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클라우드 전략이 달라졌네요

흔히 클라우드 시장에 대해서 논할 때 미국의 3대장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3대장이죠. 소비자용 기술 업체들이 B2B 기술 시장을 집어삼킨 것입니다. 오라클이나 IBM과 같은 전통적인 기업용 IT 기업은 초기에 클라우드 시장의 가능성을 보지못해 기회를 놓쳤습니다.

오라클은 지난 수년동안 이 실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습니다.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이미 자신의 고객 명단에 있던 기업을 OCI로 전환시키는 것이 오라클의 미션이었습니다.

이런 노력은 성과가 있었을까요? 오라클 스스로는 성과가 괜찮다고 판단하는 듯 보입니다. 1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2022 현장에서 만난  탐송 한국오라클 대표는 “예전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까지만 시장에서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여기에 오라클과 중국 업체 2개를 더해 6개 회사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업체로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습니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오라클이 강조해온 핵심 메시지는 “OCI는 더 안전하고 더 안정적인 클라우드”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라클은 은행이나 통신, 제조 대기업처럼 잠깐이라도 시스템이 멈추면 큰 금전적 손해가 일어나는 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왔습니다. 이런 기업의 요구를 잘 알기 때문에 클라우드도 그렇게 만들었다는 주장입니다. ‘무료 인터넷 서비스 만드는 회사와는 다르다’는 거죠.

그런데 이번 ‘오라클 클라우드월드 2022’의 메시지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더 안전하고 안정적이다”라는 ‘품질 우월성’ 메시지는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자존심은 조금 버리고 ‘어떻게 하면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할까’를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대기업에 맞는 클라우드는 OCI뿐”이라고 외쳤다면, 이제는 “필요하면 다른 클라우드도 쓰고, 오라클도 쓰라”는 메시지가 읽힙니다.

대표적으로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아주 강력한 의지가 읽힙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MySQL 히트웨이브는’입니다. 오라클은 MySQL 히트웨이브를 AWS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서도 제공한다고 이번 행사에서 발표했습니다.

이런 행보는 그동안 오라클이 보여온 태도와는 조금 다릅니다. 오라클은 AWS 인프라에서 사용되는 ‘오라클 DB’의 코어당 요금을 2배 비싸게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AWS에서는 오라클 DB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죠. “오라클 DB를 사용하고 싶으면 OCI를 선택하라”는 셈입니다. 대체불가능한 지배력을 가진 오라클 DB를 이용해서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애저와 오라클 DB를 통합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애저에서 구동하는 기업은 아주 편하게 OCI에 있는 오라클 DB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애저의 관리 화면에서 OCI에 있는 오라클 DB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TO는 이에 대해 “애저 이용자가 오라클 DB에 접속하기 위해 애저 플랫폼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오라클 DB를 무기로 고객을 AWS나 애저, GCP로 못가게 하는 전략이었는데 이 전략을 포기한 것일까요?

래리 엘리슨 CTO는 “클라우드는 상호연결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클라우드 인터넷”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네트워크와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인터넷이 된 것처럼, 클라우드도 서로 연결되어야 인터넷과 같은 가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엘리슨 CTO는 “정원을 벽으로 둘러쌓지 말자”고 촉구했습니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 확산을 위해 선택한 또다른 전략은 “OCI 브랜드를 포기하더라도 더 고객 옆으로”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이번 클라우드월드 2022 행사에서 발표된 ‘오라클 알로이’입니다. 오라클 알로이는 파트너사가 OCI를 가져다가 직접 클라우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파트너사를 CSP(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로 만들어주겠다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라인네트워크가 클라우드 사업을 펼치고 싶으면 오라클 알로이 기반으로 ‘바이라인 클라우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CSP(클라우드 공급업체)를 꿈꿨다가 실패를 맛봤습니다. 워낙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만 CSP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라클 알로이를 활용하면 수조원을 들여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할 필요없이 오라클 OCI 기술을 가져다가 내가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를 만들어, 나의 브랜드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OCI를 구성하는 서버랙 12개를 구매하면,  CSP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CSP를 꿈꿔봤던 기업에게는 매우 매혹적인 프로그램이겠네요.

오라클 입장에서는 OCI라는 브랜드로 AWS나 애저, GCP와 직접 상대하지 않고, 세계 각국의 알로이 파트너와 함께 싸우는 전략입니다. 알로이가 확산되면 그 과정에서 ‘OCI’라는 브랜드는 감춰지겠지만, OCI의 시장점유율은 올라가겠죠. 명예보다는 실리를 택한 것일까요?

클레이 마고요크(Clay Magouyrk) 오라클 OCI 총괄 부사장은 “알로이는 오라클이 가진 최고와 현지 운영자가 가진 최고를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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