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글로벌 넘버원 되겠다는 스타트업

지난달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2023’ 현장에 대기업 부스보다 더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곳이 있다. 수직이착륙기를 만든 스타트업 플라나다.

플라나가 쇼에서 선보인 기체는 실물의 5분의 1 크기 콘셉트 모형이다. 올 하반기, 전남 고흥에서 이 축소판 기체의 비행 테스트가 진행된다. 문제가 없다면, 내년에는 15m 크기 실물로 만들어져 또 다시 비행 실험에 나선다. 이들이 생각하는 본격 도심항공 상용화는 2028년. 가깝게는 도심내 항공 모빌리티에 도전하고, 멀게는 지역간 저가 비행 노선을 대체한다는 꿈을 키운다.

플라나는 이 꿈을 위해 어떻게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플라나를 만든 김재형 대표, 이진모 부대표, 안민영 부대표를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드론쇼’ 현장에서 만났다. 김재형 대표는 “수직이착륙 기체를 만드는 글로벌 넘버원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니, 스타트업이, 비행기를, 세계 최고로 만드는 회사가 되겠다니. 어떻게 가능하다고 볼까. 이들 경영진이 플라나와 미래항공에 대해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Q&A 인터뷰 형태로 재가공해서 전달한다.

왼쪽부터, 플라나 김재형 대표, 안민영 부대표,이진모 부대표.

원래 하던 사람들인가?

= 김재형 대표는 원래 항공우주공학도였다. 유학을 다녀와서는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 개발 업무를 맡았고, 2017년에 회사에 UAM 팀을 꾸렸다. 처음에는 1인팀으로, 도심항공에 대한 기술을 연구·개발했다. 공동창업자가 둘 더 있는데, 이진모 부대표는 김 대표와 현대자동차에서 함께 일했고, 안민영 부대표는 LG전자 출신으로 컨설팅에 특화해있다. 회사 구성원은 60여명. 항공기 업계에 경험이 많은 다수와 전기자동차 설계에 경력이 긴 이들이 다수 합류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대체, 무엇을 만드나?

= 하이브리드 방식 전기 추진을 탑재하는 차세대 수직이착륙 항공기다.

YouTube video

(이들이 무얼 만드는지, 눈으로 보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 콘셉트 영상을 가져왔다. 아직 이렇게 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현재 실물의 5분의 1 크기로 기체를 제작 중에 있으며, 올 하반기에 전남 고흥에서 비행 테스트에 들어간다.)

수직이착륙?

= 헬리콥터처럼 활주로가 필요 없이 수직으로 이륙해서 비행을 하는 기체이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뜨고 내릴 수 있다. 다만, 비행하는 모습은 일반 항공기와 유사하다. 로터(헬리콥터의 회전하는 부분)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에 뜰 때는 헬리콥터처럼, 날 때는 일반 항공기처럼 움직인다. 목적에 맞게 로터의 방향을 바꿔 날개의 양력(비행기가 공기를 거스르며 날 때 반작용으로 생기는 힘)을 이용하면 굉장히 에너지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는 전기 에너지를 쓰고, 추진 시스템을 여러개로 분산해서 전반적인 크기와 소음을 줄일 수 있었다.

보기에도 보잉 같은, 그런 비행기는 아니다

= 한번에 최대 600kg, 네명에서 여섯명이 탈 수 있는 기체다.

플라나가 만든 기체는 어떤 점에서 강점이 있나

= ‘터보 제너레이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했느냐 여부가 현재 선진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나누는 구분점 중 하나가 됐다.

터보 제너레이터(위 그림의 별표 친 곳)를 쉽게 말하면, 일종의 보조 배터리 역할이다. 현재의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충분치 않다. 장거리를 이동을 충족시키기에는 배터리가 무겁다. 또, (장기간 운항을 위해서는) 배터리를 100% 충전해서 0%에 가깝게 사용해야 하는데, 충전을 100% 가까이 하게 되면 분리막 파손의 문제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충전을 덜하고 0%로 배터리가 떨어지도록 쓰면 배터리 수명이 현저히 줄어든다. 배터리팩을 자주 교체하는 것은 비용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충전 구간을 30~80% 사이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오래, 안전하게 배터리를 쓸 수 있는 방법이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터보 제너레이터가 필요하다.

장거리라면 어느 정도 장거리를 말하는 건가?

= 500km다. 서울 광화문에서 제주 서귀포까지의 거리를 커버할 수 있다. 대략 부산에서 오사카 거리이기도 하다.

500km 저가 항공 대체를 생각하는 건가?

