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자금세탁 범죄에 규제끈 조이는 당국… 업계 “이제는 한계”

해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0일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약 238억달러(한화 29조2000억원)가 불법 가상자산 주소로 옮겨졌으며, 이는 2021년보다 68% 증가한 금액이다.

이러한 추세에 금융당국의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의지는 더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는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제도(AML)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5개 원화마켓 사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이를 코인마켓 사업자와 지갑사업자로까지 범위를 늘려 AML 체계 구축과 운영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위 측은 “이용자수, 거래금액, 요주의 대상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하여 검사 대상을 선별하고 진행할 예정”이라며 “긴급한 자금세탁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수시 검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로 인해 산업이 저해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자금세탁방지를 이유로 산업 진흥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은 어떻게 자금세탁 도구가 되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이 문제인 이유는 탈중앙화라는 특성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국제적인 수사를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측도 “작년 테라-루나 사태나 FTX 사태로 보았듯, 가상자산과 관련한 사건 및 범죄는 국제적 공조가 어렵다”며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자금세탁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공감한 바 있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송혜진 세명대 교수가 발표한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도구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마약 거래를 통한 수입, 인터넷 상의 도박, 아동 성인 음란물사이트에서의 결제 등을 통해 현물화폐를 받은 뒤 바로 가상자산으로 전환하는 방법 ▲유사수신 등을 이용해 얻은 범죄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수집하게 된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은 대부분 거래소를 통해 진행된다. 송 교수는 “가상 또는 현실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범죄와 그 범죄로부터 얻은 수익금을 가상화폐로 축적해 거래소를 통해 세탁하는 경우가 많이 이뤄지나, 기존의 법 제도에서는 이를 범죄로 인지하는 것이 어렵다”며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범죄수익금을 은닉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범죄자들은 익명성이 특징인 가상자산의 특성을 기반으로 각국의 여러 거래소를 거쳐 범죄 수익금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사법기관의 눈을 피하고있다. 송 교수는 “실제로 자금세탁을 하는 업체들은 자금세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67개국, 거래소만 250여 개를 가지고 있으며, 최소 19개국의 요원들이 한달에 걸쳐 세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되자, 국제자금세탁방지지구(FATF)는 지난 2019년부터 가상자산을 규제대상으로 보고 자금세탁방지제도를 권고했다. 우리나라 또한 FATF에 근거해 2021년부터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규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특금법 실시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의심거래 행위 보고 ▲의심거래 모니터링 ▲기타 고객 자산 분리 보관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계좌를 확보할 것 등을 FIU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앞으로 관련한 규율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이동욱 FIU 가상자산검사과장은 30일 진행된 ‘제5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테라-루나 사태나 FTX 파산 등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체계를 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신속하게 정밀화할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금융위가 산업진흥을 막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금융위의 ‘자금세탁’ 규제가 산업 진흥을 막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특금법 시행 전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원화마켓 위주로 시장 독과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억울함을 내비친다.

실제로 페이코인은 특금법에 따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FIU로부터 서비스 종료를 지시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FIU가 관련 규제로 페이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기강 잡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코인마켓 거래소들 또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덕중 플랫타익스체인지 대표는 “시장 독과점이 고착화되면서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영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독과점이 생긴 가장 큰 원인은 제한적 은행 실명계좌 발급 때문이고, 이는 정부의 편의적 행정과 불공정한 입법에 기인한 전형적인 정책 실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FIU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의 거래 이익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원화마켓의 거래 이익은 6629억원이나 코인마켓은 327억원이었다. 원화마켓의 일평균 거래 금액 또한 5조2000억원으로 지난 하반기 대비 3%p 상승했지만, 코인마켓의 거래금액은 같은 시기 대비 95% 감소한 3000억원을 기록했다.

김상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장은 “금감원 중심의 규제가 공정 거래나 산업 진흥에 대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맞다”며 “금융위에 규제 권한이 몰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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