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쿡신문] 애플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일론 머스크
외쿡신문은 주 1회 글로벌 테크 업계 소식을 전합니다.
- 애플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일론 머스크
- 중국 시위 때문에 아이폰을 못 만드는 애플
- 러시아의 구글, 러시아를 떠난다
- 디즈니의 구원투수, 다시 디즈니로
- 구글 웨이모,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로보 택시’ 운행
애플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일론 머스크
지난 주 외쿡신문에서 일론 머스크와 애플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머스크가 애플에 선전포고를 한 것입니다.
머스크는 29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애플이 트위터에서 모든 광고를 중단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싫어하나?’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팀 쿡 애플 CEO를 직접 태그하며 무슨 일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고,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트위터를 금지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은 소셜미디어 업계의 큰 손입니다. 애플이 소셜미디어에서 집행하는 광고가 연간 1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이 광고를 줄이면 트위터와 같은 회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머스크는 애플이 실제 광고를 줄였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실제로 애플이 트위터에서 광고를 줄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애플과 머스크의 전쟁은 애플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애플은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는 광고주이고, 트위터가 존재하는 플랫폼의 주인입니다. 애플이 트위터에서 광고를 안 하면 손해를 보는 건 트위터이며, 애플은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트위터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페이스북), 에픽게임즈, 스포티파이 등 지금까지 애플과 전쟁을 벌인 많은 회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은 연방법원에서 합법이라는 판결을 받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머스크가 누굽니까? 머스크가 벌이는 전쟁은 다른 업체들과는 양상이 다릅니다. 지금까지 애플과 전쟁을 벌인 기업들은 ‘독점, 공정거래, 경쟁법’ 등을 싸움의 화두로 던졌습니다.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애플로 인해 힘없는 업체들이 힘들어졌다는 것이 주요 논지였습니다.
하지만 머스크는 남들이 실패한 그 길을 가지 않습니다. 머스크는 이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이끌어 갑니다. 머스크는 현재 미국 우파의 가치 구현을 위한 잔다르크처럼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앞장섰고, 다음 대선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그런 머스크는 애플과의 전쟁에 “표현의 자유”를 앞세웁니다. 애플이 트위터에서 광고를 줄이자, “애플은 표현의 자유를 싫어하나”라고 따지는 머스크의 트윗이 이를 상징합니다. 우파의 깃발을 들고 돌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머스크를 미국 우파 정치권에서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앱 마켓 권한을 약화시키는 법안(Open App Markets Act)이 논의 중입니다. 원래 빅테크의 힘을 약화시키는 이런 법안에는 미국 민주당이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좋아하는 법안과 공화당의 잔다르크 머스크가 만난다면?
어쩌면 이 사안에 대해서는 머스크가 미 의회를 대동단결 시킬지도 모르겠네요.
중국 시위 때문에 아이폰을 못 만드는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일어나서 애플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폭스콘의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 보너스 미지급과 열악한 생활 환경에 항의하던 노동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이고 공장에서 이탈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입니다.
이 시위는 중국에서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벌어졌습니다. 회사 측이 노동자들을 감염자와 격리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기숙사에 머물게 하고, 근로보조금이 미지급 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온라인에 올라온 시위 영상을 보면, 노동자들은 기숙사 시설을 부수는 등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3만 명 정도의 노동자가 정저우 공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기지로,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의 대부분을 생산합니다. 이 때문에 애플의 아이폰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번 달 아이폰 출하량이 전망치보다 다 최대 30% 더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저우 공장의 혼란으로 올해 아이폰 프로 생산이 약 600만 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명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아이폰14 매출이 약 5% 줄어든 것으로 추산한다”면서 “애플이 1주일마다 약 10억달러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폭스콘 측은 근로자를 붙잡기 위한 당근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저우 공장을 떠난 근로자에게 다음 달과 내년 1월 근무 시 기본급 외에 시간당 30위안(약 5500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 모두 출근을 하면 추가로 3000위안(약 55만5000원)을 주고, 1월까지 지속 근무할 경우 6000위안(약 111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발표도 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빨리 복귀하느냐에 애플의 사활이 걸렸다”며 “앞으로 코로나 봉쇄와 시위사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아이폰 생산은 더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폭스콘 시위 사태 등 중국 기반의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애플과 폭스콘이 생산의 무게중심을 인도로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로 애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산라인의 일부를 인도로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많은 최신형 아이폰은 여전히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라인을 인도로 옮기는 시도를 한다고 해도 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JP모간은 2025년까지 아이폰의 약 25%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구글, 러시아를 떠난다
세계 검색 시장을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건 모두 아시죠? 자국 브랜드의 검색 서비스가 의미있는 점유율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러시아의 얀덱스, 중국의 바이두 정도가 전부인데요, 중국은 정부가 해외 서비스를 막고 있기 때문에, 구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로컬 검색엔진은 네이버와 얀덱스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얀덱스가 러시아를 떠난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러시아의 구글이라고 불리던 얀덱스가 러시아 내 사업을 매각하고 러시아를 떠날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정부의 규제가 심해지고,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얀덱스는 러시아에서 주로 사업을 하지만, 최상위 모회사는 네덜란드에 거점을 둔 얀덱스 N.V입니다. 얀덱스 N.V는 성명을 통해 “현재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그룹의 소유권과 지배구조를 재구성하기 위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 정부에 얀덱스 러시아 사업을 양도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로이터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이 얀덱스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얀덱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검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비참한 사건들에 대해 얀덱스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회사 측은 검열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서방의 투자자들은 얀덱스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 이후 러시아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에는 얀덱스 뉴스피드와 홈페이지를 국영 기업인 VK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Yandex N.V.는 러시아 얀덱스가 펼치던 검색, 광고, 모빌리티, 이커머스, 식료품배달,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러시아 쪽에 넘기고, 러시아 밖에서 자율주행, 클라우드컴퓨팅, 데이터 라벨링, 에드테크 등의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의 구원투수, 다시 디즈니로
디즈니의 구원투수, 현재의 디즈니 제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옵니다. 디즈니 이사회가 3년 임기 연장을 예상했던 밥 체이팩 CEO를 해임하고 밥 아이거의 복귀를 밝힌 것입니다.
