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웨어 잘 만나면 맨홀도 똑똑해집니다”

산업 디지털전환 솔루션 기업 SDT 인터뷰
미국 CES에 ‘스마트 맨홀’ 출품…고객 맞춤 솔루션 구축
스마트업서 도전 힘든 양자 컴퓨터 기술도 연구 중
양자 컴퓨팅 파워 클라우드 솔루션 목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협업에 자신감

“하드웨어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펌웨어라고 합니다. 이전까지 다녔던 기업에서는 하드웨어 개발 없이 SW만 개발했어요. 그래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개발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때 나타난 곳이 SDT였죠.”(김민규 SDT 최고기술책임자)

“예전에는 펌웨어가 단순한 기능이었다면 지금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변했거든요. 제한된 환경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하려면 하드웨어에 맞춰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강동근 SDT 연구소장)

산업 디지털전환(DT) 솔루션 업체 SDT(에스디티, 대표 윤지원)가 오는 1월 5일부터 8일(현지시각)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3’에 참가해 친환경 스마트 맨홀 등 DT 솔루션을 선보인다.

SDT는 신소재 맨홀 제조업체 대성테크와 친환경 스마트 맨홀을 공동 개발했다. SDT 펌웨어 기술을 더했다. 스마트 맨홀은 화재나 하수 역류, 유해 가스 누출 등 위험 요소를 사전 감지해 사고 예방은 물론 시설물 유지관리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솔루션이다. 통신 기능을 내재한 고분자 폴리머 소재의 맨홀 덮개를 갖추고 이기종 센서로 수집하는 측정 데이터를 표준화해 하나의 화면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민규 SD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마트 맨홀의 강점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김 CTO는 “LTE(롱텀에볼루션) 통신을 지원해 우리나라의 경우 음영지역이 거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며 “가스 센서를 2개 달고 싶다면 별도 개발기간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DT 스마트 맨홀 이미지

SDT는 보안 이슈 등으로 고객사가 원할 시 외부 클라우드 접속 없이 대시보드를 보고 지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구축한다. 김 CTO는 “내부 서버도 구축 가능하고, 외부 클라우드와도 연결할 수 있다”며 “브래킷을 만들어놔 맨홀 뚜껑모양과 상관없이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독특하게도 양자 컴퓨팅 기술도 연구 중이다. 윤지원 대표부터 김민규 CTO 등 주요 기술진이 양자 컴퓨팅 기술을 연구 개발한 이력을 지녔다. 상용화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보고, 양자 컴퓨팅 파워를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김 CTO는 “양자 컴퓨팅 기술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3가지 측면에서 접근 중”이라며 ▲양자 기술 기반 정밀한 계측장비 준비 ▲양자 난수 발생을 통한 보안 통신 ▲양자 컴퓨터를 꼽았다.

그는 “이 중 양자 컴퓨터는 구매하기도 굉장히 어렵고, 엄청난 공간도 필요하다. 국내 스타트업에선 양자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어서 “맨땅에 헤딩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기업보다는 한국표준연 등 국내 연구단체에서 활용을 보고 있다. 수년이 걸릴 과제”라고 부연했다.

SDT 강동근 연구소장(왼쪽), 김민규 최고기술책임자

다음은 SDT 강동근 연구소장, 김민규 CTO와 일문일답.

Q. 두 분의 이력이 궁금합니다.

“SDT 합류 직전에는 덴탈메디컬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10년 정도 의료기기 생산과 개발을 했죠. 그 전에는 섬유기계도 개발했고, 고밀도 측정장비도 만들었어요. 통신장비를 개발했던 경험도 있어요.”(강동근)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에 소비자용 통신장비를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사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전화기에 데이터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일이었죠. 대기업 그룹웨어를 모바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쇼핑 스타트업에서 결제모듈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제모듈에 관여하다보니 회사 매출을 바로 볼 수 있었어요. 네이버가 쇼핑사업을 강화하고, 쿠팡이 치고 올라오면서 안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IoT 쪽으로 분야를 바꿨습니다. 스마트홈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하드웨어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SDT를 만났습니다.”(김민규)

