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AI가 쓴 글을 구별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외쿡신문은 주 1회 글로벌 테크 업계 소식을 전합니다. 

  • “인간은 인간의 글이 아니라는 걸 알 자격이 있다”
  • “우리, 그냥 수리하게 해주세요”
  • 애플의 다음 타깃은 ‘인도’
  • FTX 창업자 샘 뱅크먼 “범죄 아니고 실수”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영감 받은 대만,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계획

“인간은 인간의 글이 아니라는 걸 알 자격이 있다”

사람처럼 대화를 하고 글을 쓰는 AI챗봇 ‘챗GPT’가 등장한 이후 많은 사람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인간이 AI에게 지배하지 않을까’라는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일까지는 걱정하지 않더라도 AI가 인간의 창의성과 차별성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챗GPT로 학교 숙제를 작성하거나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에 AI를 이용할 수 있겠죠. 심지어 전업작가라도 부분적으로는 AI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챗GPT로 에세이를 써서 숙제로 내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4학년 학생인 에드워드 티안은 컴퓨터과학과 저널리즘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는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는 ‘블랙박스’적인 특성과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글과 AI의 글을 구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쓰여진 글이 인간이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자격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역의 커피숍에서 티안이 개발한 ‘GPT제로’는 챗GPT로 작성한 글을 분별해내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는 스트림릿(Streamlit)이라는 앱 개발&호스팅 플랫폼에 이 프로그램을 올렸는데 금방 서버가 다운돼 버렸습니다. 너무 많은 사용자가 몰려든 것이죠.

그에 따르면 ‘GPT제로’는 당혹성(perplexity)와 간헐성(burstiness)라는 두 가지의 기준으로 AI가 작성한 글인지 아닌지 판단한다고 합니다. ‘당혹성’은 문장의 무작위성을 측정하는 기준입니다. 문장이 잘 구조화되어 있거나 낯선 표현이 많다면 당혹성은 높아집니다. 

‘간헐성’은 텍스트 전반에서 문장이 얼마나 다양한 무작위성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인간은 단순한 문장과 복잡한 문장 등 다양한 구조의 문장을 쓰는 데 반해 AI는 텍스트 전반에서 복잡도가 낮은 문장을 주로 생성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티안이 AI를 반대하는 인사는 아닙니다. 그는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윤리적으로 사용된다면, 그리고 상호간 동의 아래 사용된다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티안의 개발 과정에도 AI는 많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AI가 쓴 문장인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챗GPT의 조상인 GPT-2 오픈소스 버전을 사용했으며, 코딩 과정에서도 코파일럿과 같은 AI 기술을 이용했다고 밝혔습니다. AI를 막기 위해(?) AI 모델을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취미로 개발한 GPT-제로가 인기를 끌자 그는 이 프로그램을 좀더 고도화 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유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그냥 수리하게 해주세요”

앞으로 존디어의 농기계를 사설 수리업체에서 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세계적인 농기계 제조업체 존디어는 최근 미국농업국연맹(American Farm Bureau Federation)과 이같은 내용의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에게는 좀 낯설지만 미국의 전자&기계 제품은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수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설수리를 할 경우 AS 보증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죠. 대표적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함부로 열었다가는 AS 보증이 끊깁니다. 애플이나 애플이 인증한 제3업체에서만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이런 곳의 수리비가 비싼 것은 기본이겠죠?

존디어 농기계 제품도 이와 유사했습니다. 농부들이 스스로 제품을 고치면 안되고, 존디어의 공식 수리센터에서, 공식 부품으로만 수리를 할 수 있습니다. ‘수리’는 제품 개발사의 또다른 수익모델이었습니다. 아이폰은 그나마 도시 내에서 수리할 수 있었죠. 존디어 제품 수리를 위해서 농부는 제품을 싣고 수천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존디어가 갑자기 착해져서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하게 된 건… 당연히 아니고요.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2021년 ‘소비자 수리권(right to repair)’를 보장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 행정명령은 사설수리 금지를 반경쟁적인 제한으로 보고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공정위는 수리권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제품제조사가 애프터마켓까지 독점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앞서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소비자 수리권을 제한하는 제조업체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뉴욕주는 지난해 수리권을 법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수리권 개념을 법률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수리권이 명시된 자원순환기본법, 소비자 기본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으며,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일부 휴대폰을 제외하면 사설수리가 금지된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인지, 대체로 ‘환경보전’ 개념의 차원에서 수리권에 접근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애플의 다음 타깃은 ‘인도’

