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시대, 챗봇 개발사의 고민

꿈많은청년들(이하 꿈청)은 챗봇 개발을 대표 상품 삼은 스타트업이다. 카카오가 챗봇 에이전시를 선발하면서 우선 파트너사가 됐고, 꿈청이 개발한 챗봇 서비스를 심은 기업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이들은 “5년 안에는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인공지능(AI)의 성능이 예상보다 우수하고, 심지어 빠른 시간 안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게 됐기 때문.

정민석 꿈많은청년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두 차례에 걸쳐 생성AI로 인한 최근 챗봇 시장의 변화를 주제로대화를 나눴다. 첫 인터뷰는 지난 2월 28일. 당시만 해도 정 CTO는 “앱이 나왔다고 웹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며, 생성AI와 기존의 챗봇 서비스가 쓰임을 달리해 공존할 거라고 봤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정 CTO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그간 챗GPT를 써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시장이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단 것이다.

정민석 꿈많은청년들 최고기술책임자(CTO).

앱이 나왔다고 웹이 사라진 아니예요

그 시대에 가장 뛰어나거나 혹은 진보적인 기술은 미래의 변화를 예상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쓰고 있는 모든 기술이 사라질 것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20년 전에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회사가, 10년 전에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인기를 끌었다. 그 회사들 중 일부는 지금도 살아 남았지만 규모가 크지 않거나, 혹은 주력 업종을 갈아탔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 챗봇을 만들어주는 회사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반복될 전망이다.

“챗 GPT 써보셨나요? 모두가 자비스를 미래로 보고 있죠. 저도 공감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똑똑한 심심이정도 아닐까요? 말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은 아직 없죠.”

기본적으로 기존의 챗봇 개발사들은 서비스를 룰베이스로 개발한다. 규칙에 의거해 대답하거나, 혹은 특정 행동을 실행하는 역할을 챗봇이 맡았다. 지금의 챗GPT는 빠르고 유려하게 문장을 만들어 실시간 대답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 말이 정확한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또 대답 외에 명령에 대한 행동을 수행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정 CTO는 지금의 룰베이스 기반 챗봇 회사들이 경쟁력을 가진 부분을 “행동력”에서 찾았다. 만약 챗GPT에게 “내일 아침에 깨워달라”고 말하면 당장 깨워줄 것처럼 답하지만, 실제로 아침에 알람을 실행시키지는 못한다. 룰베이스 챗봇의 경우에는 알람이라는 특정 키워드가 들어왔을 때 이를 실제 알람앱과 연동해 기상 시간을 설정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생성AI는 똑똑하지만 사람이 구체적 대답이나 행동을 제어하진 못한다. 정 CTO는 “알람앱 설정까지 할 수 있는 똑똑한 챗GPT가 나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룰베이스 챗봇이 갖는 강점은 빠르게 저렴하게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죠.”

챗GPT는 아직까지 돈이 많이 드는 서비스다. 그러나 룰베이스 챗봇의 경우에는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기 좋다. 모든 곳에 챗GPT를 완벽하게 붙이는 것은 사실상 자원 낭비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 정 CTO는 “커다란 가전 회사도 자신들의 제품에 챗봇 서비스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룰베이스 챗봇 역시 진화할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룰베이스를 기반으로 점점 대화형 모델로 바뀌게 되면 어느 순간 챗GPT와 유사한 능력을 보이는 수준으로 고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챗GPT는 챗봇 개발사에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예요. 자체 인공지능 엔진을 개발하는 곳은 힘들어질 수 있지만, 오픈AI와 같은 기업의 엔진을 활용해 빌더를 만드는 곳에서는 상황이 나쁠 건 없죠.”

“챗GPT는 챗봇 회사들에 악재일까?”라는 질문에는 “스타트업에는 기회가 있다”는 답이 나왔다. 챗봇 회사들이 지금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회로도 본다는 뜻이다.

“업계 사람들끼리 챗GPT를 써보고 나선,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사람들이 육체 노동에 해방될 줄 알았는데 반대로 지식 노동자가 제일 먼저 대체되고 육체 노동만 남게 같다는 말을 했어요.”

물론, 개발자도 GPT와 같은 생성AI 기술에 흥미와 공포를 동시에 느낀다. 기술 개발이 가져다 줄 새로운 미래가흥미롭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인공지능이 판단하고, 사람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 육체를 움직여 자료를 모으는 일 등에만 주로 투입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공지능이 “여기가 최적의 위치”라고 선점을 하면, 인간은 그 장소로 가서 삽을 들고 땅을 파는 그런 식의 일의 배분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회사 자기 앱은 자기가 만들 챗봇을 만드는 상황이 오겠죠. 대비해서 미리 움직여야지, 가만히 있으면 냄비 개구리처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전통 기업에게 5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죠. 하지만 스타트업에게 5년은 정말 시간이라서, 사이에 충분히 대비를 있을 거라고 봐요. 저희도 이미 새로운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챗GPT가 완전히 시장을 장악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당장 챗봇을 만드는 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챗봇 시장은 이미 어느정도 살아남을 곳만 살아남게 정리된 데다가, 여전히 기업에서 챗봇 개발을 의뢰하는 수요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곳들 역시 이제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정 CTO는 의견을 냈다. 꿈청 역시 최근 인사 관리 시스템을 개발, 일부 기업에 서비스를 공급 중에 있다. 지금은 근태관리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었으나 향후에는 HR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관리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은 상태다.

“2년 까지는 가만히만 있어도 생존이 가능할것 같아요. 하지만, 그 사이에 변화를 줘야죠.”

그래서 마지노선은 언제까지? 5년 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는 “5년 뒤는 힘들 것”이라는 답이 나왔다. 지금의 챗봇 개발을 대신해주는 모델은 아마도 앞으로 2년을 최대 생존기간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생성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챗GPT 등장 이전에도 챗봇 개발 시장의 성장 그래프틑 우상향을 멈춘 상태다. 생각보다 빠르게 시장이 성장하지 않았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 보여 많은 플레이어가 쉽게 들어왔다 빠르게 나가는 것을 반복하면서 저가 수주가 반복이 됐다. 실제로는 보이는것처럼 그렇게 만만한 시장,서비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챗GPT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스타트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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