Q. 이전 경력이 SDT의 개발과 어떤 연결점이 있을까요.

“하드웨어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펌웨어라고 합니다. 이전까지 다녔던 기업에서는 하드웨어 개발없이 SW만 개발했어요. 그래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개발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그 때 나타난 곳이 SDT였죠. 통신모듈을 만들 때 습득한 통신지식과 쇼핑몰과 결제모듈을 개발하면서 습득한 UI 감각과 속도의 중요성과 같은 것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SDT에서 큰 베이스가 된 것 같습니다.”(김민규)

“다양한 디바이스를 개발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하드웨어 개발에서는 기능성과 함께 사용성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산업용 장비 개발이니 튼튼하고 정밀해야 합니다. 메디컬 디바이스 개발은 섬세하고 정밀하면서 견고한 제작 경험을 할 수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업표준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강동근)

Q. 아무래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조직으로 양분화된 운영은 서로 시너지도 발생하지만 긴장감도 흐를 것 같습니다. 두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십니까.

“CTO님은 펌웨어 개발 경력이 있고, 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자 전문과정을 이수했어요. 윈도우 OS용 채팅 프로그램도 개발해 본 적이 있고, 리눅스 프로그램도 짜봤죠. 처음에는 클라우드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잘 몰랐고, 클라우드가 하는 일도 이해를 못했어요. 예전에는 펌웨어가 단순한 기능이었다면 지금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변했거든요. 그래서 소통하는데는 아주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예전 펌웨어와는 다르게 리눅스 엔지니어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거든요.”(강동근)

“제품을 개발할 때 하드웨어에 양보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클라우드를 쓰고 있으니 예산만 있으면 자원은 무한대로 쓸 수 있어요. 코어도 100개를 달고 테라단위 메모리도 상상할 수 있죠. 그런데 하드웨어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요. 제한된 환경에서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하려면 하드웨어에 맞춰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이걸 몰랐을 때는 서로 충돌도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번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프로토콜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김민규)

“고객사와 미팅을 할 때 가끔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데모로 보여줄 때는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성능이 좋은 노트북에서 하는데 실제 제품은 그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시연만큼 속도가 안나오냐고 하는 때가 있어요. 실제 작업 현장에 그 노트북을 설치해서 할 수는 없는데 말이죠. 개발은 일단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기능제품)을 만들고 조금씩 업데이트를 해 가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하드웨어는 그럴 수 없어요. 일단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상하고 설계를 하는 수밖에요. 그런 차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강동근) 

Q. 개발팀과 연구소에서 일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개발실에는 3개팀 15명 정도의 사람이 있어요. 백엔드, 프론트엔드, 초연결팀이 있죠. 초연결팀에서는 AI머신러닝과 딥러닝을 담당해요. 그런데 팀단위로 일을 하기 보다는 백엔드와 프런트엔드가 붙어서 일하고 초연결팀이 프런트엔드에 붙어서 일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봅니다. 팀은 3개지만 원팀으로 굴러가는 거죠. 회식을 해도 3팀이 섞여서 조를 짭니다. 돌아가면서 세미나도 꾸준히 해요. 서로의 업무를 알아야 자신의 업무도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으니까요. 보통 2~3주에 한 번 정도는 세미나를 합니다.(김민규)

“연구소에는 하드웨어팀과 시스템 코어팀이 있어요. 제품의 설계는 저와 팀장이 함께 하고, 이를 공유합니다. 이후에 팀원들은 무엇을 만들지 이해해야 하죠. 설계의 요구사항을 정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그 작업이 끝나면 모든 작업을 추적성을 갖추고 해야 하죠. 방식은 탑다운이지만, 그래야 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서 각각의 모듈을 떨어뜨려서 요구사항을 분석하게 해보고 스스로 설계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앞으로 우리회사가 가야할 것들을 공부하고 이를 공유하는 세미나도 갖죠. SDT 연구소는 기존 하드웨어 기업과는 다르게 디바이스 스콥이 아주 넓어요. 게다가 새로 개발할 제품이 기존 제품과 연관성이 별로 없는 것도 있거든요. 항상 도전을 받는 입장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강동근)

Q. SDT에 합류하시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SDT에 합류했던 시기는 성장이 필요했던 시기였어요. 회사의 제품 개발 속도가 아직 상용화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니 외주 사업도 했는데, 우리 인력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맡았죠. 목적은 외부에 우리는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리스크는 점점 커졌고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으로 변했죠. 구성원 모두가 힘든 시기를 버텼는데 그 시절이 있어서 지금이 있는 것 같아요.”(강동근)

