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가 쏘아올린 공에 흔들리는 시장… 전망은 ‘우울’, 규제는 ‘엄격’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에 시장 내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FTX 사태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1주일 사이 약 20% 감소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월 초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약 1.05조달러였으나, FTX 사태 이후 8500억달러로 급감했다.

15일 오후 5시 28분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1692달러로 전주 대비 14.18% 감소했으며, 이더리움 또한 1272달러로 전주 대비 14.31% 감소했다. 이러한 크립토 윈터 속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엘살바도르는 손실액 6837만달러(약 90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FTX 사태로 인한 차가운 바람은 금융 시장 전반적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김세희 유진투자연구원은 15일  “이전 테라, 루나 사태보다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은행, VC 등과 연결고리가 많아 기존 금융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FTX발 연쇄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FTX 파산의 여파가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 주의 한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 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총 회사 부채만 66조원에 이르며, 이는 가상자산 업계 내 사상 최대 규모다.

FTX 엮인 투자 회사들… 시장 “제2의 리먼 브라더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충격적인 이유는 단순 기업 규모를 넘어, 함께 파산한 FTX 자회사 및 계열사들이 가상자산 시장 내 핵심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파산의 주원인이 된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는 크립토 시장의 주요 마켓 메이커였고, FTX 벤처스는 앱토스 등 주목받는 프로젝트에 투자한 시장의 중심 투자자였다. 테라∙루나 사태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을 인수할만큼 그 영향력이 막대했다.

(관련 기사: 몰락한 FTX, 그 이유부터 앞으로 전망까지)

특히 FTX는 작년 10월 약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어, 기관투자자 및 벤처캐피탈로 그 위기가 넘어갈 가능성도 제시된다. 당시 투자에는 소프트뱅크, 세콰이어 캐피탈 등의 60개 이상의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시장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1억달러 손실을 입었으며, 세콰이어 캐피탈은 2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FTX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FTX 사태가 2008년 파산한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하다고 분석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은 4위 투자은행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품이 꺼지면서 파산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금융시장에 위기를 촉발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자산규모는 약 6500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진다. FTX의 자산 규모는 500억 달러 수준이다.

물론 FTX 사태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까지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박성현, 류진이 연구원은 15일 자사 리포트를 통해 “당시 리먼 브라더스는 금융기관이 부동산 위기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구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상화폐 시장과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고리는 상대적으로 매우 약한 상황”이라며 미국 주식시장 규모(43조 달러)에 비해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약 8500억달러)은 미미한 시장 규모”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로 보았을 때 가상화폐 시장 리스크가 금융기관 리스크로까지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단기적인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을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던 나스닥 시장은 큰 폭의 반등을 기록했다”며 “금융시장 입장에서도 신용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화폐 시장 위축은 주식 및 주택 시장의 자산가격 하락 측면에서 소비 사이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금리인상 사이클, 즉 과잉긴축 리스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규제 방아쇠 당긴 세계 당국들, 국내는?

전 세계 당국은 FTX 파산 사태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코인데스크 등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바하마 증권거래위원회, 금융범죄수사국 등의 여러 국가 및 주에서 회사에 대한 조사를 확대했다. 미국 법무부와 SEC는 FTX가 고객 자금을 알라메다 리서치에 빌려준 사실 여부에 초점 맞춰 수사 진행중이다.

코인데스크는 “셀시우스, 루나, FTX 등의 프로젝트들은 정확한 문제가 있다”며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안에 큰 입법 조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FTX가 해외 거래소인만큼 FTT에 대한 국내 피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국내에서도 거래소 유동성에 따른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감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15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공시를 강화하는 등 회계 감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명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테라∙루나 사태, 셀시우스 파산, FTX 사태까지 디지털 자산 실패 사례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관련 투자자 보호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너진 시장의 신뢰성 강화, 상장 공시를 포함한 전반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디지털자산보호법은 총 14개로, 고객 자산 보호 및 불공정 거래 문제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연구원은 “FTX 사태로 이용자의 예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하고 금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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