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논의조차 안 되다니…비대면진료界, 복지부 시범사업안 촉각

비대면진료, 간호법 등 현안 밀려 관심 밖
3000만건 넘는 실증 사례에도 시범사업 한계
약사회 전면 반대…의사회 등 재진부터 허용 입장
곧 나올 정부 시범사업안에 산업계 향방 결정돼
“업체 한곳 문 닫아, 이제 시작…투자유치 어려워”

“얼마 전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비대면진료 상시화 내용을 담은) 개정안 통과가 안 될 줄은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간호법 등 각종 의료 현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법안이 논의조차 안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대면진료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 5건을 상정했다. 모두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현재 비대면진료를 초진 허용하는 김성원 의원안 1건과 재진부터 허용하는 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영 의원안 4건이 계류돼있다.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발표 자료 갈무리

관련 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에 ‘당혹감’을 표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를 거치며 3000만건이 넘는 실증 사례를 확보했지만, 미경험자에겐 여전히 관심 밖이다. 이 때문에 비대면진료의 관심 환기 차원에서 잠시라도 논의가 이뤄지길 바랐다. 지난 18일엔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공동대표 국회의원 김성원·강훈식) 주최의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 업계 전문가들이 나서 비대면진료 당위성을 역설하며 여론을 모았으나, 결과적으로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는 5월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격하 조정을 앞뒀다. 이대로라면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 허용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이 중단될 위기다. 다만 하루아침에 산업계가 문 닫을 일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진료 산업을 이어간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유니콘팜 국회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비대면진료를 적극 이용하면서 상당한 실증 데이터를 쌓았고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일반환자 처방과 치료 개선에도 효과가 있었다”며 “국민 비대면진료 서비스에 공백이 없도록 내달 초로 예상되는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한약사회가 “상시 정책으로 가려면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처방약 배송 등 비대면진료에 전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등은 공동성명으로 “대면진료와 동등한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초진 허용에 반대했다. 재진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산업계 의견과 거리가 있다.

업계가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시범사업안은 ‘현행 유지’다. 지금 분위기에서 현행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안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현행 사업보다 영역 축소 등이 있을 경우, 산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지금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살얼음 위를 걷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곧 내놓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체 공동대표(닥터나우 이사)는 업계 현황에 대해 “최근에 업체 한곳이 문을 닫았다. 이제 시작이라 본다”며 “(상시가 아닌 시범사업 유지로) 경쟁이 지지부진하면 시장도 좋지 않은데 투자유치도 어렵다”고 전했다. 덧붙여 “정부의 시범사업 발표 전까진 이렇다 할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발표 자료 갈무리

앞서 유니콘팜 토론회에서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지난 2018년 기준 누적 투자유치금 기준 상위 100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2조원이 넘는 투자금에 쏠린 사례를 들었다. 구 변호사는 “(투자유치금 상위 100개) 의료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이 없는 현실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며 “한시적 허용이라는 것은 벤처캐피털엔 규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은 똑같다”고 짚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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