“업무 자체는 괜찮았는데, 제일 어려운 일은 팀원들과 소통하는 일이었어요. 어느정도로 친근하게 지내야 할까, 어디서 위엄을 보여야 할까 그런 것은 사소한 고민이었죠. 진짜 중요한 고민은 업무에 애를 먹고 있는 팀원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 지입니다. 팀원에게 잘 알려줘서 이력서가 좋아지면 더 큰 회사로 이직하더라고요. 이 사람을 붙잡아두려면 더 많이 알려주고 경험을 쌓게 해야 하는데 그 결과가 더 큰 회사로 이직이라면 아무래도 조금 허탈해지니까요.”(김민규)

Q. 산업용 디바이스를 제작하다보니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정보들은 어떻게 습득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일단 현장에 가봅니다. 사실 문서화된 자료만 보면 왜 그 일이 필요한 일인지를 알 수 없을 때가 많거든요. 현장에 가서 직접 공정을 보고, 현장 작업자 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미팅을 나누다보면 업무를 해야할 작업의 윤곽이 그려져요. 쓰레기 소각장에 가본 적도 있었고, 발전소에서 밥도 먹었어요. 100m 크레인에도 올라가봤습니다. 현장이 원하는 걸 알아야 합니다.”(김민규)

“연구실에서는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아요. 연구실 팀원들이 모두 공장자동화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대신에 범주화해서 공통분모를 찾습니다. 산업용 AIoT 디바이스를 다른 새로운 산업에 적용할 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팩터들을 찾고, 새로 손봐야할 팩터들을 분리합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아예 모르는 것을 새롭게 도전하는 게 아니라 예전에 배운 내용을 심화학습하는 개념이라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강동근) 

SDT 고은산 백엔드 엔지니어

다음은 고은산 백엔드 엔지니어와 일문일답.

산업DX 솔루션 및 양자표준기술 전문기업 SDT의 두가지 축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개발 환경부터 갖춰야 할 기본 지식 등이 모두 차이가 나는 가운데 서로 다른 두 업무를 모두 거치면서 성장한 개발자가 있다. 지금은 백엔드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고은산 개발자. 그에게서 SDT의 개발문화와 팀원들이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Q. SDT에 합류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반적인 개발자들과는 다르게 기계공학을 전공했어요. 동아리에 같이 있던 선배가 스타트업에서 일할 건데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그 회사가 SDT였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디바이스 설계 담당으로 시작했죠. 한 3~4년 정도 디바이스 개발업무를 하다보니까 어느 순간인지 앞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일은 즐거웠지만 계속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대학시절 즐겁게 들었던 프로그래밍 강의가 떠올랐습니다. SW를 개발하고 싶어졌고, 직무 전환을 요청해 백엔드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SDT에서 하시는 업무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백엔드 엔지니어로 SDT 클라우드 제품 만들고 있습니다. 제주도 빈집공유 서비스 다자요에 SDT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업무도 담당했어요. 다자요에 설치한 SDT IoT 디바이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고 처리하는 부분입니다. BlokWorks라고 하는 디바이스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를 관리하는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다자요는 제주도 빈집재생 프로젝트입니다. 숙소를 관리하고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게 예약하고 비대면 체크인을 지원합니다. 암호화한 스마트키를 발급하는 일도 하죠. 서비스 시작 전에 전반적인 백엔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Q. 자신 있는 전문 분야가 있다면.

“제가 가장 자신있는 분야는 ‘실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수는 언제나 새로운 것이어야 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돼요.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여러가지 도전을 많이 하고, 실수를 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 하다 보니, 보통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겪지 않았을 경험을 해봤습니다. 그 경험이 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자산의 일하는 방식을 소개해주세요.

“주니어 개발자라 시스템 구성을 완벽하게 할당받지는 않습니다. 아키텍처 구성부터 같이 고민하죠. 어떻게 시스템을 구성하면 좋을지 먼저 생각해보고, 함께 고민하면서 정리합니다. 이후 코드를 짜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때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좋은 의견으로 모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업무를 전환했을 때 일지를 작성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매일매일 단 한줄이라도 남기려고 합니다. 에러를 기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해봅니다. 코드리뷰는 자주는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CTO께서도 함께 해주십니다. 꾸준히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서 적지 않게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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