아이거는 사내 메일을 통해 자신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임직원들에 알렸습니다. 월가는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아이거 복귀 소식에 디즈니의 주가가 개장 전부터 8% 뛰어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네요. 디즈니의 주가는 올해 40%나 하락했는데, 아이거가 회사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습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면서 애플이 기사회생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바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밥 아이거는 1974년 ABC에 입사하면서 미디어 업계에 발을 들였고 1996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하면서 디즈니 경영에 관여하게 됩니다. 그가 디즈니의 회장직에 오른 것은 2005년. 취임과 동시에 “위기”를 강조하면서 픽사와 마블엔터테인먼트, 루카스 필름 등을 적극 인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협상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회사를 다시금 최정상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자리에 올려 놓았죠. 지금 디즈니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 역시 그가 경영할 때 만들어 진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지난 2020년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라는 자서전을 냈는데, 여기에서 ‘지금까지 디즈니를 이끌어온 3가지 핵심’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첫째,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를 창출하는 데 회사가 보유한 시간과 자본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둘째, 가능한 최대 범위까지 신기술을 수용해야 한다. 셋째,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입니다. 밥 아이거는 이런 비전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에 관한 계획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이 기본적인 전제에 맞춰 임직원 모두를 체계적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봤다고 후술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디즈니로 돌아온 데는 최근 디즈니의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는 지난 3분기,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조원(14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손실폭이 전년과 비교해서 두 배나 늘어난 건데,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은 광고비 감소 등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원래 2년간 연임키로 했던 밥 체이펙 CEO가 사임한 이유도 실적 때문이겠죠.
밥 아이거의 등판으로 디즈니에는 당분간 찬 바람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밥 아이거가 등판 후 구조조정을 말했습니다. 기회의 순간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새로운 구조 구축과 배급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임 CEO인 체이펙의 오른팔로 일컬어졌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책임자 카림 다니엘을 해임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아이거가 OTT의 주요한 경쟁력을 ‘가격’으로 보는 만큼, 인상이 예정되어 있던 디즈니 플러스의 요금이 현상유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구글 웨이모, 캘리포니아에서 ‘무인 로보 택시’ 운행
포드와 폭스바겐이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가 문을 닫아 충격을 줬음에도 이 부문에서 선두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구글 웨이모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완전 무인 로보 택시 시범 운행을 당국으로부터 허가 받았다고 발표했습다. 이 지역에서 무인 로보 택시 운행은 웨이모가 두 번째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가 먼저 캘리포니아 당국의 허가를 얻어 무상으로 시범 운행을 했다가 최근 들어 유상 운송으로 전환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경제 상황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스타트업에 혹독합니다. 아르고AI의 폐업 외에도 자율주행 배송 차량을 만드는 뉴로는 20% 감원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죠. 악시오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웨이모의 모기업인 알파벳조차도 투자자로부터 자율주행 사업부의 손실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루즈와 웨이모는 자율주행 부문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한 전략과 실행에 거침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회사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크루즈의 경우에는 연말까지 텍사스 주 피닉스와 오스틴으로 로보 택시 운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웨이모는 피닉스와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로스엔젤로스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크루즈 측은 오는 2025년까지 10억달러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도 잡았습니다.
악시오스는 이 회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는 이유로, 이와 같은 확장 전략이 최근의 경제 상황에 따른 실적 압박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야만 이 회사들이 자율주행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유리할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서죠. 사람들이 자율주행 차량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실제로 일상에서 이를 경험해 본 일이 없거나 드물기 때문인 이유도 크겠죠. 도심에서 이들 회사가 운행을 하게 되면 자율주행의 현실화에 대한 공감이 더 커질 것이고 그 결과는 시장의 확대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오래 주행해본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라는 것을 감안하면 크루즈와 웨이모가 다른 경쟁자들에 대비 확실히 한 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