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필요성 느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부터 실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 실험 연구 결과,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8일 ‘CBDC: 한국은행의 준비와 비전’이라는 주제로 지급결제 제도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CBDC 연구에 대한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CBDC란 디지털화된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현금을 말한다.

다만 해당 연구는 CBDC 기능 구현 가능성을 위한 실험일 뿐, 도입 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리는 이날 열린 한국은행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에서 “중앙은행은 화폐 제도와 지급 제도의 신뢰성을 책임질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구조 변화를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CBDC가 현행 지급 결제 시스템 및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면서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모든 부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BDC는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가상화폐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취지에서 논의되는 중이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따르면서, 국가가 관리∙감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개발 착수 혹은 계획안을 확장한 상태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한국은행이 실시한 CBDC 정책 연구에 대한 결과와 앞으로의 향후 계획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발표를 맡은 강환구 한국은행 경제 연구원 실장은 “정책연구 결과 신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디지털 금융 산업에 대한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화폐 또한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며 CBDC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CBDC는 ▲디지털 형태 법정 화폐 인프라 구축 ▲개방형 공공화폐 시스템을 통한 경쟁과 혁신 촉진▲사용자 데이터 및 프라이버시 보호 ▲디지털 경제 내 신뢰를 지닌 보편적 지급수단으로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같은 민간 디지털화폐가 확산하고, 현금 사용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점, 소수 상위 빅테크 업체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디지털 환경에서 편의성과 신뢰성을 갖춘 법정 통화가 필요했고, 금융 규제 미비로 인해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증대될 우려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며 “(CBDC가) 디지털 경제에서 안전하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CBDC가 실물 화폐의 사용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디지털 화폐가 법정 화폐로 추가가 되는 그런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컨퍼런스에서는 CBDC의 발행이 기존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 과장은 “CBDC의 기본수요는 클 것이라 판단되며, 특히 금융위기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현재 현금 결제 비중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큰 흐름안에서는 CBDC가 현금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CBDC 연구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현재까지 국내에 CBDC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 그렇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금융 시스템의변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CBDC 도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기까진 어려운 상황이다. 윤성관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부장은 “미래 사회에서 CBDC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를 대비해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 기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향후 계획으로 ▲다양한 설계모델에 대한 고민 및 검증과 ▲개인정보보호 오프라인 CBDC에 대한 연구 강화 ▲가상자산 기본법에 대한 논의 ▲국가간 지급 결제 개선 ▲협력 및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에 대한 실험을 심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행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의 15개의 금융기관과 협력해 추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조성중 기획재정부 경제정채국 거시정책과 과장은 “주요국 중앙은행들 또한 CBDC 관련 연구 강도를 높여가면서도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에 기반해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한국은행은 CBDC 도입 요구가 제기될 때 언제든 부흥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힘쓰고 있다”며 “기술, 경제, 사회, 법 제도 등의 측면에서 관련 문제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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