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는 ‘이스트먼 코닥(이하 코닥)’이다. 코닥은 약 50년 전인 1975년에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코닥은 당시 카메라 필름 시장 1위 업체였다. 필름 회사가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만들었다는 점을 보면 당시 코닥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혁신적인 회사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코닥은 사실상 망했다. 그것도 자신들이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 카메라 때문이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 된 이후 더 이상 사람들이 필름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가 디지털 카메라의 보편화 때문에 망하다니, 아이러니한 사례로 회자된다.

코닥 입장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딜레마였다. 코닥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필름 사업인데, 디지털 카메라가 잘 팔리면 필름 매출이 줄어버릴 것이었다.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지 않은 이유다. 어차피 당시 디지털 카메라는 일반 필름 카메라와 비교해서 품질과 성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코닥이 욕심낼만한 시장규모가 있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25년 후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었고, 35년 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코닥은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그렇게 코닥은 2012년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자 이제 구글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최근 오픈AI가 개발한 ‘챗GPT’가 구글검색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굳이 구글검색을 하지 않고 챗봇에 물어보면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현재의 AI 발전속도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는 검색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검색 결과와 함께 나타나는 검색광고가 구글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핵심 사업이다.

인터넷 검색이란 근본적으로 이용자가 궁금해하는 질의에 대한 답이 있을 법한 웹문서를 순서대로 나열하는 일이다. 이용자는 검색엔진이 제시한 문서를 하나하나 클릭해보면서 원하는 정답을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광고도 클릭하게 되고, 검색엔진은 돈을 번다.

그런데 챗GPT와 같은 AI 챗봇이 사람들의 기대처럼 진보하게 되면 더 이상 웹문서를 나열하는 검색은 필요없어진다. 챗봇은 웹문서 링크가 아니라 인간의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럼 검색광고를 클릭하는 사람도 없어지고, 검색엔진의 알짜배기 수익원은 사라진다.


챗GPT가 등장한 이후 구글은 긴장한 모습이다. 구글 경영진은 최근 ‘코드레드’를 선언하고, 대책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챗GPT가 구글 검색엔진 사업에 어떤 위협요인이 되는지 검토하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구글은 이미 많은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AI 붐은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이기면서 시작된 현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챗GPT의 기반인 초거대 AI 모델 역시 구글도 가지고 있다. 구글의 초거대 AI ‘PaLM’은 GPT-3보다 세 배 더 크다.

이처럼 AI 기술 면에서 오픈AI에 꿀릴 게 없는 구글이지만, 검색 대신 챗봇의 시대로 넘어가자고 앞장서지는 못한다. 매출의 약 60%가 검색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마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필름이 가져다주는 이익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이끌지 못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구글이 손 쥔 이익 때문에 고민하는 사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치고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최대 100억달러(약 1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투자가 완료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지분 49%를 갖게 된다고 한다. 사실상 오픈AI를 인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봇의 시대로 넘어가는데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 ‘빙’이라는 세계 2위의 검색엔진을 가지고는 있지만 1위 구글과 점유율 격차가 워낙 크고,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벌써 빙 검색엔진에 챗GPT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마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와 같은 기술로 구글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끝없는 노력을 펼칠 것이다.

1995년 코닥의 기업가치는 코카콜라, 맥도널드, IBM에 이어 세계 4위였다.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삼성전자 SCH-V200)이 등장하기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마지막 영광의 시기였다.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코닥은 본격적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혹시 구글이 지금, 1995년의 코닥과 같은 시기에 있는 게 아닐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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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1. 심재석기자님 안녕하세요저는신현호라고 합니다.다름아니라 기자님의기사를 영어로번역해서 제블로그에 게재해도 될가요?
    답변부탁들입니다.

  2. Ai의 수준이 높다면 상품 리스트 소개하면서 중간마진 챙겨먹는것도 나쁘지 않을텐데 말이죠

  3. 항상 읽기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기사 잘 읽고 있습니다. 코닥의 사례를 인용한 게 인상깊네요. 댓글로라도 감사의 말씀 전한다는 게 깜빡깜빡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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