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벌이는 메쉬코리아, 야쿠르트 아줌마와 만날 수 있을까

메쉬코리아의 운명이 방향을 잡은 듯 보입니다. 창업자인 유정범 전 대표이사는 25일 이사회에 의해 해임됐고 공동창업자인 김형설 신임대표가 대표 자리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선 매각협상자도 선정됐습니다. 김 신임 대표의 손을 잡은 hy(구 한국야쿠르트)가 그 주인공인데요. 주주 전원이 찬성했다고 합니다. hy 측은 인수를 시도하는 단계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 대표는 최대한 빨리 hy 매각딜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만일 hy가 메쉬코리아에 대한 기업실사를 진행한 후 인수를 결정한다면, 회사 지분 67%를 800억원에 취득한 후 회사를 인수하게 되는 거죠. 이륜차를 탄 부릉과 전동 카트를 탄 야쿠르트 아줌마가 함께 하는 겁니다.

메쉬코리아, hy에 매각 가닥…유정범 대표 해임

우선 김 대표가 이끄는 메쉬코리아와 hy는 OK캐피탈과 기술보증보험 등 채무를 빠르게 변제할 계획입니다. 메쉬코리아는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 회사 정상화를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는데요.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주 월요일이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일이기 때문에 이번주 내로 일정을 진행해야 회생절차 개시를 막을 수 있습니다. hy는 회생기업 자금대여(DIP) 600억원 지원 허가를 신청해 채무를 해결하고, 이후 자금을 추가 투입해 총 8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안을 내세웠습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만일 회생신청 개시를 막는다면, hy를 우선 매각협상자로 해 공개입찰을 진행하게 될 것이며 최종확정일은 4월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부릉과 야쿠르트 아줌마는 어떻게 협력할까

그렇다면 hy가 메쉬코리아를 인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지금, hy와 메쉬코리아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메쉬코리아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메쉬코리아가 hy그룹의 일원이 되면 양사의 라스트마일 배송망 통합 활용의 시너지 효과 창출과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한다

그럴 듯합니다. 양사 모두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가지고 있거든요.

hy는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렸던 프레시매니저의 전국 라스트마일 배송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기준 1만1000여명 프레시 매니저는 전국 520여개 물류 영업거점으로부터 상품을 받아, 전동 냉장카트 ‘코코(CoCo)’에 실고 배송합니다. B2B 물류 사업 ‘프레딧배송’을 운영해 타사의 제품을 배달하기도 하죠. 

메쉬코리아는 이륜차 기반 실시간 배송을 운영합니다. 지난해 7월부터 TF를 구성해 새벽배송, 풀필먼트 등 주요 사업을 종료했죠. 현재에는 이륜차를 기반으로 한 B2B 사업에 중점을 두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월 300만~500만건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조합은 어떻게 될까요?

하나 생각해볼 점은 과거 hy가 메쉬코리아와 손잡은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양사는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hy가 메쉬코리아와 손잡은 이유는 냉장 카트 코코가 닿지 못하는 지역까지 배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코코의 주행 속도는 최대 8km, 배송 속도를 고려한다면 분명 배달 지역 및 물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B2B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메쉬코리아와의 협업을 계획했다는 의미죠. 그러나 지난해 10월 메쉬코리아가 위기에 처하면서, 실험 단계에서 멈춘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이륜차 배송망에 IT솔루션을 더합니다. 메쉬코리아는 경쟁사도 인정하는 IT기술력을 가진 기업입니다. 이들의 솔루션을 이용해 배차, 노선을 효율화하겠다는 겁니다. hy가 식품업계에서 자체몰을 잘 운영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물류를 전문으로 하는 IT기업이 아니니까요.

결국 프레딧 배송을 운영하는 hy의 입장에서는, 더욱 촘촘한 라스트마일 배송망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이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메쉬코리아 입장에서는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가치를 인정해 회사를 정상화해야만 했고, hy는 코코보다 빠른 라스트마일 배송망과 배송에 특화된 IT솔루션을 가지게 됐으니 윈윈(WIN-WIN)이라고 볼 수도 있죠. 당장 돈 낼 의사가 확실한 hy는 메쉬코리아의 든든한 가족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hy의 인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냅니다.

우선 첫째로는 hy가 지불하는 800억원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우선 메쉬코리아가 변제해야 할 비용을 따져볼까요. OK캐피탈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만 360억원이고요. 현재 밀린 세금은 100억~150원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1, 2월에 내야 할 세금이 100억원이 더해지고요. 여기에 대행점과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업계 관계자는 메쉬코리아가 당장 지불해야 할 금액이 800억원은 훌쩍 넘는다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현재 메쉬코리아의 이륜차 관련 기술 인력이 상당수 퇴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메쉬코리아의 현재 월 배달건수가 500만건 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200~300억원을 투자해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두번째로는 유정범 전 대표의 행보가 불안하다는 겁니다. 유 전 대표는 25일 인감 도장, 인감 카드를 들고 사라졌습니다. 만일 인감이 없다면, 대표 이사 변경을 위해 인감을 새로 발급 받아야 합니다. 대표 이사 변경을 늦추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됩니다.