인도에 공식 ‘애플 스토어’가 열릴 것 같다고 합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인도에 구인공고를 냈는데 애플 스토어에서 일할 직원들이라고 합니다. FT는 아울러 링크트인을 인용해서 애플이 이미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에서 최소 5명의 매장 직원을 고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의 직함은 ‘리드 지니어스(Lead Genius)’ ‘시니어 매니저’ 등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애플은 자사 공식 스토어에서 일하는 직원을 ‘지니어스’라고 명명합니다.

애플이 인도에 공식 스토어를 연다는 것은 세계 2위 규모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시장 점령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현재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저가형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삼성, 샤오미, 오포, 비보, 리얼미 등이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쓴 맛을 보는 사이, 애플은 중국의 프리미엄 폰 시장을 점령해갔습니다. 중저가 시장은 중국 국내 브랜드가 지배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의 독무대가 됐습니다.

이런 애플이 다음 타깃을 인도로 점 찍었다는 것입니다. 아직 인도는 프리미엄 폰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애플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프리미엄 폰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인도시장까지 애플에 내주면 많이 곤란해질 것 같습니다.

특히 애플은 인도를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일상화 되고, 공급망 전쟁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서 중국에 있는 생산거점의 일부를 인도로 옮기는 것이죠. 최근 애플 아이폰 최대 생산공장인 허난성 정저우 시에 있는 폭스콘 공장이 코로나19 확산과 노동자의 시위로 일시 폐쇄되기도 했었죠. 이에 폭스콘은 인도공장의 생산규모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14와 같은 최신 제품도 인도에서 생산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 “범죄 아니고 실수”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8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샘 뱅크먼은 “사기칠 의도는 없었으나, 회사를 운영하면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뱅크먼은 현재 현재 고객 및 대부업체에 대한 전신 사기, 상품 및 증권 사기 음모, 자금 세탁 혐의, 선거 자금 관련 법률 관련 혐의 등 8개 범죄 혐의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반면 미 연방검찰은 샘 뱅크먼이 2019년 FTX  설립 초기 때부터 투자자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이 샘 뱅크먼 전 CEO가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비용과 부채를 갚기 위해 FTX 고객들의 돈을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벤처 투자, 부동산 구입, 정치 헌금 등에도 이를 활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벤처 캐피털리스트들과 주식 투자자들을 상대로도 사기를 쳤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이들로부터 유치한 18억 달러 상당의 투자금을 임의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샘 뱅크먼 전 CEO와 FTX, 알라메다 리서치를 모두 사기 혐의로 고발하며 “알라메다가 컴퓨터 코드 조작을 통해 FTX에서 고객 자산 수십억달러를 인출하게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스타링크에 영감 받은 대만,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계획

대만이 스타링크와 같은 인공위성 기반 인터넷 제공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FT가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침공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대만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 통신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교훈을 얻어 이같은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위성을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서 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가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의외로 전쟁 상황에서 유용함이 증명됐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지상 인터넷 서비스와 휴대전화 통신망을 파괴했지만, 스타링크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인터넷 통신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중국이 침공 시 대만도 스타링크를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스타링크만 믿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회사인 스페이스가 쏘는 위성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마음대로 할 수 있죠. 언젠가부터 머스크는 불확실성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렸네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벌어지자 일론 머스크는 접시형 안테나 및 라우터 약 2만 세트를 우크라이나로 보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은인이죠. 그런데 머스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인정하고 러시아군이 침공한 지역에서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속이 뒤집어질 얘기인데요, 화가 난 우크라이나 대사는 대찬 욕설을 섞어 머스크를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8000만 달러가 들어갔다며, 무료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말을 바꿔서 계속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만 입장에서 국가와 국민의 명운이 놓인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 이런 머스크에 의존할 수는 없겠죠? 자체적으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당연합니다. 오드리 탕 대만의 디지털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스타링크가 어떻게 매우 성공적으로 이용되어 왔는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