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짬바] 맨바닥서 다진 ‘게임 운영·QA’, 전문가 영역 맞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를 만납니다. IT 여러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분들 그리고 기사로 쉽게 접하지 못했던 업계 내 실력자들의 얘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이런 분들을 최근 신조어로 ‘짬바’라고 칭하더군요. 짬바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줄임말로 오랜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여유와 노련미를 뜻합니다. 성공한 창업자만이 역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일궈온 열정피플의 연재를 이어갑니다. <편집자 주>

‘게임 운영·QA 1세대’ 변남용 큐로드 이사 인터뷰
RF온라인부터 맨바닥서 운영·QA 매뉴얼 일궈
운영과 QA 경계 모호하다 각각 전문 영역 분화
‘大모바일 시대’ 전환하며 고객만족(CS) 중요
예외적 사례 검수도 필요…출시 전 수문장 역할

“국내 게임 운영과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모바일게임 QA 수준이 글로벌에서도 봐도 높아요. QA가 필요한 곳은 게임뿐 아니라 커머스앱, 웹서비스 등도 해당됩니다. 게임이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고요. 게임은 결제 모듈부터 시작해서 온갖 콘텐츠가 붙고 램과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많이 사용해 기기의 발열을 유발하고 또 모바일 기기 성능을 모두 끌어내서 쓰기 때문에, 여러 기능 면에서 요구하는 QA 수준이 높습니다.”

게임·앱 운영·QA로 유명한 큐로드의 변남용 세일즈&마케팅비즈 이사(44)를 만났다. 그는 운영·QA 분야 1세대이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게임 기업을 거치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다. 탱크대전게임 ‘포트리스’로 유명했던 CCR에서 2004년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아버지가 토목 일을 하셔서, 그쪽 공무원을 원하셨습니다. 제 전공이 토목이었고요. 그러나 게임에 훨씬 관심이 많았어요(웃음). 영화나 TV시리즈 등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관심이 많았죠. 제가 커뮤니티 활동을 좋아했고 또 QA가 성격에 맞을 거 같아 무턱대고 지원했습니다.”

변 이사는 온라인게임 ‘RF온라인’을 맡았던 CCR 이후 NHN에 합류한다. NHN이 고스톱·포커류 등 캐주얼 장르가 아닌 대형 역할수행게임(RPG)인 ‘아크로드’ 운영팀을 만들겠다는 공지를 내면서,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

“아크로드 운영팀에 가보니 기존 업무 프로세스가 있던 게 아니고 맨바닥부터 다 같이 시작하는 분위기였어요. 저한테 오히려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당시 스스로 공부하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게 됐어요. 다행스럽게 론칭 이후 게임에 문제가 많았네요(웃음). 왜냐하면 운영팀에서 해결할 일이 많거든요. 게임 공지사항을 제가 다 쓰기도 하고, 그때 유저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정돈하고 얘기할 것인가를 배웠던 거 같습니다. 진짜 고생하면서 되게 많이 배웠죠.”

변 이사는 미국 터바인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NHN의 야심작 ‘반지의제왕 온라인’을 책임지고 맡게 된다. 결과적으로 흥행작 반열엔 오르지 못했으나, 한국과 미국 기업 간 협업을 배웠던 계기가 됐다. “터바인 본사 직원과 여러 얘기를 해보니 운영 툴과 매뉴얼이 저희가 알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더라”는 게 그의 설명. 이후 NHN서비스가 청주로 이전하면서 결혼생활과 업무 영역 확장을 고민한 끝에, 한빛소프트로 이직하게 된다.

“한빛소프트에서 그때부터 QA 일을 했습니다. 업계 초반엔 운영과 QA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곳이 많았어요. 지금이야 완전히 분리돼 있고 각각 영역에서 전문화됐습니다. 그때 갔더니 헬게이트(게임명)가 열려 있었어요(웃음). 계속 나오는 게임도 있었고 고생을 많이 했던 거 같습니다. 개발팀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까, 어떻게 QA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생각도 정리도 많이 했고요.”

변남용 큐로드 세일즈&마케팅비즈 이사

변 이사는 2009년 넷마블로 넘어가 ‘드래곤볼 온라인’ 운영을 맡는다. 재배맨으로 불리는 캐릭터가 무수히 등장해 ‘재배맨 온라인’으로도 불렸던 게임이다. 그는 웃음을 섞어가며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털어놨다.

“일본 IP 게임 운영이 너무너무 까다로웠습니다. 정말 그래야 할 이유가 있죠. 원작 훼손을 하면 안 되고 또 원작을 좋아하는 독자나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당연한 부분도 있고, 원작자가 고수해야 하는 입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그 원칙에 많이 몰입을 하다보니…. 당시 불만도 얘기하고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각자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작 코믹스와 극장판, TV판 등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만나는 빌런들 그런 서사와 게임의 특징하고는 잘 안 맞거든요. 게임은 여러 유저가 들어가서 각자 캐릭터를 키우는 경로도 다르고,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하면 싱글 게임인데, 온라인게임과는 맞지 않았나,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게 결국 재배맨이라고 하는 그런 것들로 제한이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는 ‘스페셜포스’와 ‘솔저오브포춘’ 등 총싸움게임 운영도 맡는다. 솔저오브포춘을 맡을 당시엔 웹 개발팀과 기획팀, 운영팀이 협업해 마일리지 포인트로 실물 상품을 교환하고 주소지로 배송까지 하는 마켓을 여는 등 성과를 냈다. 게임 빌드와 웹 연동이 쉽게 되던 시기는 아니었다.

