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발표됐을 때 깜짝 놀란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직 기업의 틀을 제대로 갖춘 것 같지도 않은 스타트업이 약 2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정육각이 돈이 많은 회사도 아니었습니다.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단기자금대출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정육각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리를 한 셈이죠. 특히 초록마을 인수 후 투자시장도 얼어붙어 정육각은 고생을 좀 했습니다.

정육각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면서 초록마을을 갖고 싶어했던 걸까요?

무리한 인수? 

초록마을은 1999년 설립된 친환경 유기농 식품 판매 기업입니다. 유기농 시장에서는 충성고객과 이미지가 좋은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초록마을이 M&A 시장에 나오자, 많은 기업들이 초록마을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컬리, 바로고 등이 대표적입니다. 컬리나 바로고는 정육각에 비해 현금도 넉넉한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컬리와의 결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평가 받았죠.

하지만 정육각이 최종 승자가 되었습니다. 정육각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인수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는 우려 반, 놀라움 반이었습니다.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인수하기 위해 900억원을 썼습니다. 정육각의 누적 투자금은 당시까지 700억원 안팎이었고, 사업도 아직 손익분기점를 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무리한 인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죠.

정육각은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시리즈D 투자라운드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얼어붙은 투자시장으로 인해 원하는 수준의 투자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정육각은 시리즈D 투자라운드에서 1500억원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투자라운드가 마무리된 후 밝힌 금액은 470억원에 불과합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은 성공적이지만, 목표했던 금액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은 불안요소입니다. 투자금은 초록마을 인수대금의 반밖에 안 되니까요. 

한 VC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 시리즈D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 받을 수 있으나 회사가 필요한 금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모자라다고 말했습니다.

또 정육각에게는 아직 한 가지 짐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올해 4월 상환해야 하는 단기자금대출입니다. 회사는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370억원 규모 단기자금대출을 받았는데요. 기간이 연장되었으나 그럼에도 3개월 안에는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투자금으로 빚을 갚고 나면, 또다시 빈털털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투자금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육각이 원했던 초록마을과의 시너지는?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퀵커머스 거점’입니다. 초록마을은 전국에 47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육각이 이를 거점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쓰려는 것 아닐까, 추측한 것이죠. 퀵커머스가 업계의 화두가 된 당시, 초록마을 매장을 일종의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육각의 얘기는 다릅니다. 초록마을 매장을 정육각 서비스의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은 아니라는 것이죠. 초록마을은 초록마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정육각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어떻게 쓸 계획일까요? 인수 소식을 밝힌 당시, 김재연 정육각 대표가 밝힌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선식품을 취급한다는 공통점 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축산물과 과채류·가공식품, D2C 제조 역량과 전통적인 유통 네트워크 등 각자의 장점이 명확하게 다른 두 기업이 원팀으로 만나게 됐다. 틀에 갇히지 않은 방식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해 식품 시장 판도를 바꿔보고 싶다.”

정육각 관계자는 이러한 말도 했는데요.

초록마을은 유통업계에서 20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식품 전반의 소싱 능력 등을 가지고 있다. 정육각에게는 아예 없는 거다.” 

우선 두 기업의 역량을 각각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육각은 2016년 온라인 축산물 유통업체입니다. 도축 4일 이내 축산물을 판매해 소비자에게 ‘초신선’이라는 가치를 내세웁니다. 돼지, 소, 닭, 수산, 밀키트, 우유, 달걀, 이유식 전용 축산물까지 판매하고 있는데요. 수직계열화를 내세웁니다. 수요예측, 주문, 제조, 물류 전 과정에 IT 기술을 적용하고 있고요. 직접 상품을 생산, 판매, 배송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다고 회사가 축산부터 하는 건 아니고요. 선진포크 등 기업과의 조율로 도축단계부터 조정해 원하는 수준의 원물을 공급 받습니다. 사료, 품종 등을 미리 합의한 원물을 공급 받는데요. 수요 예측에 따라 주문해 공급 받는 이 원육을 박스육이라고 부릅니다. 이후 성남, 김포에 위치한 육가공 공장 스마트팩토리에서 제품을 생산, 정육각런즈로 수도권에서는 당일배송, 대전, 세종까지는 새벽배송을 운영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초록마을은 1999년 시작한 친환경 유기농 전문 식품 업체입니다. 전국 400개의 매장에서 친환경, 유기농 상품을 판매합니다. 정육각에 비해 업력도 오래됐고 다양한 상품을 소싱해 판매하고 있기도 하죠. 

