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떨어지는데…” 고객 다변화 고민하는 삼성 파운드리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반도체 불황으로 파운드리의 큰손이었던 엔비디아, 퀄컴 등 고객사가 빠져나가며 가동률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소 업체 중심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하며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협력회사와 중소 팹리스 기업을 대상으로 MPW(Multi-Project Wafer)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MPW는 팹리스가 파운드리에서 본격적으로 칩을 생산하기 전, 미리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한 장의 웨이퍼를 사용해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과정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해당 서비스에 10년 간 5000억원을 지원해 국내 팹리스 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암바렐라, 인텔 자율주행 솔루션 자회사 모빌아이 등 자율주행 반도체 업체를 파운드리 고객사로 유치한 바 있다. 이달에는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로 선정된 디자인하우스 코아시아를 통해 중국 사물지능융합기술(AIoT)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부터 1억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해 중소 팹리스 기업을 중심으로 고객군을 재편하는 게 최근 삼성전자의 모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칩을 생산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면서 “TSMC의 경우 적은 물량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산 규모가 적은 소형 팹리스 고객사는 삼성전자의 제안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고객사 확보 움직임은 파운드리 가동이 줄어드는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첨단 공정의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의 가동률은 75~80% 사이가 될 전망이다. 재고가 쌓인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가 주문량을 줄이면서다. 업계에서는 최근 삼성 파운드리 가동률이 70%대까지 낮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통상 반도체 제조업계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80% 아래로 내려가면 ‘가동률이 낮다’고 평가한다.

수요가 가장 많이 하락한 부문은 7나노 이하의 선단(Advanced) 공정 라인이다. 스마트폰, PC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서버 투자도 더뎌지자, 미세 공정으로 만들어진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폰아레나, 기즈차이나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 퀄컴뿐만 아니라 애플, AMD도 최근 수요침체 및 웨이퍼 가격 상승 여파로 TSMC 주문량을 줄였다.

삼성전자는 TSMC에 비해 미세 공정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다. 메모리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통상 메모리는 노드(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선폭)가 낮을수록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메모리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 강점은 파운드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결국 선단 공정 수요 하락은 삼성 파운드리에 더 많은 타격을 줄 수 있다. 파운드리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구형(legacy) 공정에 해당하는 28나노, 40나노 등 생산라인은 여전히 100%에 가까운 높은 가동률을 보인다. 또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구형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차량용 반도체는 여전히 수요가 높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는 “7나노 이하 공정 수요 감소는 삼성전자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최근 팹리스 기업은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TSMC보다 후순위인 삼성 파운드리 주문량을 먼저 줄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삼성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 및 공장 가동률 하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가동률 및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