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벗어난 클레이튼 “블록체인 대중화 이루겠다”
“중앙화된 장부, 계약, 의사결정 시스템 영역의 투명성이 제고된다면, 투명한 사회로 가속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기술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크러스트)로부터 독립한 클레이튼 재단이 올해 새로운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 27일 재단 측은 “퍼미션리스(Permissionless, 허가가 필요하지 않는) 네트워크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를 디자인하고 발전시키겠다”며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현하는 탈중앙성, 보안성, 확장성을 강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회사는 지난 22일 자사 거버넌스 토큰인 ‘클레이’의 미유통 물량 73%를 소각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단 측에 따르면 클레이 미유통 물량 74억8000개중 52억8100개의 클레이를 소각하는 방안을 거버넌스 카운슬(GC) 투표 안건에 상정했다. 나머지 20억개는 클레이튼 생태계 부양을 위해 사용하긴하나, 제대로된 활용처를 찾지 못한다면 3년 내 소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투표는 28일 23시 5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3월부터 그 결과를 이행한다.
재단은 “이는 생태계 개발과 확장을 위해 생태계 기여자들에게 보상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크러스트와 분리된 클레이튼, 왜?
앞서 지난 20일 클레이튼 재단은 크러스트로부터 블록체인 메인넷인 ‘클레이튼’의 운영권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오는 3월 부로 클레이튼 재단이 클레이튼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사업의 주요 주체로 활동하게 됐다. 이에 따라 크러스트에서 근무하던 주요 인력들이 클레이튼 재단으로 조직을 옮기기도 했다.
본래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튼 코인 발행과 관련한 사안을 관리하고 있었고, 크러스트는 클레이튼의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재단이 사업권을 넘겨받은 배경으로는 ‘카카오’라는 대기업의 자회사 자격으로는 국내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이 꼽힌다. 재단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국내 대기업인 카카오의 계열사로서 국내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고, 이는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블록체인 메인넷을 운영하는 데 불편한 절차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즉 카카오와 지분 관계가 없는 독립 법인인 클레이튼 재단으로 전반적인 사업 운영권을 넘겨 ‘탈중앙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클레이튼 재단 측은 “강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더욱 탄력적으로 생태계를 확장해가고자 한다”며 “클레이튼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발굴해 시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크러스트를 포함한 블록체인 업계 협력사들과 지속해서 협력관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클레이튼 재단이 밝힌 목표
클레이튼 측은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건전한 토크노믹스(토큰 경제)를 설계하겠다며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매스 어돕션 트라이펙타(Mass Adoption Trifecta)’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이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 ▲집단 교류(Collectiveness)의 특성을 띤다. 먼저, 지속 가능성은 블록체인 노드 운영, 생태계 확장 개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건강한 토크노믹스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검증 가능성은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도로, 운영의 투명성과 운영 시스템까지 검증 가능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나아가겠다는 클레이튼의 포부다. 집단 교류에 대해선 “더 많은 생태계 참여자들이 클레이튼 메인넷 기반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온보딩을 돕고, 진정한 의미의 대중화를 이끄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세 요소에 따라 클레이튼은 ▲클레이 디플레이션(Deflation) 모델 ▲퍼미션리스한 참여 촉진 ▲편리한 개발 환경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여태껏 클레이튼은 매초 1개씩 생성되는 블록 하나당 클레이 6.4개를 발행하는 인플레이션 체계로 생태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무분별 투자, 중앙집중화 등의 논란으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클레이 디플레이션 모델은 균형 있는 생태계 지원활동을 위한 것이다. 이는 지난 22일 실시한 클레이 소각과 내용을 같이 한다.
뿐만 아니라 퍼미션리스 네트워크를 클레이튼의 메인넷에 임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더 많은 사람이 밸리데이터(검증인, 블록체인에서 새로 생성된 블록을 검증하는 역할)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여는 것으로 2024년을 목표로 재단의 개입 없이 밸리데이터의 진입 혹은 퇴출이 자동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맞춤형 개발 지원 등을 통해 개발자들이 클레이튼 메인넷에서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그럼, 크러스트는?
크러스트가 클레이튼에 운영권을 넘겼다고 할지라도, 클레이튼 사업에 온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크러스트 측은 클레이튼 생태계 참여자로서 클레이튼 플랫폼과 ‘클레이’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데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클레이튼 재단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크러스트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이번 개편을 진행했다”며 “이번에 단행하게 된 개편 과정을 통해 완전한 탈중앙화로 한발짝 더 나아가겠다”고 전달했다.
더불어 크러스트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포함한 웹3 프로젝트를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크러스트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은행 CBDC 사업자로서 한국은행과 관련작업을 진행해 온 바 있다. CBDC는 디지털화된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현금으로,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