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음료수나 술병은 재활용이 크게 어렵지 않다. 병에 담배꽁초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지 않다면, 세척해서 재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병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화장품 공병은 좀 다르다. 화장품 성분의 특성상 잔여물이 남아 재활용이 어렵다. 음식물 쓰레기가 묻은 플라스틱 용기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과 같다. 친환경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들고 있어 이와 같은 공병이 계속 생산되는 것은 판매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부담이다.

친환경 리필숍 이리온은 이와 같은 소비자의 고민에 주목한 친환경 용기 솔루션 기업 이너보틀이 만든 소비자 직접 판매(D2C) 플랫폼이다. 고객이 이리온에서 로션, 수분크림 등 기능성 화장품을 구입한 후 제품을 다 쓰면, 회사 측이 빈 용기를 회수하고 세척해 다시 제품을 담아 판매한다.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

오세일 이너보틀 대표는 창업 전 10여년 간 변리사로 일했다. 그는 당시 샴푸병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대개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다보면, 안에 내용물이 남았음에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는직업 특성상 사물을 관찰하며 문제점을 개선할만한 지점에 관심을 보이는 습관이 있었다처음에는 막연히 풍선 같은 것을 떠올렸다가 고무장갑으로 테스트를 해보고, 이후 자기 전에 꾸준히 논문과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탄성 이너셀’ 방식을 통해 구현했다. 탄성 이너셀 방식이란 실리콘, 부틸 고무 등 탄성이 뛰어난 소재로 만든 파우치를 넣는 기술이다. 내부에 별도의 파우치를 넣기 때문에 내부 오염을 막는다. 이 때 소비자는 내용물을 99.7%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화장품 잔여물이 남은 용기는 재활용이 쉽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이너보틀은 내용물이 겉 용기에 묻지 않으므로 이를 수거해서 재활용하면 양질의 순환자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외부 용기 겉의 오염 제거는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너보틀은 용기 자체를 디자인할 때, 투명 용기를 쓰기 위해서 겉에 수축 필름을 씌운다. 재활용할 때 해당 필름을 벗겨 활용하기 때문에 안팎으로 용기 오염원을 제거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현재 이너보틀은 LG화학과 협업 중이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면, 사용된 이너보틀의 용기만을 회수하는 전용 물류 시스템을 통해 이를 회수하고, 다시 양사가 재활용하는 구조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분명 수거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오 대표는 용기 회수는 택배사들과의 업무협약(MOU) 을 통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인 인력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비용은 택배사들마다 가격이 달라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2년 후부터 수거 비용이 줄어들 예정이다. 오 대표는 2024년부터 택배사들이 일회용 택배상자를 못 쓰게 규제가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그렇다면 택배 상자를 회수해야 하는데 다회용 박스를 수거할 때 함께 용기를 수거하면 비용이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너보틀은 2020년 기업가치 100억원 이상을 인정받으며 수십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올해 CES2022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너보틀의 최근 3년간 매출은 40억원 수준이다.


이너보틀은 올해 6월 소비자에게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 D2C 플랫폼 이리온을 선보였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24를 통해 회사 홈페이지를 운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페24에서 쇼핑몰을 구축하게 되었다는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카페24가 다양한 기능을 갖춰 접근성이 높고 이용자 인터페이스(UI)가 간편하다는 점에 주목해 카페24 플랫폼을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리온은 향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꿈꾸고 있다. 오 대표는 리필 스토어가 굉장히 큰 트렌드인데 중소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에 리필숍을 두기 쉽지 않다중소 브랜드가 온라인에서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리필숍 효과를 가져갈 수 있도록 중소기업과 협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 대표는 이번 자사몰 출시에 대해 이너보틀이 지향하는 순환자원의 끝에는 고객이 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선순환 생태계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자사몰 구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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