“실시간 포인트를 보여주면서 머그컵이나 굿즈 등 원하는 상품을 찍어서 소비하는 쇼핑몰처럼 그렇게 만들어보자고해서 기획했습니다. 회원들은 직접 느끼기가 힘들지만, 일하는 사람은 힘들고 번거롭고 그랬어요.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부서와 협업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꼈죠.”

넷마블 다함께 차차차 이미지

이후 게임 업계에 ‘대(大) 모바일’의 시대가 열린다. 넷마블이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모바일게임 ‘다함께 차차차’가 엄청나게 성공하면서, 넷마블이 선두 기업 입지를 다졌다. 게임 운영 방식도 확 바뀌게 된다.

“그전까지는 기획할 시간도 있고 운영 툴도 준비하고 커뮤니티도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 고민했지만, 모바일 초창기 시기엔 유저들 대응하기에도 바빠지게 됐습니다. 게임 라이프사이클은 짧고 게임 콘텐츠는 단순한 반면, 유저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게 된 거죠. 예를 들어 결제 환불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해결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모바일게임부터는 어린이들도 직장인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하시고, DAU(일활성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문의량이 폭주해 CS(고객만족) 이슈들도 많아졌고 직원 채용을 계속했던 기억이 납니다.”

변 이사는 넷마블에 상당 기간 몸담으며 운영·QA 전문화와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몇몇 주변 인력과 큐로드 창업에 몸을 던진 이유다. 오래전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현 이사회 의장)가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방 의장의 혜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너네도 먹고 살길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겠니, 보안업체들도 지금은 번듯하게 사업체를 하고 있지 않나, 내가 보기엔 QA나 운영도 그럴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라고 말씀도 하셨고요. 예를 들면 이삿짐 대행업체 비교도 하시더라고요. 그땐 그런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그런 얘기를 몇 년 묵혀두다가 준비하게 됐습니다. 지원조직으로서의 운영과 QA 한계를 극복하고 인력 감축 시 우선순위가 되거나 본사에서 자회사로 분리되는 구조적인 것도 해결이 필요하겠다라는 그런 생각도 있었죠.”

큐로드는 게임·앱 운영·QA 원스톱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변 이사는 큐로드에서 접한 수많은 게임과 앱 중 기억에 남는 파트너사로 슈퍼셀을 꼽았다.

“당시 슈퍼셀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나가는 회사였습니다. 배울 게 많았어요. SLA(서비스수준협약)를 딱 정해놓고 그 이상 초과 달성을 할 경우, 인센티브 제안을 그쪽에서 오히려 먼저 해주시더라고요. 인센티브도 받았어요. 직원들에게 실제 나눠졌는지 내역까지도 원하시더라고요. 이후 텐센트에 인수되고 담당자도 바뀌고 하면서 8년 계약이 끝났죠.”

큐로드 홈페이지 갈무리

큐로드는 엔씨소프트 등 유력 게임 기업 외에도 삼성전자 갤럭시 스토어 등도 대행을 맡고 있다. 회사 인력 40여명이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 파견 나가 협업 중이다. 어떤 국가엔 첫 화면을 어떻게 기획할지, 어떤 프로모션이 지표가 좋을지 등을 분석하고 논의한다.

“콘텐츠 디자인 영상 제작사(발렌타인드림)와 통번역 회사(엔코라인) 등을 인수하면서, 제작을 뺀 나머지 공정이 다 가능한 회사가 됐습니다. 각국 현지화와 마케팅도 진행합니다. 운영과 QA의 A부터 Z까지 다 할 수 있는 회사라고 보면 되겠네요(웃음). 최근엔 글로벌로 나가는 P2E 블록체인 게임에서 언어와 권역별 시간 대응을 실시간으로 어떻게 할지, 디스코드 신규 플랫폼 커뮤니티 유행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 제안이 많이 들어옵니다. 필리핀 마닐라 센터에서 60여명이 대응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변 이사에게 게임 운영과 QA를 꿈꾸는 업계 후배와 구직자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QA 담당자는 품질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정리벽이 있다거나 꼼꼼한 성격이라면 잘 맞을 거예요. 출발은 게임을 좋아해야 한다는 겁니다. 좋아하지 않고는 일을 시작할 수가 없어요. 충분히 몰입해서 봐야 하고, ad-hoc 테스트라고 보통 예상하지 못하는 케이스의 총칭인데요. 말도 안 되는 유저의 행동 등 예외적 사례까지 보는 겁니다. QA에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하면 개발자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수문장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본인이 어떤 업무가 맞을지 모르고 부서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큐로드겠네요(웃음).”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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