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주는 시사점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자 보호를 선언한 이후, 국내 투자업계도 한숨돌리는 분위기다. 국내 투자사 중 미국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 경우, SVB 파산으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을 우려했으나 급한 불은 끈 상태이기 때문. 미국의 한 은행 파산이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SVB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복수의 스타트업, 벤처투자사 관계자들에게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를 물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는 사태와 그 여파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 것이 있을지, 또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지가 질문이다.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성화 은행 도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우려가 된다. 튼튼하지 않은 금융회사가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
A벤처투자사 B 심사역

“구체적으로 새 인터넷 은행 출범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사태가 챌린저뱅크 도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챌린지뱅크에 도전하는 C사 관계자

실리콘밸리은행은 스타트업이 주고객인 은행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규모특화은행(일명 ‘챌린저뱅크’)의 대표적인 롤모델로 언급되어 왔다. 금융당국은 최근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에 특화한 은행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기존 은행과 대비해서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수수료를 줄여 그간 금융권에서 소외되어온 중소상공업자 등이 보다 쉽게 금융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인해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큰 이슈로 부각됐다. 챌린저뱅크 논의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분명한 악재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A벤처투자사 B 심사역은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위험한 자산에 투자를 하지 않는 등 리스크 관리를 많이 하므로 실리콘밸리은행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차적으로는 미국 금융당국이 예금을 보호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이 대형 은행이 아니고, 금융당국도 사태를 방어할 여력이 있으므로 이로 인해 한국 투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우려같다.”
김영덕 디캠프 대표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그동안 투자금에 의존해서 돌아가던 플랫폼 모델이 과연 맞는 것일까라는 회의는 이미 시장에 다 학습이 됐다. 그래서 예전처럼 실적 없이 밸류가 확 올라가는 슈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D 벤처투자사 E 심사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진 않을까 하는 질문에는 상반된 대답이 나왔다.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투자 심리가 이번 사태로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벤처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회수 계획이 지연되는 포트폴리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악재가 터졌으니 시장의 빠른 회복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나라는 부정적 전망이 상존했다.

기본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은 국내 1금융권에 예금하므로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현지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나, 현지에 포트폴리오를 가진 벤처투자사들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소식에 파장을 겪었다. 앞서 언급된 E 심사역은 “미국 정부가 예금 보호를 선포할 때까지 가슴을 졸이면서 사태를 지켜봤다”고 후술했다. 또, 이번 사태가 결과적으로 “투자금에 의존해 돌아가던 플랫폼 모델에 대한 회의”를 강화시킬 것이란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았다.

“피터 틸의 돈을 빼라는 발언이 너무 빠르게 일파만파 바이럴이 되면서 뱅크런이 일어났다”
F 벤처투자사 G 관계자

“영향력이 막강한 셀럽의 발언이 경제 시스템을 망가트릴 수 도 있다. 영향력이 큰 개인도 파급효과를 고려, 신중한 발언을 할 필요가 있다.”
김영덕 디캠프 대표

“개인이든 기업이든 시장에 긴밀하게 접해있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습득, 반영하는 주체와 그렇지 않은 주체들의 투자 성과의 격차가 점점 커질 거 같다.”
D 벤처투자사 E 심사역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는 금리상승이 불러온 연쇄효과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갔고, 투자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결국 스타트업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 은행이 21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손해보면서 매각한 것이 예금주들에 불안감을 줬다. 그러나 이를 더욱 크게 키운 것은 스타트업 업계의 큰 손(?) 피터 틸의 한 마디다. 그가 실리콘밸리은행에서 당장 돈을 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IT 기업의 슬랙을 타고 돌았고, 발빠른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빠르게 출금에 나선 것이 결국 뱅크런 사태를 불러왔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 둘. 자신의 한마디가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한 이는 신중하게 발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번째, 스마트폰의 발전이 이제는 정보 전파의 속도를 막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은행이 하나 문을 닫는데 고작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보전이 회사의 성패나 성과를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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