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반도체]인텔이 주목한 RISC-V, Arm 대안 될까

인텔이 최근 Arm 아키텍처의 대안으로 RISC-V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고요. 1조원이면 적잖은 금액인데, 인텔이 이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RISC-V와 RISC가 무엇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RISC-V는 리스크 브이라고 읽지 않고, 리스크 파이브라고 읽습니다. 마지막 V가 아라비아 숫자 5거든요. 이번 인사이드 반도체에서는 RISC와 RISC-V가 무엇인지, 왜 Arm 아키텍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Arm 하면 RISC, RISC하면 Arm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RISC가 무엇인지부터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모든 프로세서는 명령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명령어 종류는 크게 CISC와 RISC로 나눌 수 있습니다.

CISC란 복잡 명령어 집합 컴퓨터(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의 약자로, 말 그대로 복잡한 구조의 명령어를 가진 아키텍처를 말합니다. 전력 소모가 크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속도도 비교적 느리지만, 고용량 혹은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할 때 적합합니다. 인텔과 AMD가 제공하는 x86 아키텍처가 이에 해당하죠.

반대로 RISC란 축소 명령어 집합 컴퓨터(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의 약자로, 처리해야 할 명령어 수를 CISC에 비해 대폭 축소한 아키텍처를 말합니다. CISC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낮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RISC는 CISC에 비해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애초에 축소형 명령어셋 아키텍처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측면에서 기능을 추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RISC 기반의 칩을 사용할 때에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변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것이죠.

RISC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입니다. Arm은 자체 RISC 기반 아키텍처와 다양한 설계 지적재산권(IP)를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아마 팹리스 관련 소식을 보면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Arm의 주수입원은 이처럼 아키텍처를 제공하면서 받는 라이선스 비용이죠.

Arm은 풀네임부터 Advanced RISC Machine입니다. 이름부터 RISC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죠. 1990년 이전부터 RISC 아키텍처를 제공하고, 이를 뒷받침할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부가적인 툴킷도 함께 제공하면서 Arm 아키텍처 생태계를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간 Arm 아키텍처, 하면 성능이 낮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 이야깁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 생태계가 Arm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그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성능이 높아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서버 업체에 고성능 CPU 제작을 위한 IP도 제공한다”며 “이제는 Arm 성능에 대한 고정관념도 사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Arm 생태계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죠.

그런데 Arm 라이선스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팹리스 입장에서는 지출이 발생하는 셈이죠. 게다가 해당 기업을 두고 국가와 기업 간 쟁탈전이 심하기 때문에, 해당 IP를 손에 넣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시도했다 올해 2월8일에 중단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비용 인상 계획하는 Arm, RISC-V에 기회 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Arm 아키텍처 대체재로 RISC-V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RISC-V는 이름처럼 RISC 명령어셋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합니다. 2010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개발해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데요, 누구든 이를 기반으로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RISC-V가 Arm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도 무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Arm에 비해서는 성능이 낮고, 상용화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Arm 아성이 무너지고, RISC-V를 비롯한 여러 선택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연구를 이어온 결과 최근 실험 환경에서는 RISC-V 기반 칩이 Arm 프로세서와 성능은 비슷했고, 소비전력은 6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죠. 상용화 시점에 점차 다가가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Arm이 라이선스 가격을 인상하려고 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Arm은 지난 8월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Arm은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한 것은 맞지만 Arm이 두 업체에 제공한 라이선스가 다르기 때문에, 퀄컴은 우리의 승인 없이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고, 결국 올해 2월 누비아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만료했다고 했죠.

Arm은 퀄컴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이 같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IT매체 세미애널리시스(Semi Analysis)도 “Arm은 퀄컴뿐만 아니라 자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온칩(SoC) 사용에 반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포함된다”며 “이는 퀄컴뿐만 아니라 미디어텍, 삼성전자 등에도 주는 경고”라고 보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Arm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자사 경쟁력을 과시해 라이선스 비용을 인상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소송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말 부당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특정 목적과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크다”며 “합의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도 “이번 소송은 Arm이 자사 경쟁력을 팹리스 업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두 업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Arm이 라이선스 비용을 올리는 조건으로 합의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Arm이 라이선스 비용을 올리게 되면 결국 팹리스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RISC-V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후 팹리스는 Arm 아키텍처 대신 RISC-V를 선택하고, 결국 오픈소스 생태계를 늘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Arm이 라이선스 비용을 올리는 것이 결국 독점 체제를 막고, RISC-V 사용을 부추긴다는 겁니다.

물론 어느 한쪽으로만 쏠린다기보다는,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보는 것이 좀 더 맞습니다. 엔비디아는 Arm 라이선스를 20년 간 확보했고, 애플은 Arm을 설립하는 데 일조했거든요. 해당 기업은 Arm을 포기하지 않겠죠.

하지만 RISC-V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최근 주요 팹리스가 실적발표에서 RISC-V 관련 내용을 다수 언급하고 있는데, Arm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RISC-V 개화기가 곧 올 수도 있다”며 “추후 RISC-V와 Arm, CISC인 x86이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