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상륙에 웃는 삼성페이?

애플페이의 한국진출 소식은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결제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최강자인 삼성페이를 위협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젊은층으로 다져진 아이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애플페이의 사용률이 높아져, 삼성페이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활성 척도인 월활성사용자수(MAU)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삼성페이의 MAU는 1600만명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MAU가 적게는 100만대에서 많아야 1000만대 초반을 이어오고 있는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다. 물론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나머지 간편결제는 온라인 중심의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 구도는 깨질까, 혹은 더욱 공고해질까.

이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먼저, 애플페이로 인해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국내 아이폰 보급률은 약 21%로, 아이폰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애플페이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란 추측이다. 이런 추측은 절대강자인 삼성페이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지표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애플페이는 지난 2020년 9월 기준, 전세계 사용자 수가 5억명을 넘어섰다. 또 2021년 기준, 전세계 결제 규모 측면에서 알리페이와 마스터카드를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구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8월 애플페이의 한국 출시 소식과 함께 이러한 전망이 고개를 들자 삼성페이는 대응에 나섰다. 

먼저, 삼성페이는 간편결제 사업자들과 손잡고 ‘반(反) 애플페이’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삼성페이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았다. 애플페이가 한국 진출을 발표하기 전만 해도 경쟁사였던 이들이 애플페이로 인해 하루 아침에 협력자가 됐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의 협력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윈윈 전략이다. 네이버페이는 그동안 고전했던 오프라인 결제 영역에, 삼성페이는 약점으로 지목된 온라인 결제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삼성페이 사용자는 약 55만곳의 네이버페이 온라인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페이처럼 윈윈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삼성전자(삼성페이)는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삼성페이는 기능을 고도화하며 모바일 지갑을 표방한다. 지난해 말 삼성페이는 초광대역(UWB) 기반의 디지털 홈 키를 탑재했다. 이외에도 탑승권, 티켓, 모바일신분증, 쿠폰 등의 기능을 넣었다. 즉, 실물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삼성페이가 지갑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의도다. 

정리하자면, 애플페이 진출 소식으로 삼성전자는 약 반년 만에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일부 기능을 고도화했다. 결과적으로 삼성페이 사용자는 더 많은 기능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애플페이에 대항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만약 애플페이의 결제처가 삼성페이 만큼이나 많다면 이미 시장에선 애플페이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을지 모른다. 

관건은 애플페이의 결제 범용성이다.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이 보급화된 국내에선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가 애플페이의 장벽으로 꼽힌다. 결제 업계에 따르면, NFC 단말기는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보급됐으며 설치율은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300만개 중 약 10%로 추산된다. 

그렇다고 중소상공인이 NFC 결제 단말기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NFC 단말기의 가격대는 약 10만원~20만원대다. 한국신용데이터가 100명 이상의 중소상공인에게 애플페이 도입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소상공인은 이미 다양한 결제 수단 보급, 수수료 부담 등으로 인해 NFC 결제 단말기 도입 필요성에 대해 크게 절감하지 않고 있다. 

또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카드사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맹점에게 수수료 전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이와 달리, 삼성페이는 건당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시각에서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로 삼성페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플페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꾸준히 삼성페이의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애플페이가 기대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삼성페이의 편의성을 더 부각시켜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 사장은 15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페이는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결제처를 확대하는 한편, 신분증·티켓·디지털 키 등 삼성페이의 편의기능을 강화해 자사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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