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찾아간 이재용 회장, 삼성 미래 먹거리 자동차 꼽았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등 경영진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2009년부터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삼성전자는 이번 만남으로 현재의 협력을 공고히 다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과 BMW는 13년 간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BMW는 2013년 최초로 공개한 순수 전기차 i3와 2015년 i8, 2021년 iX⋅i4 등 제품에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해 왔다. 두 업체는 2014년에 배터리를 넘어 차세대 소재 등 전기차 기술 공동 개발까지 협력을 확대했다. 2019년에는 삼성SDI와 BMW가 자동차전지 공급을 위한 장기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추후 공급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재용 회장은 BMW 드라이빙 센터와 BMW의 최신 플래그십 전기차 모델 뉴i7를 살펴봤다. 뉴i7 모델에는 삼성SDI의 고성능 배터리 P5가 탑재돼 있다. P5를 탑재하면 기존 전기차 대비 에너지 밀도는 20% 높고 재료비는 20%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BMW 모델 중에는 뉴 i7 외에도 iX, i4 등 최신 전기차 기종에도 P5 배터리셀이 적용됐다.
이 회장이 BMW를 찾아간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이 전장 사업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추측한다. 삼성은 전장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발언을 올해 중순부터 꾸준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의 음향기기 전문 자회사 하만은 올해 초 독일 차량용 증강현실 업체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당시 하만은 아포스테라의 AR 솔루션을 디지털 콕핏 제품에 적용해 해당 역량을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독일 BMW 본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현재 현금성자산 124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이재용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SDI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면 BMW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전장 사업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을 볼 수 있다.
전장 시장은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시장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7.4%를 기록하고, 2024년에는 시장규모 약 4000억달러(약 520조원)를 달성할 전망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LG 등 기업이 전장 사업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이 회장은 “BMW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리버 집세 CEL는 “BMW는 한국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차량에 전례 없는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 파트너사의 기술 잠재력을 지속해서 발굴하겠다”며 “전동화 부문에서 삼성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고, 삼성 경영진이 BMW i7와 함께 하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삼성SDI가 BMW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뉴 i7’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분야에서 협력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