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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 삼성은 빅테크와 싸웠고, LG는 삼성과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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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리뷰. 미국에서 돌아왔습니다. 자, 이제 몇편동안 제가 CES에서 보고 온 것들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가전.

이번 CES에서는 삼성, LG, 소니  등 여러 가전 업체가 발표와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이 전시를 기반으로 각 기업의 전략을 예측해보겠습니다.

삼성과 LG는 지난 영상에서 약간 소개해드렸는데요. 가장 큰 특징, 거의 같은 제품군을 파는 LG와 삼성의 전략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다시피 삼성은 올해 특이한 발표를 했죠. 제품 하나하나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고 생태계에 대해서 이야기했죠. 전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삼성 QLED TV 좋다, 냉장고 좋다 이런 전시가 없었고요. 제품 자동화 시나리오만 잔뜩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서 청소기가 돌아가면 공기청정기가 함께 구동되고, 요리를 시작하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 자동으로 구동된다든가, TV나 청소기가 노인이나 동물을 인식해서 TV 카메라로 집안 상황을 보여주고 구조요청을 자동으로 해준다든가 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줬죠. 한번에 여러 개의 가전이 사전에 지정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입니다. 캄테크 기술도 도입했는데요. 스마트싱스에 연결되는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에 기존 네트워크에 별다른 설정 없이 연결하시겠습니까? 이렇게 뜨면서 홈 IoT 설정을 자동으로 해주고 와이파이 입력도 자동으로 공유해주고 이런 겁니다.

삼성이 이걸 도입하는 이유는 삼성도 이제 표준 IoT 프로토콜을 도입하기 때문인데요. matter-라고 부르는 표준 프로토콜이 올해 제품부터는 기본으로 탑재됩니다. 원래는 아마존 알렉사 지원 제품, 구글 어시스턴트 지원 제품이 따로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서로 연동이 안 됐죠. 이제 matter를 지원만 하면 이 제품들이 다 기본적으로 연결되거든요. 그래서 삼성은 우리가 matter의 주인이 되겠다-이런 선포를 한 겁니다. 전형적인 빅테크의 전략이예요.

올해 삼성 전시는 구글이 매년 하는 전시와 비슷했습니다. 구글은 항상 스마트홈 연결에 대해 전시를 하는데요. 삼성도 올해는 마찬가지였죠. 이유는 비슷합니다. 구글은 구글 네스트 스피커와 구글 앱을 통해서 스마트홈 컨트롤을 하도록 계속 독려해왔죠. 삼성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구글과 아마존, 삼성이 모두 matter를 지원하면? 삼성 입장에서 찬스가 생긴 거죠.

빅테크의 싸움은 주도권 싸움이에요. 애플은 다른 회사가 가지기 힘든 거대한 아이폰 판매량이 있고요. 충성도 높습니다. 이걸 기반으로 아이패드 생태계도 확장하고, 맥 생태계와도 통합을 하고 있죠. 애플이 폰에서 사용자 정보 추적을 못 하게 하니까 광고 회사인 페이스북 성과가 바로 맛이 갔잖아요. 그래서 페이스북은 메타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메타버스 시장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겠다-이런 전략을 선보이고 있죠. 아이폰이 아닌 시장에서는 구글이 짱입니다. 안드로이드를 만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최신 안드로이드 OS는 구글 픽셀이 제일 먼저 쓰고요. 삼성 폰은 그거보다 6개월 뒤에 최신 OS를 도입하죠. 구글은 검색과 유튜브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검색 결과를 어떻게 보여주냐에 따라서 광고 시장이 오락가락할 수 있죠.

