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 가시화…금융권은 ‘관심’ 코인업계는 ‘덤덤’

‘증권형 토큰(STO)’의 제도권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1월 중 증권형 토큰의 구체적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2023년 신년사를 통해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증권형 토큰 등 새로운 투자수단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정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통적 금융권과 코인업계의 반응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금융권에서는 증권형 토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반면, 코인 업계는 오히려 무덤덤한 반응이다.

코인업계가 증권형 코인에 큰 기대감을 표하지 않는 이유는 자칫 밥그릇을 전통 금융권에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 증권성이 있다고 판정될 경우, 자본시장법에 의해 한국거래소로 이전된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 TF’ 초안에 따르면, 증권형 토큰은 주식의 성격을 띠기에 자본시장법을 준수해야 한다.

증권형 토큰이란?

증권형 토큰은 증권성 있는 권리를 지닌 자산을 말한다. 실물자산(부동산, 미술품 등)에 연동돼 있어 투자 위험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는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제도가 미비하다. 현재 자본시장/전자증권 제도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이나 관련 증권의 유통 기준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무법인 바른 디지털자산∙혁신산업팀에 따르면 증권성 판단을 위해 ▲사업 구조 ▲수수료 등의 비용 징수와 수익 분배 ▲투자를 받기 위해 제시한 광고, 권유 내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금융위가 발표할 가이드라인도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형 토큰 판단에 필요한 사항, 사업화에 필요한 고려사항을 추가로 안내할 예정이다. 증권형 토큰과 비증권형 토큰을 구분하는 판단 기준설립과 관련 시범운영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TO를 바라보는 각 시장의 반응

증권형 토큰 도입으로 의견이 분분한 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코인들을 증권으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것이다. 만일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이 증권형 토큰으로 규정된다면, 상당수가 한국 거래소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 측은 이와 관련해 크게 동요하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중에 증권형 토큰으로 판단될 코인은 거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형 토큰으로 판단될만한 사안들은 상장 등의 과정에서 이미 내부 평가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형 토큰의 정의가 어떻게 다뤄질지 촉을 세우고 있으며, 증권사들의 관련 사업 움직임 또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형 토큰은 코인 시장보다는 금융 시장에서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와 협력해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협의 중인 금융투자협회는 증권형 토큰 거래를 논의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 또한 지난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증권사들 또한 증권형 토큰 발행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블록체인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과 협력해 증권형 토큰 플랫폼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람다256과 협력해 증권형 토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능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KB증권도 관련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며, 올 상반기 내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위의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보다 리플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 결과를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관련 법안이 나온다고 해서 극적인 전환점이 될 거라고는 보지는 않고 있다”며 “금융위에서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할지도 궁금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리플과 SEC의 재판 결과”라고 말했다.

리플 소송은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의 가상자산 ‘XRP’가 증권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EC는 XRP를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발행∙유통 과정에서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고 소를 제기했으나, 리플은 관련 규정을 SEC가 제공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현재 SEC와 리플의 소송은 법원의 약식 판결(최종판결까지 가지 않고 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리플의 소송 결과가 증권형 토큰을 포함해 가상자산 규제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리플이 승소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은 이전보다 낮아진 규제 리스크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며, SEC가 승소할 경우 다수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돼 자본시장 규제의 영역으로 포섭될 것”이라며 “현재 어느쪽도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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