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전기차 시장을 잡아라! 배터리 3사의 ‘내편 만들기’

최근 배터리 업계를 중심으로 협업 관련 소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SK온과 포드가 튀르키예 합작공장 설립을 무산한다고 하더니 바로 뒤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와 대기업 코치와 손잡고 튀르키예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죠. 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완성차업체 GM과 미국 배터리 4공장을 건설하려고 했다가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고요. 현재 업계에서는 GM이 삼성SDI와 손잡고 추가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에 대해 거론하고 있습니다. 아주 핫하죠.

현재 배터리 시장이 얼마나 핫하냐면요, 최근 볼보 CEO가 한국에 방문한다고 했는데 국내 배터리 3사 중 어디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지에 대한 기사가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볼보가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이 아주 크다는 평가를 받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기 트럭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도 하루에 하나씩 거의 기사가 나오다시피 하니, 그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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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관심이 많이 쏠리는 이유는 당연합니다. 성장 산업이거든요.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021년 297GWh에서 2025년1400GWh로 연간 28%씩 성장할 전망입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이차전지 시장은 2025년에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그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미래에 가봐야 알겠지만, 시장조사업체 사이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아, 잠깐 설명드리자면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우리나라 삼성과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제품입니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것은 아닙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에 따르면, 아무리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70% 이상은 휘발유, 경유, LPG 등 내연기관 차를 이용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아직 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배터리 기업과 전기차 업체는 미리 협력사를 선점해 놓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추후 시장이 성장했을 때 수혜를 입으려고 말이죠.

단순히 공급이 아니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확실한 협력사를 확보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 영향을 덜 받기 위함입니다.

첫 번째 이유부터 살펴보죠. 사실 배터리가 급한 것은 완성차 업체입니다. 물론 배터리 업체도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확보해야 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맞지만,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가 없으면 전기차를 만들 수 없거든요. 자꾸 국가는 전기차를 만들라고 하는데, 배터리 수요는 늘어나니 점점 배터리 몸값이 비싸지는 겁니다. 앞으로 배터리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으니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기업에 손을 내밀었고, 배터리 기업은 이를 기회 삼아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치는 겁니다.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공장은 해당 전기차 업체에만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습니다. 또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완성차가 공장을 만드는 데 일정 금액을 대주니, 덜 부담스럽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시장 불확실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장 불확실성, 하면 대표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꼽을 수 있겠죠. 미중 갈등이라고 하면 흔히 반도체 쪽만 생각하지만, 사실 미국은 배터리 부문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를 들 수 있습니다.

IRA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안이지만, 산업계에서는 전기차 관련 정책 때문에 주목받았습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정책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법안이 꽤나 자국중심주의적입니다.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며, 미국에서 조립과 생산 과정을 거쳐야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핵심광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결국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계는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견고한 체제 구축에 나섰습니다. 미중 갈등 외에도 어떤 변화가 시장 내에서 나타날 지 모르니, 우선 협업 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기업의 손을 더 꽉 잡기로 한 것이죠.

국내 기업도 활발하게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기업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기업인데요, GM,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등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삼성 SDI는 지난 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여기에 삼성SDI는 올해 안에 협업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그런 포부를 실적발표에서 전하기도 했고요.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을 미국에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유럽 시장을 노린 튀르키예 합작법인 설립은 무산시켰죠. SK온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SK온은 지난 해 4분기 흑자전환에 실패했습니다. 홀로 적자를 면치 못한 겁니다. 여러 이유가 거론됐지만, 초기 공장 램프업에 의한 수율 문제와 재무적 상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업계에서는 SK온의 업력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비해 다소 짧기 때문에, 성장통을 뒤늦게 겪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SK온에게도 계획은 있습니다. 2024년에는 흑자 전환을 할 계획인데요, 기존 공장 생산라인 안정화로 고정 수익이 발생할 것이며, 유럽 헝가리, 중국 지역에서 신설할 공장은 이미 해당 지역에서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크게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다만 이 모든 계획이 차질없이 이뤄져 본격적으로 배터리 시장이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2025년 이전에는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을 짓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그 전에 어느 정도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야겠죠. 만약 이 시기를 놓친다면, 이후 시장을 크게 확대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적어도 2025~2030년 중으로는 협업 체제가 어느 정도 편성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연 구조가 잡힌 미래의 배터리 시장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되네요.

영상제작_ 바이라인네트워크 <임현묵 PD><최미경 PD>hyunm8912@byline.network
대본_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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