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업계에 차가운 경고 날린 아르고AI의 폐업

포드가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가 결국 폐업합니다. 이 소식은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에 큰 충격을 안겼는데요. 한 마디로 “아르고 AI 같은 곳 마저 문을 닫다니”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르고AI는 2017년에 포드로부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고요, 또 2020년에는 폭스바겐이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집어 넣으면서 한때 세계 AI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 3위로 평가받는 유니콘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 곳입니다(2021년 기준, CB인사이츠). 당장 수익이 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래는 자율주행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빅테크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아르고AI와 같은 기술 기업에 앞다퉈 투자했습니다.

이런 아르고AI조차 문을 닫는다고 하니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이를 무서운 신호로 감지하게 되는 것이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은 해당 기술을 결국엔 제조사들이 사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자동차 업체들은 언제든 사업 전략을 바꾸거나, 혹은 자체 개발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습니다. 선행 기술에 집중해 온 스타트업 입장으로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판매처가 없어지고 종국에는 생존조차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입니다.

아르고AI의 폐업 사실이 알려진 지난 28일, 국내 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의 임원은 “아르고AI가 문을 닫은 것은 정말 충격적”이라면서 “아르고AI마저 저렇게 되는데 다른 데도 안심하긴 어렵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보였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는 또 다른 회사의 대표는 “포드나 폭스바겐이 돈을 넣었으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면서 “완전 자율주행이 너무 먼 상황에서 지금은 플레이어가 너무 많으니까 나중에 거품이 꺼진 후에 다시 투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일 수 있다”고 상황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출처=아르고AI 홈페이지

잘 나가던 아르고AI의 폐업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큰 돈을 투자했던 포드와 폭스바겐이 아르고AI의 회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을 털어 버렸는데요.

전조는 보였습니다. 폐업 결정을 내리기 전, 지난 7월에도 아르고AI가 상황이 어렵다는 보도가 나왔었습니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150명을 해고한다는 내용이었죠. 미래를 만들어내야 하는 스타트업은 당장에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좋을 때는 미래를 낙관하는 이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갑작스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고AI는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투자를 유치해야 했는데요, 결국에는 후속 투자에 실패한 것이 이번 폐업의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포드나 폭스바겐은 왜 큰 돈을 들였던 아르고AI를 살리지 않았을까요? 포드 역시 아르고AI를 위한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회사의 자율주행차 전략 변화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포드는 아르고AI를 청산하기 전에, 자원을 완전 자율차 개발을 직접 하는 것 대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개발”로 전환하는데 쓰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테슬라가 열어젖히고 있는 이 시장에서 포드도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고요. 훗날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 시기는 아직 멀었으므로 직접 개발보다는 다른 회사의 기술을 사오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드는 지난 3분기 8억2700만달러의 순손실을 봤다고 하는데요. 이게 포드가 장사를 잘 못해서가 아니라 아르고AI를 청산하느라 이 회사에 대한 투자 비용을 손실로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이와 관련해서 “레벨4(L4)를 위한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ADAS)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높고 완전히 자율적인 규모의 차량은 아직 멀었다”면서 “우리가 직접 그 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고 주주들에게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테크크런치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아르고AI의 직원들은 포드나 폭스바겐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르고AI가 보유했던 기술도 두 회사로 이전되는지 등은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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