정육각의 입장과 두 기업의 특징을 살펴보면 두 가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보입니다. 퀵커머스를 위한 라스트마일 기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 겁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정육각 입장에서 오프라인 판매 거점은 매우 유용합니다.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수요는 여전히 큽니다. 하지만 정육각은 단순히 ‘신선’을 넘어 ‘초신선’을 표방해 왔습니다. 대형마트 등 일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정육각의 상품을 판매한다면 ‘초신선’이라는 브랜드와 고객경험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초록마을 매장은 꽤 유용한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객경험을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초신선’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상품군 확대입니다. 정육각에는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축산물 뿐 아니라 다른 신선식품까지 확장하는 전략이었는데요. 지난해 농수산물 직접거래(D2C) 플랫폼 직샵 정식출시와 식품전문숍초샵리브랜딩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신사업 진행을 전면 중단하고 정육각 서비스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회사는 당장의 외형 확장에 집중하기 보다 체질개선에 주력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고강도 쇄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캐시버닝 전략이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정육각, 그리고 초록마을에만 집중하겠다는 의미인데요. 일각에서는 정육각이 신선식품을 유통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보다는 친환경, 유기농 상품으로 인지도가 높은 초록마을에 집중하는 게,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는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 측은 신사업 관련된 모든 계획은 재개 시점이 돼서야 공개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초록마을 흑자전환이 최우선 과제

정육각은 양사 모두 흑자전환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으나, 초록마을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타임라인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회사 관계자는 초록마을이 아날로그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이 있어 구조적 변화만 시도하면 금방 체질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물류, 인력 운용 등에서 말이죠.

초록마을은 인력 구조 개편, 물류, CS 등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정육각과의 인적 교류를 통해 수익성 개선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정육각이 구축한 스타트업 식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을 초록마을에 이식할 계획입니다. 회사는 인적 교류가 비용 축소, 운영 효율화, 상품 개발, 마케팅 등 전반의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물류의 디지털화를 통해 초록마을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록마을 용인 물류센터에 정육각이 보유한 D2C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솔루션 역량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초록마을 당일배송 서비스 ‘초록배송’에 정육각런즈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초록마을 매장 41개의 당일 배송을 정육각런즈에서 맡고 있습니다. 정육각런즈는 플렉스 모델로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을 활용해 정육각의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제공=초록마을)

아울러 초록마을은 정육각과 합작한 매일신선시리즈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매일신선은 색깔과 요일로 입고일 정보를 전하는 신선식품 프로젝트인데요. 회사는 매일신선 프로젝트의 첫 상품으로 국내산 돈육 8, 무항생제 한우 5종을 판매하며 이달 중 닭과 수산물을 추가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육각 상품의 판매 채널 확대 뿐 아니라 일종의 PB상품으로 원가 절감까지 노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자신들이 인수한 초록마을에서 상품을 직접 유통하기 때문에 초신선이라는 가치를 지킬 수도 있죠. 회사는 매일신선 프로젝트도 양사의 교류로 이뤄진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초록마을 흑자 전환, 영리한 선택 혹은? 

초록마을 흑자 전환을 우선으로 한 것은 어쩌면 영리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매출, 적자 규모를 보았을 때, 초록마을의 흑자 전환이 좀 더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록마을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매출은 약 2001억 7800만원, 적자는 41억원 수준입니다. 반면 정육각은 2021년 매출 401억 1572만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적자는 249억 3500만원에 달합니다. 정육각의 매출이 초록마을에 비해 적고, 적자 규모는 훨씬 크죠.

또한 초록마을의 매출원가율은 72%로 높지 않습니다. 영업손실의 원인으로 지적 받는 비용은 판관비인데요. 초록마을의 판관비는 599억원 수준으로 이중 운반비가 156억원으로 두드러집니다. 물류 내재화와 경영 효율화로 판관비를 줄인다면, 초록마을 흑자 전환은 어렵지 않은 문제일 수 있죠. 


다만 정육각의 적자 개선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육각이 수직 계열화를 추구한 만큼, 가지고 있는 공장, 물류센터 등이 있기 때문인데요. 한 마디로 몸이 무겁다는 겁니다.

당분간 비용을 크게 줄일 계획이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말 신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회사는 정육각 서비스의 고객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제품 생산기지인 스마트팩토리 운영일을 주 7일로 확대합니다. 회사는 지금까지 원물 산지 현황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 공장을 평일만 가동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공급망 관리(SCM) 고도화, 스마트팩토리 백오피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 생산효율을 끌어올린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운영일을 늘렸다는 설명입니다. 생산일을 확대했기 때문에 월-토까지 상품을 선보이는 매일신선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겠죠. 또한 회사는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올해 내로 고객센터 운영일을 주 7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육각의 초신선 제품 운영이 고물가 시대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정육각의 축산물 제품은 초신선, 즉 프리미엄 상품을 지향해 다른 기업보다 가격이 다소 높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애초에 시장에 같은 스펙의 제품이 없으나 다른 축산물과 단순 비교하면 가격이 조금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랫폼 트래픽이 계속 감소하는 모습도 관측할 수 있는데요.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혁신의숲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약 30 4000명에 달했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같은해 11 127000명으로 급락했습니다. 정육각 측은 “수익성 개선으로 마케팅을 줄였으나 매출은 견조하게 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패착일지 미래를 위한 기회일지는 아직 더 지켜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비용 문제로 추가적인 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초록마을이라는 든든한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가지게 된 점도 긍정적입니다. 또한 초록마을이 먼저 흑자 전환을 한다면, 이미 투자로 시간을 확보한 정육각은 강력한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시간을 추가로 벌 수 있습니다. 다만 정육각이 그동안 마땅한 대책을 내어놓을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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