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바라볼까?

테라-루나, FTX 파산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흔드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시장은 암흑기에 들어섰다. 미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코어사이언티픽’, 미국 대표 가상자산 대부 업체 ‘블록파이’ 등이 파산 신청했으며 크라켄,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인원 감축에 나섰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사건사고들이 각성의 계기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메사리는 ‘2023년 가상자산 투자 테마’ 보고서에서 “2023년은 크립토 빌드의 시간”이라며 “가상자산 기술은 비록 높은 변동성을 동반하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2023년은 성장을 위한 인내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상황 속, 전통 금융권인 뉴욕 월가에서 가상자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사리는 이에 대해 “가상자산 기술이 장기적으로 그 가치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 제도권 내 대형 기업에게는 이 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상자산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던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최근 몇년 간 가상자산 산업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기도 했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1년 기관 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트레이딩 부서를 설립했으며, 모건스탠리 또한 같은해 가상자산 연구 조직을 신설하고 블록체인 전문 기술 회사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EDXM 홈페이지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각)에는 찰스 스왑,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시타델 등의 미국 금융계 거물들이 합작해 만든 가상자산 거래소 ‘EDX Markets(EDXM)’가 출범하기도 했다. 이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을 최초 상장했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던 JP모건 또한 최근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JP모건은 2020년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제미니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을 맺었고, JPM코인이라는 자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블록체인 청산 서비스를 개발했다.

 

또,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첫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거래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코빗 리서치는 이를 두고 “JP모건의 첫 디파이 거래 성공은 가상자산을 자신들의 기존 서비스에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낳은 결실이라 할 수 있다”며 “전통 금융 기업들의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시행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나 고액 자산가 등이 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 또한 이에 기인한다.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150달러(한화 약 18조원) 펀드 투자 옵션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금융 전문 미디어 파이낸스피드는 “블랙록이 펀드 투자 150달러 일부를 미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비트코인 선물에 할당했다”며 “블랙록은 지난해에도 2개의 파생상품에 비트코인 선물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25일(현지시각) 코어 사이언티의 파산을 막기 위해 1700만달러(한화 약 209억원)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가상자산 업체들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메사리는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향후 서서히 가상자산 업체들을 인수하는 것이 그리 허황된 시나리오는 아니”라며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현재 재정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상자산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 등으로 기존 사업과 융합할 적절한 기회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또한 가상자산 기업 인수를 위해 수천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매튜 맥더모트 골드만삭스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가상자산 업체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그 이전부터 가상자산 데이터 기업과 블록체인 관리 서비스 등의 관련 기업 11곳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회사 피델리티 등이 FTX 파산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DCG는 미국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탈(VC)로, FTX 파산으로 자금경색을 겪은 비트코인 중개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피델리티는 블록체인 관련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이에 대해 권세환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전통 금융사에게 가상자산 업체는 디지털 자산시장의 입구인 동시에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주요 비즈니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FTX 파산 사태 등을 보면서 가상자산업체들이 보여주는 낮은 신뢰성과 투명성, 고객확인제도의 복잡성 등이 소비자의 주요한 불만사항으로 떠올랐고, 이를 전통 금융사들이 해결할 수 있을거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향후 가상자산이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다면 금융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거래소 비즈니스 진출도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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