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IRA 보조금 못받지만…국내 배터리 업계는 오히려 기회?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상 최대 7500달러(약 990만원)의 세액공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차 명단을 공개했으나, 국내 기업 모델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중 해당 지역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및 부품을 50% 이상 탑재한 차량을 대상으로 3750달러(약 498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국 혹은 FTA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면 마찬가지로 3750달러를 제공한다.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쉐보레 볼트, 포드 E-트랜짓, 머스탱 등 미국 브랜드의 전기차가 세액공제 적용 모델 명단에 올랐다. 국내 브랜드와 독일, 일본 등 해외 브랜드 차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조건을 충족하기 위함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각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조지아주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을 2025년부터 가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현대차가 현재 미국에서 양산하고 있는 전기차 모델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이유로 이번에 IRA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해당 모델에는 SK온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적용됐다고 알려졌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으면 ‘지역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및 부품을 50% 이상 탑재한 차량’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만으로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배터리 업계에 이득이 될 수 있는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렌트나 리스 같은 상용차는 보조금 지급 조건이 예외로 인정받았는데, 그 결과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며 “더불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가동도 진행된다면 IRA 기본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최상목 수석은 “최근 새롭게 규정된 광물, 부품 요건들은 국내 배터리 3사에게 큰 기회”라며 “최종 조립 측면의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으나, 광물 및 부품 요건 강화로 북미 시장에서의 국내 배터리 기업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선 현대차의 경우,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배터리 생태계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IRA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핵심 원인이 중국산 배터리 사용 때문이라, 현대차그룹도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제품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 당시 “완성차뿐만 아니라 배터리까지 전기차 제조·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배터리 셀 공장을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인근에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SK온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이 원재료 공급 측면에서 원가 경쟁력이 있고, 특히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은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PF) 배터리를 만들고 있어 현 시점에서 완성차 업체에 메리트로 다가오긴 한다”면서도 “하지만 IRA 법안이 강화되면서 회사는 국내 기업 중심으로 배터리 지형을 구성하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서 “배터리 공급뿐만 아니라 광물 자체도 고려하고 있고, 리튬이나 니켈, 희토류 등 다방면으로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며 “다만 모든 상황은 검토 중이기 때문에 구체화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국내 배터리 3사가 배터리 가격 낮추기에 팔을 걷어 붙이면서, 북미 등 전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하이니켈, 코발트 프리 등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배터리 개발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LFP 배터리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가격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계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이유도 결국 가격 때문인데, 국내 기업도 해당 시장에 뛰어들면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공급망 강화 외에도 IRA 혜택을 받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2025년 완공 예정이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건설 일정을 2024년 하반기까지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르면 내년 8월부터 가동할 거란 전망도 있다. IRA 조건을 빠른 시일 내에 충족하고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함이다.

더불어 회사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완공 전까지 리스(임대)차 사업으로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IRA 추가 지침에는 상업용 친환경차를 구입할 경우에도 세액공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법안이 추가됐는데, 여기에는 리스 목적의 차량도 포함됐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판매량 중 리스 비중은 20~30% 수준인데, 현대차그룹의 플릿 판매(렌터카 업체나 법인 등을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 물량이 25~30만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따라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완공 전 1~2년 동안은 리스 판매로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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