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도 휘청하는데…국내 플랫폼 전방위 규제에 ‘당혹감’
IDC 화재 이유로 동시다발적 규제 추진에 연일 우려
기존 법령 두고 새로운 옥상옥 규제 시도 비판
부가통신사업자 이중 규제…대국민 사찰 가능성 제기
‘자율규제·필요최소규제 대선공약 파기’ 반응 나와
소비자 후생 관점서 봐야…국회 정책 토론회 앞둬
“구글도 메타(옛 페이스북)도 아마존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IT업계 버블이 꺼지고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다. 업체마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IDC(인터넷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이 일어났다고 플랫폼 규제가 마치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법’을 의결하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하자 관련 업계에서 연일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자율규제와 필요최소규제 원칙에 따라 원점 재검토 기조였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부활할 조짐으로 업계에선 ‘이 정도면 대선공약 파기 아닌가’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 중으로 공정위가 ‘플랫폼규제에관한심사지침(가칭)’을 발표할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선 이번 지침이 온플법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 10년 이상 몸담은 한 관계자는 “기존 법령으로도 규제가 되는 것을 옥상옥으로 만들어 그다음 스텝을 밟아가는 것은 자율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기존 공약을 엎고 규제를 계속 만들겠다는 흐름이 맞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플랫폼 서비스 장애 재발 방지를 위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발법) 개정안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법 개정안 △전기통신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방발법 개정안은 방송통신 재난관리기본계획을 적용하는 방송통신사업자 대상을 IDC 사업자와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하고 데이터센터 보호 등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선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부에서 주파수를 할당받는 기간통신사업자와 같은 법체계에 있게 되면, 향후 방발기금까지 내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며 “이 법이 2년 전 법사위에서 논의됐다가 이중 규제로 흐지부지됐는데, 화재라는 특수 사건 때문에 국회 통과가 되면 앞뒤가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2년 전 이 법에 반발했던 대표적 인물이 정정식,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간사, 김 의원은 법사위원장이다. 업계에선 “당시 반대했던 똑같은 사안이 법사위를 넘어간다면 아이러니한 상황일 것”이라고 난감함을 표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입법예고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도 ‘대국민 사찰’ 우려를 낳고 있다. 제13조 국회 등의 보고에 ‘국가정보원이 수집·작성한 사이버안보 관련 정보를 국회, 사이버안보위원회 및 대책본부에 보고·배포토록 국가정보원에 협조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 가능성에 “사실이 아니다. 사이버공격 관련한 제한적 정보를 수집한다”고 분명히 했으나, 업계에선 포괄적인 정보를 본 뒤 사이버공격 관련 정보를 판단할 수 있지, 처음부터 위협 정보만을 수집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IDC와 메신저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IDC 화재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대선공약 당시와는 정반대의 규제 담론이 압도하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와 국회의 전방위 플랫폼 규제 추진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플랫폼 규제를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정부 규제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관계를 ‘갑을’로만 규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마련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창현 의원(국민의힘)과 시민단체 컨슈머워치 주최로 ‘소비자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현황 및 과제’ 정책 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경쟁법 학계 전문가들이 나와 플랫폼 규제 현황에 목소리를 낸다. IDC 화재 사건을 독과점과 경쟁법 문제로 볼 것이 아니고, 지금처럼 규제를 강화하면 국내 플랫폼을 자해하는 결과와 함께 소비자 후생 기준까지 폐지하게 될 것이란 논의를 전개한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플랫폼이 입점업체에게 싼 가격에 납품하라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소비자가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을 규제하게 되는 셈”이라며 “유통의 본질을 짚고 소비자 관점에서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