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세부지침 공개, 최악은 면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전기차 구매 관련 세액공제 세부지침 규정안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국내 기업의 입장을 반영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침은 오는 18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8월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적으로 특정 조건을 충족한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IRA에 포함시켰다. 당시 발표한 조건에는 부품 생산 시 중국을 비롯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원재료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완성차 업체는 미국 내에서 부품 및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공장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세제혜택을 받으려는 기업은 올해 안에 배터리 부품은 50% 이상, 핵심광물은 40% 이상 세부지침 규정안에 부합해야 한다. 이 비율은 점차 높아질 예정이며, 2027년에는 핵심광물 80% 이상, 2029년에는 부품 요건 100%를 충족해야 한다.

이날 발표한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나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핵심광물도 정해진 지역 내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한다. 추출 지역과 상관없이 가공만 정해진 지역 내에서 50% 이상 진행하면 된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리튬인산철(LFP) 등 양극활물질을 비롯한 구성소재(constituent materials)는 배터리 부품이 아닌 핵심광물 가공과정으로 인정됐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FTA 체결국에서 가공한 양극활물질의 부가가치도 광물요건 비중에 반영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주로 양극활물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현행대로 진행해도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배터리 부품에는 4대 부품(음극판, 양극판, 분리막, 전해질)과 셀, 모듈 등이 포함됐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지역 공장을 가동하고 있거나 생산라인을 늘리는 중이다. 따라서 우려했던 만큼 부품 요건 충족에 큰 부담은 없을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세부지침 내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양·음극재 구성소재가 광물로 인정되면서 국내 기업의 부품광물 요건 충족이 용이해졌다”며 “더 나아가 한국이 미국과의 배터리 공급망 협력을 보다 더 강화할 수 있게 돼 국내 기업 경쟁력 향상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업계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평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그간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공식의견서를 제출하고 방미 협의를 진행하는 등 우리 의견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내 업계가 IRA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는 해외우려기업(FEOC)에 대한 세부지침이 포함되지 않았다. IRA는 FEOC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당장은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공급받은 핵심광물이나 부품을 사용해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아,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압박은 덜한 상황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광물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내년 중으로 FEOC 관련 제재가 강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업계는 2024년부터 부품, 2025년부터 핵심광물 FEOC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국내 전기차 업계도 부담을 안게 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미국에서 리스 등 상업용을 제외하고는 보조금 대상이 안 된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미국 판매 비중이 높지만,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결국 단시간에 미국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는 자금 부문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