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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달고리즘은 사진일까 아닐까.

자, 최근에 개기월식이 있었죠. 태양-지구-달 순서로 일렬로 배열돼서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월식에서 화제가 된 게시물이 있었습니다. 갤럭시가 다른 폰보다 압도적으로 달 사진을 잘 찍는다는 내용이었죠.

실제로 갤럭시만이 달의 형상을 그럭저럭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폰들은 폭발 중인 것처럼 보이네요. 빛나는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빛 차이가 커서 그런 겁니다. 불꽃놀이 찍으면 핵폭발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죠.

그런데 갤럭시가 사진을 과연 찍은 거냐, 합성한 거냐 이런 논란도 있었죠. 이 논란은 사실 갤럭시 S21이 나온 2021년 초반에 화두가 됐었습니다. 갤럭시에는 장면별 최적 촬영이라는 모드가 있어요. 밤에 찍으면 야간 촬영, 음식 찍으면 자동으로 음식 모드로 찍어주고 이런 겁니다. 굉장히 훌륭한 모드죠. 근데 달 모드도 있습니다. 이 달 모드로 찍으면 달의 크레이터까지 찍힙니다. 그래서 갤럭시가 훌륭하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과거에 화웨이가 달 사진을 보여주면 달 그림처럼 보정해주다가 욕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요. 갤럭시도 같은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죠. 그런데 삼성은 외신 인터뷰에서 이게 분명히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을 감지하면 블러, 노이즈를 줄이고 디테일 향상을 시키고, 사진을 많이 찍어서 파악한 다음에 여러 프레임을 합치고 업스케일링한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복잡하죠. 여러장 찍어서 좋은 부분을 합치는 건 HDR 촬영 모드를 말하는 거고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여러 프레임을 합치는 건 대부분의 폰에 있는 야간 모드죠. 픽셀, 갤럭시, 아이폰 모두 같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스케일링. 여기가 논란을 불러올 부분입니다. 삼성의 업스케일링 기술이 어디서 쓰일까요? TV입니다. 삼성·LG가 8K TV를 파는데 시중에 8K 콘텐츠가 잘 없죠. 그래서 AI로 HD나 4K 영상을 8K로 만듭니다. 그럼 빈 부분이 생기잖아요. 이걸 AI가 추측해서 채워주는 거죠. 저화질 인공위성 사진으로 범인 잡아내고 그러잖아요. 똑같은 겁니다. 이걸 극단적으로 많이 하면 여러분이 아시는 AI 그림이 되죠. 디퓨전 모델을 활용하는데요. 좋은 해상도 이미지를 막 저화질로 만들어서 학습을 하죠. 그럼 반대로 저화질도 고화질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TV, AI 그림 모두 비슷한 모델을 씁니다.

삼성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림을 합성해서 붙이는 건 아니다, 오버레이는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니까 달 모양을 예측해서 AI로 만든다-이런 이야깁니다. 가능한 이야기인 게 우리가 보는 달은 항상 같은 면이예요.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습니다. 그러니까 보이는 이미지는 항상 거의 그대로죠. 그런데 막 그려 넣을 순 없는 게 국가마다 아주 약간의 각도 차이가 있을 겁니다. 빛은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절을 합니다. 그러니까 각도에서 따라서 크레이터가 완전 똑같이 보일 수는 없어요.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죠?

하여튼 폰은 광학적으로 달의 크레이터를 찍는 게 어렵습니다. 그런데 흔적은 찍을 수 있죠. 이 흔적을 추정해서 보정한다-이런 말입니다. 실제로 한 유튜버 분께서 일부러 흐리게 만든 달도 또렷하게 강제로 보정하는 기능을 검증해내셨고요. 고정 댓글에 해당 영상 달아 놓겠습니다.

자,  이 결과를 보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달을 추정해서 보정하면 그걸 사진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죠. 우리가 합성한 사진도 사진이라고 부르잖아요. 그리고 CG로 떡칠된 히어로 영화도 실사 영화로 칩니다. 그런데 영어로 하면 어떨까요? Photography. 애매하죠? 포토-그래피는 빛을 그린다는 의미예요. 빛을 감광막 위에 그린 걸 포토그래피라고 하죠. 그러니까 AI로 보정한 건 포토그래피일까요? 아닐까요?


테세우스 배 이야기 아시죠.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고 돌아올 때 배가 고장 나니까 판자를 하나씩 갈아 끼웁니다. 그런데 도착할 시점에는 모든 판자를 갈아 끼웠어요. 그걸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갤럭시가 흔적만 보고 보정이라고 부르는, 실은 보정을 넘는 수준의 작업을 했다면 그것이 우리가 찍은 달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심오한 이야기죠.

이 기능을 잘 설명해줬으면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음식을 갤럭시로 찍으면 형태는 그대론데 윤곽과 빛 같은 걸 보정해주거든요. 이건 찍었다-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AI 지우개로 부르는 보정 기능이 있는데요. 잘못 찍힌 사람이나 사물을 지워주는 기능입니다. 포토샵에도 내용 인식 채우기라고 비슷한 기능이 있어요. 이건 합성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갤럭시의 달 모드는 찍는 행위를 하는 건 맞지만 보정과 합성의 경계에 있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사용자는 찍었다-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 거죠. 그런데 애매한 문제입니다. 지금 줌 사진 대부분에 AI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삼성, 구글, 애플 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보정이 아니라고 하긴 애매한데, 찍는 행위를 하기 때문에 찍는 건지 아닌지 애매해지죠. 만약 이 사진을 그냥 찍은 것이라고 말한다면 저는 이런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자,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이게 사진을 찍는 건지 합성하는 건지, 보정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질문 하나 더 할까요? 구독을 안 누르는데 영상은 다 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들은 구독자일까요? 아닐까요? 이종철의 배. 이런 고민을 하지 않게 구독을 눌러주시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자, 스마트폰은 공학적이고 과학적인 물건이죠. 과학적인 건 철학적입니다. 앞으로도 제가 많은 공부를 해서 여러분에게 가끔, 철학적인 질문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종철학, 기대해주시면서 그때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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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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