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브’ 개발한 블록체인랩스가 메신저 만든 이유…“블록체인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중앙 서버 없는 탈중앙 차세대 메신저를 표방한 메신저 ‘블록챗(Blockchat)’이 얼마 전 세상에 나왔다. ‘블록챗’은 개인의 디바이스에 고유의 블록체인 아이디(ID)를 생성해, 대화 당사자들을 직접 연결시키는 메신저다.

이 메신저를 한마디로 말하면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메신저다. 지금까지 써왔던 메신저와는 달리 메신저 운영사의 중앙 서버에 이용자 개인정보나 대화내용이 저장되지 않는다. 대화내용을 비롯해 모든 정보는 개인이 직접 소유하고 활용하는 웹3.0 시대에 걸맞는 메신저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아이디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 개인정보가 필요 없다. 때문에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로그인할 필요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개발사의 설명이다.

이 메신저를 개발한 기업은 블록체인랩스(공동 대표 임병완, 박종훈)이다. 우리나라 국민 4300만명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자신의 휴대폰에 내려받아 백신 패스 앱(전자 예방접종 증명 서비스) ‘쿠브(COOV)’를 개발한 바로 그 기업이다.

‘블록챗’은 국내에서 질병관리청을 통해 선보인 ‘쿠브’가 성공한 다음에 내놓은 새로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다.

임병완, 박종훈 공동 대표를 만나 블록챗 서비스와 개발 배경, 그리고 블록체인랩스 창업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메신저’를 개발했나

쿠브를 바탕으로 전국민 서비스 운영 경험을 확보한만큼 자신감이 붙어서일까? 국내에서 아직까지 인지도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블록체인랩스가 개인용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가 이미 있는데다, 이미 지난 20여년 동안 수많은 국내외 메신저들이 나왔다 사라지고 현재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반 메신저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는 사실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 개념이나 효용 가치를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블록체인랩스는 당초 쿠브나 블록챗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응용 서비스 사업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박종훈 대표는 “쿠브에 적용돼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술인 ‘인프라블록체인’을 만들고 나서, 이 기술이 너무나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기업 사람들을 만나면서 소개했지만 설득하기 어려워서 직접 서비스를 만들어 보여주기 시작했다. 쿠브를 만들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굳이 메신저를 만든 이유로 박 대표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어야 하고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 메신저는 모두가 사용하기 때문에, 메신저와 블록체인 기술이 잘 결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블록챗은 분산신원증명(Decentralized IDentity, DID)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도 이해하기 쉽게 ‘블록체인 아이디’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메신저 이용자, 해킹이나 화재 위험·원치않는 광고·사이버범죄로부터 해방

개인정보나 대화 내용이 저장되는 중앙 서버를 사용하지 않는만큼 ‘블록챗’은 기존 메신저 이용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블록챗의 대화는 개인 디바이스에 저장되기 때문에 대화를 나눈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중앙 서버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나 대화 내용 유출, 화재와 같은 사고로 인한 통신 장애, 데이터 유실 등으로부터 안전해진다는 얘기다. 블록체인랩스는 전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외부 정보 노출 위험도 차단할 수 있도롤 종단 간(E2E) 암호화 기술을 적용했다.

원치 않는 광고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다. 블록챗은 블록체인 아이디를 사용, 회원가입이나 로그인이 필요 없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메신저 운영 기업에서 내보내는 광고나 친구 추천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사생활 침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또 블록챗은 사용자는 신원이 확인된 상대방에게 고유의 연결 코드를 공유해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아이디와 연결 코드는 사용자가 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만 노출된다. 따라서 아이디를 유출하거나 노출된 아이디를 악용한 사이버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회원가입 절차가 없다는 점은 사용을 간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재 블록챗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제공된다. 여기서 블록챗을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블록체인 아이디를 만들고, 대화하고 싶은 상대방에게 커넥션 요청 코드를 보내고 상대방이 받아 입력하면 바로 대화가 시작된다.

블록체인이란…“개인이 정보 주권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만든 이유는 블록체인랩스가 정의하는 블록체인의 본질을 블록챗에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정의는 바로 “블록체인은 각자가 자신의 정보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활용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게 박 대표의 말이다.

박 대표는 “위변조가 안되고 탈중앙화돼 있다는 건 곁가지일 뿐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블록체인의 본질은 각자가 정보 주권을 갖고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바로 개인이 가진 데이터, 상대방이 주고받은 메시지”라며 “기존의 메신저는 회원가입을 해야하기 때문에 내 정보 제공해야 한다. 그 정보가 필요하지 않으면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주고받은 메시지를 내 휴대폰, 각자의 기계에만 저장만 하지 데이터를 활용하지는 않는다. 미래에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을 넘어 다른 형태의 여러 데이터를 넣고 직접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의 정보를 이용해 누군가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이슈가 된다. 여기서 나는 사용되는 나의 데이터가 뭔지도 모른다. 이용당하면서 가치를 알지 못하는 것인데 이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병완 대표도 “궁극적으로 개인이 데이터를 활용해 거래를 하고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록챗은 개인 디바이스에 저장된 메시지를 자신의 디바이스에서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메시지 정렬 방식이나 색상 변환 등의 기능이다. 개인이 내 정보를 온전하게 소유해 활용, 통제할 수 있다는 정보 주권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장치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임 대표는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 팀 버너스리의 말처럼 블록챗은 ‘개인정보 오용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인의 대화와 정보가 타인에 의해 사용되는 것을 막고, 본인의 정보는 본인이 소유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블록챗의 메시지 수정 기능의 근본적인 목적은 해당 기능이 존재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개인의 데이터 주권 보호”라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블록체인랩스는 블록챗 서비스 확산 목표도 크게 잡지 않았다. 우선은 “블록체인의 본질을 공감해주는 사람들을 사용자로 확보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묻는 질문에 “글로벌 10만 사용자”를 제시했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아직까지 블록챗 사용자 수는 적지만 국내외에서 블록챗을 경험한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게 두 대표의 얘기다.