앞으로 hy가 메쉬코리아를 인수할지, 아니면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죠. 

물러나지 않는 유정범 대표

그런데 25일 유정범 전 대표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여전히 대표는 자신이라는 겁니다. 또한 효력 금지 가처분 등 법적 쟁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상황은 이렇습니다.

 

1.   김형설 이사는 2023. 1. 25. 자신이 자문을 받고 있는 법무법인 여백에서 이사회를 소집하였으나, 당사와 투자자들 사이의 주주간합의서에 따르면 대표이사 변경을 위한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사전통지를 거친 후 2주 후에나 소집통지가 가능합니다. 이사회소집기간 1주를 고려하면 2월 이후가 가장 빠른 이사회 가능일자였고, 대표이사인 본인 유정범은 이사회 소집에 동의하되 이를 설명하고 기간을 연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김형설은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였다고 주장하며 이사회 소집을 강행하였습니다.

2. 이는 김형설이 대표이사 권한을 탈취하여 HY에게 낮은 가치로 메쉬코리아를 사실상 매각하기 위하여 회사의 주주에 대한 계약위반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로, 본 대표이사는 이러한 회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같은 날짜에 당사 사무실로 이사회를 소집하여 다른 이사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위법한 대표이사 변경 결의를 방지하려고 하였습니다.

3. 본 대표이사는 이사회 직전까지도 다른 이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이들은 연락 자체를 받지 않았고 본 대표이사는 어쩔 수 없이 2023. 1. 25. 법무법인 여백에서 개최되는 이사회에 참석하여 마지막으로 설득을 해 보려고 하였습니다.

4. 이에 유정범 대표이사는 10시 본사 이사회에 이사들이 참석하지 아니하여 위와 같은 설명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였고, 이에 당일 오전 9시부터 법무법인 여백 건물에서 대기하며 이사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10시 이전 본사 사무실 앞에 이사들이 도착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당사 사무실로 되돌아갔습니다. 한편 설 연휴 중 김형설은 본사에서 이사회를 참하겠다는 취지로 감사 및 다른 이사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이나, 유정범 대표이사에게는 전혀 문자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5. 김형설 등은 본사 사무실 문 앞에 ‘문이 잠겨 있어 이사회 장소를 법무법인 여백에서 10:40으로 변경한다’는 문구를 남겼습니다.

6. 본사 사무실은 회사 유무 및 보안점검 등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유정범 대표이사에게 연락을 취하면 출입하여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하였을 것이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형설 등은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습니다.

7. 김형설을 포함한 이사들은 단 한번도 유정범 대표이사에게 당사 사무실 이사회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이사회 장소를 또다시 변경할 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만약 본인에게 전화 한통화만 주었어도 즉시 사정을 설명하여 당사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을 것입니다.

8. 결국 본사에서의 유효한 이사회는 이사들의 불참으로 개회되지 아니한 것입니다.

9. 이렇듯 김형설이 개최한 이사회는 당사가 주주들과 체결한 주주간합의서에 위반할 뿐 아니라, 적법한 소집권자인 유정범 대표이사의 정당한 이사회 소집을 방해하여 위법하게 개회된 이사회에 불과합니다.

10. 따라서 김형설 등이 이사회에서 결의한 내용은 무효이므로 메쉬코리아 및 유정범 대표이사는 이에 대하여 법적으로 다투고자 효력금지가처분 등 법적 쟁송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유정범 대표 입장문 전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대표이사 변경을 위한 이사회는 무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 대표는 인감 도장, 카드를 자신이 보관하는 건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유정범 대표가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라며 고 전했습니다. 

또한 급여에 대한 문제도 있는데요. 25일이 급여일인 메쉬코리아는 당일 급여가 지급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형설 대표 측에서는 유 대표가 돈을 인출해 지급이 어려웠으며, 26일 hy의 자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반면, 유 대표 측은 김 대표가 계좌를 정지해 지급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유 대표의 변호사인 신우진 변호사는 메쉬코리아의 운영자금이 전혀 없어 라이더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을 위해 매주 금요일 자금을 빌려 다음주 월요일 돈을 갚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김 대표의 불법적인 계좌 정지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투자에 대해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며 “국내 유수기업과 해외 유수 투자사가 참여해 자금 능력 등에서는 hy와 유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재 유정범 대표의 행보는 법적인 자문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사가 베일에 쌓여있고 사실상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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