삼성은 그동안 주도권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스마트폰 OS인 타이젠을 내놨었고요. 망했죠. 최근에는 TV OS도 다른 회사 TV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전략과 비슷한  거죠. 그런데 스마트홈 시장에서는 아직 패권을 잡았다-라고 할만한 업체가 없었습니다. 가전은 워낙 많은 업체가 만드니까 이게 통합이 안 됐던 거예요. 그런데 matter가 나왔잖아요. 삼성은 이걸 놓치면 안 되는 기회인거죠. 마침 구글 아마존이 가전을 안 만듭니다. 기회죠. 삼성은 matter, 그리고 HCA라는 두개의 표준을 지원하는데요. 각기 다른 회사의 제품을 쓰더라도 이 안에 삼성 제품이 있으면 이만큼 편리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편리하려면 삼성의 제품을 쓰는 게 좋다-이런 걸 보여준 겁니다. 전형적인 빅테크다운 발상이죠.

반면 LG는 원래 잘하던 걸 했죠. 올해도 다양한 TV를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무선 올레드 TV, AV 박스와 디스플레이를 분리한 제품이죠. 투명 올레드 TV, 투명 OLED인데 차광막을 올리면 TV가 되는 제품이고요. 97인치 올레드 에보, 작년 대비 밝기를 최대 70% 개선한 제품이죠. 이런 걸 내놨습니다. 모두 굉장한 제품이고요. 올레드 M 같은 제품은 선이 줄어드니까 인테리어에 유리하고요. 투명 올레드 TV 같은 경우에는 광고판으로 쓰거나 아니면 TV가 없는 것처럼 보여주다가 TV로 쓸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제품이죠.

신제품으로 무드업 냉장고나 스타일러 슈케이스도 나왔죠. 무드업 냉장고는 TV 컬러를 다운받아서 바꿀 수 있는 제품입니다. 살다보면 집 인테리어 테마가 바뀌잖아요. 그래서 컬러를 좀 바꿔주면 집 인테리어에 새로운 느낌이 나겠죠. 실제로 보면 정말 페인트칠한 것처럼 색이 자연스럽습니다. 스타일러 슈케이스는 스팀으로 신발을 관리하는 제품인데, 조명과 회전 기능을 넣었죠. 신발에 조명이 비춰지면서 빙빙 돌아갑니다. 콜렉터 분들께는 굉장히 좋은 제품이 되겠죠.

그러니까 LG는 인테리어 가전에 많은 노력을 들인 거예요. 요즘 홈 인테리어가 유행이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최적화된 제품을 계속 선보이는 겁니다.

삼성은 빅테크들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LG는 삼성과 싸우고 있었던 거죠. LG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삼성 발표 왜 이래? LG가 볼 거 훨씬 많다. 이랬거든요. LG는 OLED를 잘 만들잖아요. 그래서 부스에 들어가면 ‘올레드 지평선’이라고 부르는 LG만이 할 수 있는, 아니 사실 TCL과 BOE도 할 수 있는 엄청난 사이니지를 선보였고요. 대형 TV를 막 쎄려박아서 전시장 자체가 압도적입니다. 삼성은 그에 반해서 어 이게 뭐지? 삼성 뭐 전시하는 거지? 이런 느낌이었죠. LG도 삼성이 하는 걸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LG는 제품에 집중하고 있었던 거죠.

현장에서는 소니도 있었는데요. 소니는 메타버스용 카메라, 메타버스용 센서 이런 걸 전시하더라고요. 사실 삼성, LG, 소니 모두 주력 제품은 비슷해요. 그런데 올해 전략이 삼성은 스마트홈, LG는 인테리어, 소니는 엔터테인먼트로 정한 거죠. 그래서 이렇게 전시까지 달라졌던 겁니다. 재밌죠?

자, 사실 스마트폰과 다르게 가전은 matter를 지원하기만 하면 앞으로는 어떤 회사 제품을 사도 스마트홈 구현은 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회사들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배를 타기도 한 겁니다. 앞으로 우리 소비자들은 matter를 지원하냐 아니냐. 지원한다면 어떤 기능이 있냐를 잘 따져보고 가전을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구매 전에 꼭 알아보시고요. 저도 가전 리뷰할 때 이 부분 찾아보고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까다로운 리뷰가 빅테크 유튜버가 되는 그날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You know what I’m saying?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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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스마트홈과 가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이 쓴 글 ㅋㅋ 참 뻔뻔하다는 느낌 밖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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