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보다 더 큰 거’ 우린 언리얼 유니버스로 간다
“현재 언리얼엔진 자체에서 생성형 AI를 적용할 계획은 없습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그런 것들을 시도하는 게 있어서 장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은 있습니다. 아직은 생성형 AI가 저작권 부분에서 침해할 수도 있고요.”
게임·3D콘텐츠 제작도구(엔진) ‘언리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코리아(대표 박성철)가 7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엔진 신기술과 함께 향후 방향성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 첫 질문부터 최근 기술 트렌드인 생성형 AI 적용 여부가 나왔으나, 회사 측은 “계획 없다”로 갈음했다. 지난 3월 미국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에서 경쟁 엔진 업체인 유니티테크놀로지스가 유니티 엔진에 생성형 AI 적용을 공식화하면서, 게임 제작 생태계에 AI 바람이 본격화할지 주목받은 바 있다.
에픽게임즈가 이날 공개한 신기술과 방향성에 따르면, 회사는 생성형 AI 적용 이상의 더 큰 포부를 품고 있다. 현장에서 받은 감상을 풀이하자면, B2B2C(기업·소비자간 동시 거래)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관통하는 ‘언리얼 유니버스’다.
우선 언리얼엔진 기술 기반을 에픽게임즈가 개발·서비스 중인 5억 사용자 기반의 ‘포트나이트’의 사용자제작콘텐츠(UGC) 생태계에 녹여낸다. 가정용 게임기인 콘솔에서도 게임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니 게임이 아닌 오픈월드 게임 제작 대중화까지도 보고 있다. 새 프로그래밍 언어도 공개했다. 이를 대규모 개발 애셋(자산) 마켓플레이스와도 연결한다. 동시에 영화·TV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계 내 언리얼엔진 활성화도 꾸준히 노린다.
포트나이트 UGC 만들면 돈 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UGC를 위한 포트나이트언리얼에디터(UEFN) 시연을 진행했다. UEFN에선 언리얼엔진 최신 기술을 이식하면서 보다 직관적인 제작 환경을 꾀했다. PC 없이 콘솔 컨트롤러를 조작하면서 게임 제작이 가능하다. 현장에선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에선 오픈월드 게임 제작까지 확대하는 방향을 보고 있다”고 알렸다.
현재 포트나이트 이용자 기반은 5억명 이상이다. 이들은 체류 시간의 40% 이상을 포트나이트 UGC에서 소비하는 중이다. UGC 생태계를 더욱 키우려는 이유다. 매일 플레이하는 이용자만 수백만명이다. 화끈한 당근책을 내세웠다. 포트나이트 순수익 40%를 창작자에게 돌려준다. 포트나이트는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게임으로, 매년 수천억원의 보상금이 창작자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참여도 등 지표를 고려해 유튜브처럼 현금 지급한다.
박성철 대표는 “강력한 툴과 손쉽게 (게임을) 배포하는 것까지 만들었는데, 강력한 보상이 없으면 (이 생태계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자발적 참여를 위해 결정했다”며 “해외 쪽 크리에이터 사이에선 ‘당장 개발팀 꾸린다’는 애기가 많다”고 현황을 전했다.
언리얼 관통할 창작 생태계 앞둬…새 언어 ‘벌스’ 공개
UEFN에선 에픽게임즈가 공개한 새 프로그래밍 언어인 ‘벌스(Verse)’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백만명의 창작자가 단일 언어로 협업하고, 자유롭게 오픈월드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올해 말 공개할 통합형 멀티플랫폼 마켓플레이스인 팹(Fab)과도 연결한다. 팹에서 다양한 개발 애셋(자산)을 내려받아 창작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언리얼엔진과 완전히 연결한다.
예를 들면 ▲메시와 텍스처, 오디오 등 다양한 애셋을 임포트(불러오기)하고 ▲넓은 지형과 지오메트리(구조)를 만든 뒤 ▲나이아가라 시각특수효과(VFX) 시스템과 포스트 프로세스 볼륨으로 각종 연출을 추가할 수 있다. 또 ▲컨트롤 릭과 시퀀서로 리깅(캐릭터 움직임 설정) 및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강력한 실시간 팀 편집 기능을 접할 수 있다.
