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까지 고민했다고…네이버 1784의 ‘미친 디테일’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2022 디자인 콜로키움(Design Colloquium)’ 행사를 30일 온라인 개최했습니다. 콜로키움(컬로퀴엄)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토론 방식을 뜻합니다. 디지털 분야의 예비 디자이너와 업계 관계자 대상의 행사였네요. 올해로 5회째 행사입니다.

이날 발표 중엔 신사옥 1784에 대한 얘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1784 사옥명은 잘 알려졌다시피, 산업혁명이 일어난 해를 따온 것인데요.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은 “단순히 우리의 업무 공간이 아닌 거대한 기술의 테스트베트(실험장)로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신사옥 설계 취지를 소개했습니다.

1784 신사옥 외관 (사진=네이버)

실내 배달 로봇, 감성까지 채웠어요

네이버 1784엔 로봇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람과 로봇의 공존’, 이게 쉽지 않은 과제인데요. 산업형 로봇과는 근본 디자인부터 달라야 하는 까닭입니다. 신사옥이 테스트베트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성과도 이뤘고요.

로봇의 기능적 니즈는 당연히 따져야 할 부분입니다. 사람과 공존하려면 감성적 니즈까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네이버는 실내 자율주행 로봇인 ‘루키’의 시선을 앉아 있는 사람보다 낮게 설정했습니다.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물건을 적재할 때나 회수할 때도 불편하지 않도록 높이를 정했습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단단한 이미지로 보일 수 있게 설계했네요.

네이버 루키 로봇 (사진=네이버)

루키의 얼굴에 해당하는 전면 화면은 사람과 인터랙션(상호동작)하는 요소입니다. 과도한 의인화는 불편함을 줄 수 있어, 사람을 너무 모사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했네요. 화면 경사는 47도입니다. 사용성과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각도입니다. 자율주행 센서는 로봇 디자인으로 함께 녹여내 정돈된 느낌을 주도록 했네요.

좁은 복도에선 자연스럽게 우측 통행을, 사람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설계했네요. 엘리베이터 탑승 원칙도 세워 수없이 테스트를 거치면서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로봇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네요. 공간의 조화에 대한 지식 지침(매뉴얼)을 담고 있습니다. 로봇 행동양식은 누구나 쉽게 구성할 수 있도록 별도 툴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김석태 네이버랩스 로봇 인터랙션 담당은 “아직 (로봇)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참고할 자료로 많지 않고 정답도 없다”며 “로봇과 로봇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웹 기반 서비스나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과 많은 것이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은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니즈는 무엇이고 로봇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로봇 서비스 구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순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정의했네요.

2022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 갈무리

얼굴인식 단말기도 직접 개발

네이버는 신사옥에 적용할 얼굴인식 하드웨어 단말기를 직접 개발했습니다. 시중의 여러 제품을 검토했지만, 1784 디자인 관점과 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하드웨어 개발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데요. 유관부서 회의를 거쳐 직접 만드는 게 맞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AI 스피커와 라인 결제 단말기 등을 만들어본 경험을 토대로 ‘클로바 페이스 사인’ 기술을 넣어 새로운 단말기를 완성했네요.

네이버 구성원들은 출입문 게이트를 통과할 때 별도 사원증 태깅 없이 빠르게 진입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썼을 때도 얼굴인식이 가능합니다. 결제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네요.

새 단말기는 외부 군더더기를 과감히 덜어내고 건물에서 영감을 받은 금속 재질의 바디와 전면 글래스만 남겼습니다. 두 재질의 결합이 정밀하게 이뤄지도록 했다고 하네요. 화면 크기는 7인치. 사용자가 게이트를 통과할 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피드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단말기는 상당히 두꺼운데요. 항시 켜놓는 제품 특성상 발열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제조사에서도 두께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네이버는 고민 끝에 두께를 줄이는 대신 벽에 있는 콘셉트처럼 제품의 4분의 1만 노출하고 4분의 3은 내장시키기로 했습니다.

고영인 클로바 PXD(브랜딩·산업디자인 조직) 담당은 “제품의 상당 부분을 넣는 것은 업계에서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벽 내부의 습기나 뜨거운 공기가 밖으로 흐를 수 있는 틈새와 제품을 잡아주는 마운트까지 고려해 많은 시뮬레이션 작업을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페이스타임 단말기는 45mm 두께가 아닌 12mm의 얇아진 디자인으로 보이게 됐네요. 외부 노출한 단말기 거치대도 새롭게 설계했습니다. 1784 건축의 일부 같은 형태의 거치대를 제안했고, 유관부서와 함께 알루미늄 재질과 카메라 인식률이 가장 좋은 각도와 높이 등을 연구하고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물은 출시 첫해 미국 IDA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디자인의 우수성을 입증받았네요.

단말기 사용자환경(UI)은 설치 환경에 따라 텍스트 아이콘과 굵기 등을 테스트하면서 시각 보정을 진행했습니다. 얼굴인식을 실패했을 때 재시도를 유도하는 화면은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레드 컬러보다 긍정적 시그널로 인식될 만한 그런 컬러를 채택했네요.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재인식을 요청하는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습니다. 고영인 담당은 “클로바 AI 기술로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이 펼쳐지는 미래를 기대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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