블록챗 서비스가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만큼 널리 대중화되면 좋겠지만, 우선은 보안성이 강구된 메신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학교 등 교육용과 같은 특수목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효용성 있는 국가 단위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확산에 기여…‘쿠브플러스’ 출시

블록체인랩스는 블록챗 출시 전에 이미 쿠브를 통해 전국민이 “블록체인 기반 지갑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선례를 확보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했는지 인지하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을 수 있지만 “국가 단위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해본 엄청난 노하우와 레퍼런스를 얻게 됐다”는 게 회사측이 말하는 성과다.

블록체인랩스는 전국민이 사용해 안정성과 사용성이 이미 검증된 쿠브를 발전시켜 공공기관용 디지털 증명 솔루션으로 ‘쿠브플러스(COOV+)’도 개발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사실 블록챗보다는 쿠브플러스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쿠브’를 통해 백신접종 내역을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 백신 패스로 구축한 것처럼, 공공기관들은 ‘쿠브플러스’를 활용해 신분증, 계약서, 학위, 의료 기록 등 다양한 증명서를 쉽고 안전하게 발급하고 검증하는 디지털 증명 시스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기관에서는 사용자가 각종 증명서를 본인의 스마트폰에 안전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증명서를 발급받은 사용자가 증명서를 선택한 뒤 QR코드를 인증 기기에 스캔하면 발급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암호화된 데이터를 검증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해당 증명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블록챗은 물론 쿠브플러스에는 블록체인랩스가 개발한 가상화폐 없는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블록체인’이 적용돼 있다. 인프라블록체인은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를 사용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기존의 블록체인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한 블록체인랩스의 특허 받은 독자기술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갖고 있어 정부기관이나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제약없이 각자의 사업에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랩스는 쿠브플러스를 작년 말 발표했으나 현재 고도화하고 정식 공급을 위해 한창 준비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와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도입 프로젝트 를 진행 중이다.

가상화폐 없는 블록체인 사업 지속…사람에게 이롭고 효용성 있는 기술 개발

임 대표는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는 많은 기업들은 가상화폐를 발행해 공개(ICO)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업계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우리 역시 5년 전에 ICO 제안을 받았고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개발을 진행하다 포기했다. 블록체인의 본질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로 사람들에게 이로움과 효용성을 주는 것이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가능하려면 정부나 금융기관같은 신뢰기관들이 도로나 전력망같은 유틸리티를 깔아주는 것처럼 웹3.0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사기업이나 특정 재단이 가상화폐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로 기업이나 서비스제공자들이 믿을 수 있는 웹3.0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야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과 가치가 커질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의 기본 인프라로 깔리는 데 기술로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표도 “뜬구름 같았던 블록체인 기술이 효용성이 있다는 것을 사회에 알리고 싶다.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 세상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라며 “블록챗, 쿠브플러스 외에도 인간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로 ‘팻아이’ 서비스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오는 5월 미국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인데, 훨씬 더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블록체인랩스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 ‘인프라블록체인’인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 

블록체인랩스의 창업자 4명은 사실 블록체인이란 용어가 나오기도 훨씬 이전인 지난 2013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엑스(Yosemite X)를 먼저 설립했다. 당시 창업자들은 개인간(P2P) 음원 공유 서비스 냅스터 설립자인 숀 패닝과 만나, 함께 음악 창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수익을 공유·배분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블록체인 철학에 공감해 자연스럽게 회사의 방향성을 잡게 된 값진 경험이 됐다.

요세미티엑스는 블록체인랩스의 전신이자 미국 법인으로, 글로벌 사업 거점으로 요세미티엑스를 현재에도 운영 중이다. 사실 창업 초기부터 미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법인을 만들고 사업을 해왔다. 초창기 한동안 한국은 개발자 등 인력 채용과 개발을 위해 법인을 운영하고 미국 위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샌프란시스코 대학가 지역에서 주변 상점들과 제휴를 맺고 진행하던 블록체인 기반 신용카드(요세미티카드) 서비스를 접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미국 거주하던 당시에 창업자들은 수기 방식의 종이 접종증명서를 발급 받으며 전자 예방접종 인증 시스템의 필요성을 직감했고, 인프라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쿠브를 개발했다. 그리고 질병관리청에 쿠브 기술과 서비스를 기부했다. 그 과정에서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쳤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블록체인랩스는 현재 다시금 미국을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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