면, 구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검색광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AI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오픈AI보다 늦게 대화형 AI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빙 검색과 챗GPT를 결합한 ‘빙챗’을 발표한 이후 철옹성 같았던 검색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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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도전에 구글이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I/O 2023에서 “대화형 AI를 검색결과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 여전히 웹사이트 링크와 콘텐츠 스니펫, 검색광고를 보여준다. 다만 검색어에 따라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PaLM 2가 생성한 텍스트를 보여줄 수 있다. 텍스트를 생성하는데 도움이 된 웹문서 링크도 함께 제공하며, 이용자는 AI 챗봇처럼 후속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검색 결과 최상단에 AI가 생성된 답을 보여준다.

구글은 구매할 상품을 찾거나 정보를 찾을 때는 여전히 전통적인 구글 검색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검색의 대화는 바드와도 조금 다르다. 바드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같은 수 있는 페르소나를 가진 챗봇으로, 소프트웨어 코드를 생성하거나 사진의 캡션을 작성하는 등 창의적인 협업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구글 검색의 답변 생성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조금 더 편리하게 제공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검색에서 대화 모드로 진입도 가능하지만, 챗GPT나 바드처럼 챗봇이 스스로를 인격화하는 식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화모드에서는 AI가 “나는”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또 구글은 검색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답은 생성하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조 바이든이 좋은 대통령인지 묻는다면 구글 검색은 대답을 생성하는 대신 기존처럼 웹문서들을 보여줄 것이다.

구글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생성 AI

PaLM 2를 기반으로 한 구글의 생성AI 기술은 검색이나 바드 이외에 다양한 구글의 제품에 탑재된다. 일단 구글의 25개 제품에 PaLM 2 기반의 AI가 탑재된다.

예를 들어 지메일은 이용자가 이메일 회신을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답장에 맞는 문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또 이용자가 이메일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도록 AI 글쓰기 기능도 제공한다. 전체 이메일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순히 현재 이메일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주고받았던 이메일에서 관련 정보를 가져온다.

구글 지도에는 경로에 대한 몰입형 보기라는 기능이 포함된다. 이 기능은 사용자에게 정확한 경로가 어떻게 보일지 디지털로 생성된 모델로 안내한다. 사용자는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도중에 랜드마크와 정류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연말까지 미국 15개 도시에 추가될 예정이다.

구글 포토에도 AI 기반의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된다.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생성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사진 찾기 기능이 개선된다. 지금도 구글 포토에서 검색으로 사진을 찾을 수는 있지만 넣을 수 있는 키워드가 한정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검색어를 구글 포토에 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사진 편집도 AI 기반으로 쉽게 할 수 있다. 구글이 발표한 기능인 ‘매직 에디터’는 사진에 등장하는 피사체를 간단하게 제거하거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멋진 풍경에서 셀피를 찍는데 뒤에 지나가는 사람이 풍경을 망친다면 사진에서 그 사람만 지울 수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를 연출하고 싶다면 사진 속의 구름들을 지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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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워크스페이스에도 AI가 탑재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365 등 오피스 제품군에 생성AI를 탑재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 AI로 템플릿을 만들고 데이터를 자동으로 삽입할 수 있다. 또 구글 슬라이드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 슬라이드가 자동으로 생성된다. 문서 작업을 하면서 AI와 대화를 하면서 협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구글은 앞으로도 관련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며 품질을 중시하고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며 AI 원칙을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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