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발 뗀 가상자산 입법 논의, 어떤 내용 다뤄졌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첫 발의된 지 약 2년 만에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가상자산을 지칭하는 용어 정리부터, 중앙은행이 발급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가상자산에 포함시켜야 할지 여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 등을 논의에서 다뤘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8개가 안건으로 다뤄졌으며, 여야 모두 투자자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와 관련해 합의를 봤다. 의결은 이달 법안 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 제정안 11개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2개, 금융위설치법 개정안 1개 등 총 18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소위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률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관한 법률안),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암호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들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시장에도 자본시장법상의 규제와 유사한 정도의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안 모두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김한규 의원의 안은 디지털 화폐(CBDC)를 가상자산 정의에서 제외하자는 내용과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CBDC는 디지털화된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현금이다. 현금없는 경제가 도래할 것을 대비해 공신력 있는 중앙은행이 발행화폐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CBDC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따르면서 관련 화폐를 국가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입법은 단계적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이용자 보호에 대한 법부터 마련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신속하게 도입하자는 취지다.

윤창현 의원은 법안심사 회의에서 “이용자 보호가 시급한 상황 속에서 모든 법안을 전부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며 “먼저 가상자산 개념,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 거래에 집중한 기본법부터 논의하고 2단계에서 영업행위 및 가상자산 상장, 발행에 대한 법을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발언 취지에는 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 모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측 또한 “이용자 보호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의 단계적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CBDC 가상자산 정의 제외하자 VS 다른 개념 정의부터

법안심사의 내용은 4일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구체적으로 알려졌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용자 보호(고객 예치금 보호 및 분리 의무)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및 벌칙 ▲가상자산 시장 용어 정리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단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당국과 여야 의원들 모두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에 대해서는 큰 이견 없이 넘어갔다.

이용자 보호에 대해서는 ‘이용자 예치금의 신탁과 디지털자산의 보관, 해킹ㆍ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 또는 공제가입, 준비금 적립 의무화’와 관련해 의견을 모았다. 불공정거래 규제 부문에서는 ‘행위자와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한 벌칙을 규정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몰수ㆍ추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에 참여 의원들이 공감했다.

디지털자산, 가상화폐 등의 여러 단어로 불리고 있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는 가상자산으로 통일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으로 통일하자는) 용어나 제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중앙은행이 발급하는 디지털 화폐(CBDC)를 가상자산 정의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법안을 발의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금법을 개정할 당시엔 한국은행이 CBDC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최근 한국은행은 CBDC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일단 명확하게 규정을 해놓고, 특금법을 동일하게 바꾸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CBDC를 정부가 준비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 정의에 CBDC를 명확하게 배제해야 사업 실행 시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측은 CBDC가 가상자산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지만, 현재 가상자산에 어떤 개념이 포함이 되고 안 되느냐에 대한 이견이 많기에 ‘명시’는 하지 말자는 입장을 밝혔다. CBDC를 가상자산이 아니라고 법률상으로 명시해버리면 대체불가토큰(NFT)과 증권형 토큰(STO) 등의 정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정말 불가피하게 이를 명시해야한다고 한다면 추후 관련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을 때 이를 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현재 가상자산을 규율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있다.

증권성 판단 기준도 필요해

이날 회의에선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법안에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도 오고갔다. 현재 개정안에는 ‘증권 성격의 가상자산은 가상자산으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포함돼 있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테라-루나 사태에서 국내 수사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된 이유가 ‘증권성 판단 기준’의 유무의 차이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관련 기준 마련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의 경우에도 상품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 규정이 존재해 증권성 적용을 확대 해석하지 않더라도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행각’이라는 입증이 용이한데, 한국에는 관련 법이 없고 증권인지 가상자산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관련 수사가 어렵다.

박민우 단장은 “금융당국에서 증권성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최근에 발표하기도 했고,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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