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가 음극재 경쟁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SK온은 미국 소재업체 우르빅스와 배터리 음극재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르빅스는 천현 흑연 가공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난 13일에는 LG화학과 포스코그룹이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흑연과 실리콘을 결합한 음극재를 2019년에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고요. 삼성SDI는 독자 특허를 보유한 실리콘 음극 소재 ‘SCN(Si-Carbon-Nanocomposite)’을 개발해 상용화했다고 하죠.

중국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나 NCM⋅NCA를 비롯한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이야기,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 알파벳이 바로 양극재의 종류를 나타내는 것이죠. 하지만 음극재는 다소 생소한 감이 있습니다. 과연 음극재는 어떤 역할을 하며, 흑연과 실리콘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극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전극의 역할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배터리에는 양극재와 음극재가 존재합니다. 양극재는 배터리 방전 시 음극재에서 나온 전자를 받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전자를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전류를 공급할 수 있으니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 에너지 밀도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음극재는 방전 시 가지고 있던 전자를 양극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자 저장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충전은 인위적인 힘을 가해 양극으로 넘어갔던 전자를 음극으로 다시 끌어오는 것이고요.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리튬의 구조와 산화환원 반응까지 설명해야 하지만, 많이 복잡하니 이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배터리 방전 시 음극은 전자를 제공하고 양극은 전자를 받는다, 정도로만 언급하겠습니다.

양극재에 존재하는 리튬이온은 이미 다른 물질과 완전히 섞여버린 화합물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예 화학적으로 단단히 결합했다는 말이지요. 반면 음극재에 존재하는 리튬이온은 음극재를 이루고 있는 원자 사이 사이에 껴 있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결정 구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음극재로 주로 언급되는 물질은 흑연과 실리콘이니, 각 구조를 살펴보며 설명하겠습니다.

왼쪽부터 흑연, 실리콘 구조. 실리콘 구조의 경우 분홍색이 리튬이온이다.

흑연은 6개의 탄소가 모여 정육각형 모양을 이루고, 이 패턴이 층층이 쌓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리콘은 정사면체의 다이아몬드 격자 구조를 가지고 있고요. 모두 빈 공간을 가지고 있죠. 리튬이온은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흑연 층 사이나 격자 구조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간 사이사이에 리튬이온이 비집고 들어가 있으면 충전 상태인 겁니다. 방전이 시작되면 이 사이의 리튬이온이 하나씩 빠져 나오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극재의 역할은 전자 저장고입니다. 좋은 저장 창고라면 전자를 안전하게 많이 보관할 수 있어야겠죠. 그런데 구조상 살펴보면 흑연보다는 실리콘에 리튬이온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습니다. 흑연은 탄소원자 6개 당 리튬이온 하나를 보관하는 구조이지만, 실리콘의 경우에는 원자 4개가 리튬이온 15개를 보관할 수 있거든요. 실리콘 음극재가 더 효율적인 저장고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실리콘을 당장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팽창률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 여러 개의 리튬이온을 집어 넣는 형태이다 보니, 그만큼 더 크기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업계에는 리튬이온 주입 시 흑연은 10% 정도 팽창하는 반면, 실리콘은 4배 가량 팽창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음극재는 에너지 용량과 충⋅방전 속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에너지 용량이 높고 충⋅방전 속도가 빠른 배터리를 원하고 있고요. 결국 배터리 업계는 실리콘과 흑연의 강점을 잘 살릴 음극재 개발에 나섰습니다. 여전히 음극재로는 흑연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더 효율적인 음극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음극재 종류도 다양합니다. 매우 얇은 탄소층 물질 ‘그래핀’으로 실리콘을 감싸거나, 탄소층을 원통형으로 감싼 탄소나노튜브(CNT)를 만드는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죠. LG화학은 2024년 하반기까지 대규모 CNT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각 기업은 음극재 개발에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마지막 과제는 가격 하락이 될 전망입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가 음극재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해 혁신 기술이 다수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그 기술 난이도는 높다”며 “개발한다고 해도 여전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추후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양산 여부와 가격 경쟁력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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