팹은 언리얼엔진 마켓플레이스와 스케치팹, 아트스테이션 마켓플레이스 및 퀵셀 라이브러리를 통합해 3D, VFX, 환경 등 모든 종류의 애셋을 위한 단일 콘텐츠 소스로 만든다. 출시 전까지는 UEFN 에디터 내에서 알파 버전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언리얼엔진5 사용자, 전체 77% 차지
에픽게임즈는 언리얼엔진 주요 지표를 공개했다. ▲2023년 전 세계 언리얼 엔진의 월간 활성 유저 수(MAU) 75만명 돌파 ▲지난 2월 기준 언리얼엔진5 사용자 전체 언리얼엔진 사용자 중 77% 차지 ▲2022년 국내 모바일게임 톱10의 총매출 중 53%를 언리얼엔진 제작 게임이 차지 ▲현재까지 파악된 언리얼 엔진 게임 프로젝트가 60개 이상 ▲제작 프로젝트 70% 이상은 언리얼엔진5를 사용하고 있거나 전환 중 ▲그중 90% 이상은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 등이다.
박 대표는 “언리얼엔진5를 사용하지 않는 23%는 출시가 임박한 프로젝트로 인해 과거 버전을 고정해서 개발하는 사례 등이 있다”며 “언리얼5 공개 1년이 채 안 됐는데 77%라는 수치를 보면 올 연말엔 거의 모든 사용자가 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통계도 발표했다. ▲2022년 전체 PC 사용자 2억3000만명으로 2021년 대비 3600만명 증가 ▲MAU 수 최고치는 6800만명 이상으로 전년도 최고 수치 대비 600만명 증가 ▲지난해 에픽게임즈 스토어 사용자가 타사 게임 구매에 3억5500만달러(약 4683억원) 지출(전년 대비 18% 증가) 등이다.
무서운 언리얼엔진 5.2, 슥슥 움직이면 가상공간 창조
에픽게임즈코리아는 언리얼엔진 최신 버전인 5.2의 새로운 기술을 담은 ‘일렉트릭 드림즈’를 선보였다. 언리얼엔진5에서 영화 수준의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는 ‘나나이트’와 자연스러운 빛을 표현하는 ‘루멘’이라는 기술을 구현한 가운데 5.2 버전엔 더욱 사실적인 재질 표현을 위한 ‘서브스트레이트’와 더 넓은 오픈 월드 메타버스 환경 제작을 위한 ‘프로시저럴 콘텐츠 생성 툴’을 붙였다.
이 중 프로시저널 콘텐츠 생성 툴을 접해봤다. 광활한 자연의 오프로드 환경에서 ‘리비안 R1T’ 전기 트럭이 바위와 뿌리를 밟을 때 타이어가 정밀하게 변형되고, 부드러워지는 실제와 같은 서스펜션, 사실적인 유체 시뮬레이션 및 워터 렌더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차량 데이터를 리비안에서 직접 받아 적용했기 때문이다. 실물과 똑같은 차량을 운전하면서, 자동차 휠까지 있다면 실차와 같은 운행 질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다른 차량 데이터가 있다면, 똑같이 구현 가능하다.
테크데모에선 울창한 정글이 구현됐다. 가로 세로 200미터씩 규정해주면, 엔진이 크게 확장된 가상공간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마우스로 슥슥 움직이면서 없는 길을 만들고 선만 그어주면 언덕길을 자동으로 집어넣는 등 쉽게 지형을 바꿀 수 있다. 사용자가 결과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지형이 바뀐다. 가상공간 제작이 더욱 쉬워졌다. 회사 측은 “이제 아티스트가 규칙과 파라미터를 설정해 디테일이 살아있는 더 넓은 오픈월드 환경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