=  UAM도 물론 목표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도시간 이동을 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도 비전 중 하나다. 서울 시내에 도심항공 모빌리티가 대대적으로 상용화된다는 것은, 그와 동시에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받는 시대도 같이 온다는 것을 뜻한다. 규제나 사회적 수용성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 지역항공모빌리티가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RAM 지금의 저가항공과 비교해 무엇이 유리할까?

= 아주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항에 가지 않고 집에서 10~15분 거리에서 접근할 수 있는 버티포트를 이용해 목적지로 바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돈 많은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개인 전용기가 날아다니는 노선도 있다. 수직이착륙하는 비행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금도 바로 열 수 있는 시장이라고 본다.

이런 기체 개발은 이미 비행기를 만드는 대형 제조사에서 유리한 아닌가?

= 물론 대형 항공사들에서도 돈을 엄청 쏟아붓고 있다. 그렇지만 기체 개발은 실제로 스타트업이 이끌어가는 부분이 많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이 자본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의사결정 속도나 시행착오를 빠르게 고치는 것 등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다. 스타트업이 모두 잘하는 것은 아니나, 그중 두각을 나타내는 곳이 모빌리티든 거대한 시스템이든 시장을 만들어 왔고, 이런 스타트업으로 자본과 인재가 흘러들어온다.

기체 제작에 성공하고 인증을 받으면, 판매 외에도 수익이 발생할 있나?

= 항공기를 판매하는 개발사는 유지보수 사업에서도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기체 제작 외에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 파일럿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자율주행을 말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하는 것과 자율주행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항공에서 파일럿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인증받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인공지능이 아직 항공기에서 쓸 수 있을 만큼 기술 성숙도가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공기는 100% 안전한 기술만 쓰기 때문에 그렇다. 기체 자체는 많은 부분이 자동 비행화 될 것이고, 운영도 단순화 될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을 받는 파일럿 대신, 비교적 단순한 조정으로 운항하는 비행기를 조종할 파일럿을 대량 육성하는 것이 사업을 스케일업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기체 제작과 상용화까지, 타임라인은 어떻게 되나?

= 현재 실물의 5분의 1 크기 기체를 제작 중이고 상반기 비행 테스트를 할 생각이다. 2025년에는 사람이 탈 수 있는 사이즈를 만들어 비행을 하고, 2026년에는 고객을 유치, 매출을 일으키려 한다. 또, 항공기는 제작만 한다고 해서 바로 뜰 수 있는게 아니라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에 최소 3년이 걸리기 때문에 본격 상용화는 2028년쯤이 될 거라고 본다.

얼마나 생산할 예정인가?

= 처음에는 16대 정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연간 1000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가 되려 한다. 자동차 업계를 기준으로 보면 1000대는 매우 작은 숫자지만, 항공기의 기준으로는 매우 큰 숫자다. 2040년 정도에는 연간 5000대, 1만대 생산이 가능케 하자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돈이 많이 들겠다. 투자 계획은?

= 시리즈A 투자를 준비 중이다. 1000억원 펀딩 규모를 생각한다. 물론 도전적인 목표지만, 기체 개발과 시험을 위해서 필요한 돈이다.

도심항공에 대한 여러 우려 소음에 관한 것도 있다. 소음은 어떻게 해결하나?

= 헬리콥터와 비교하면 100분의 1 수준으로 조용하다. 헬리콥터는 하나의 커다란 로터를 빠르게 돌려서 기체를 하늘로 띄운다. 저항이 크니까 소음도 크다. 그런데 분산전기동력추진에서는 여러개의 로터가 나눠서 양력(하늘을 날 수 있도록, 유체의 흐름 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을 담당한다. 훨씬 조용히, 기체를 하늘로 띄울 수 있다. 데시벨(db)로 따지자면 65db 이하의 저소음이다.

모든 것에 요즘은 친환경이 주요한 가치인데

= 헬리콥터와 비교하자면, 탄소배출을 94%까지 줄일 수 있다. 비행기로 비교하자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항공업계의 숙제다. 그런데 아직은 여객기의 제트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서울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바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다. 하지만 근거리 노선 같은 경우 전기로 대체할 수 있다. 비행기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클 때가 뜨고 내릴 때다. 전동화를 적용한 수직이착륙기가 단거리 노선을 대체하면 환경적으로 분명 강점이 있다. 여기에서 큰 시장을 보고 있기도 하다.

나온다고 해도 비싸면 같다. 가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 기체를 개발한 시점부터 보면 당장 운임이 싸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이런 개체가 한국 상공을 1000대씩 날아다니는 성숙한 시점이 오면 모범 택시를 타는 가격까지 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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