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상장 택한 티에프이, 성패 향방은 ‘반도체 반등’

지금이 기업공개(IPO)를 하기에 좋은 시점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강도 높게 금리를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을 밟은 데 이어, 한국은행도 환율 쏠림⋅자본유출 등의 우려를 막기 위해 빅스텝을 결정했거든요.

그럼에도 IPO를 강행하는 기업은 존재합니다. 실적을 기준으로 흥망이 판가름나는 현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가진 기업이 IPO 시장에 뛰어들고 있죠. 티에프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티에프이는 2003년 설립된 테스트 공정 부품업체입니다. 테스트 종합 솔루션 서비스 측면에서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테스트 공정은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가 다 새겨진 후, 해당 제품이 잘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양품과 불량을 구분해 내는 건데요, 이에 필요한 테스트 장비 부품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티에프이가 어떤 기업이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이번 [기업분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료: 티에프이)

테스트 관련된 것은 다 한다

티에프이는 테스트 공정 관련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테스트 소켓, COK(Change Over Kit), 테스트 보드 등 다방면으로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단어부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어디에 사용하는 부품인지 알면 조금씩 이해가 될 테니, 한 번 차근차근 살펴 보자구요.

먼저 테스트 공정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직후에 한 번, 패키징 이후 마지막 출하 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진행됩니다. 각각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각 과정마다 사용하는 부품도 차이가 있습니다.

파운드리를 비롯한 전공정 업체에서는 회로가 새겨진 웨이퍼를 만들어 냅니다. 이 웨이퍼는 낱개의 칩으로 절단된 후,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테스트 장비에 들어갑니다. 이 때 칩을 그냥 집어넣는 것은 아니고요, 테스트 소켓이라는 부품과 연결한 후에 장비에 투입합니다. 다시 말해,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테스트 장비와 웨이퍼 공정을 마친 낱개 칩을 연결하는 부품을 말합니다. 사용하다 보면 금속선이 마모되기 때문에 소모품으로 분류되는데요, 반도체 테스트 수요가 늘어날수록 테스트 소켓 수요도 함께 늘어나게 됩니다.

COK는 웨이퍼 공정을 마친 반도체 칩을 모아 놓는 트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는 미세한 회로가 배치돼 있는 제품이다 보니, 약간의 충격만 가해져도 불량품이 될 수 있습니다. COK는 이를 방지하고 칩을 정밀하게 운반하기 위해 각 칩별로 모양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COK 자체가 소모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칩 종류가 바뀔 때마다 COK를 교체해야 합니다. 칩 종류가 많아지면 그만큼 COK 수요도 증가하겠죠.

패키징을 마친 칩은 8~16개의 다른 부품과 함께 기판 위에 올린 채 테스트를 재차 진행합니다. 실제 기판 위에 얹었을 때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이 때 테스트 보드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고온에서의 성능을 평가할 때에는 고온 테스트 시 주로 쓰는 번인(Burn-in) 보드를 이용하고요.

티에프이는 앞서 언급한 부품을 포함해 전반적인 테스트 관련 부품을 전반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티에프이 측은 “우리는 메모리부터 시스템반도체까지 테스트를 돕는 부품을 모두 커버하고 있다”면서 “테스트 전반에 걸쳐 필요한 부품을 모두 공급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티에프이는 테스트 소켓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반도체 시장이 커진 데다가 테스트 소켓은 소모품이다 보니 티에프이 측에서도 시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일환으로 티에프이는 2019년에는 일본 테스트 소켓 전문기업 JMT를 인수했는데요, 이를 통해 테스트 소켓 사업 부문 역량을 강화시켰다고도 밝혔죠.

반도체 테스트 장비 부품 외에도 티에프이는 연구실, 품질실 등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시설과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테스트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인 셈이지요.

티에프이는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프로그램에도 선정된 바 있습니다.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은 12개 정부 부처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를 통해 정책금융지원과 민간 후속투자유치 기회, 컨설팅 등 비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R&D는 인력, 생산은 자동화로

현재 티에프이는 한국 외에도 ▲미국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에 진출해 있습니다. 생산라인은 경기도 화성시와 일본 사이타마에 위치해 있고요. 화성 공장에서는 COK와 테스트 보드를, 일본 공장에서는 테스트 소켓을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직 티에프이의 사업 규모가 큰 것은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 티에프이는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332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을 달성했거든요.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티에프이는 2021년 매출 719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1%, 58% 성장한 수치입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 34.38%를 보이기도 했고요. 부채 비율은 약 65%입니다.

여기에 티에프이는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1월 중순 상장 예정이고, 주관사는 IBK기업은행입니다. 공모주식수는 270만주, 공모희망가액은 9000~1만500원입니다. 계산해보면 공모금액은 243억~283억5000만원이 됩니다.

티에프이는 공모금을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R&D를 위해서는 인력을 충원하고, 시설 부문에서는 노후화된 설비 업그레이드와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티에프이 측은 “반도체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R&D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며 “이번 투자금은 숙련된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하고 양성하는 데 사용해 지속적인 제품 품질향상⋅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설비 투자의 경우 시장 상황에 맞춰 테스트 자원 생산설비를 추가하고, 새로운 반도체 칩 대응을 위한 툴을 개발하겠다”면서 “자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노후화된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전반적인 설비를 개선하겠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는 문성주 티에프이 대표의 그간 발언과도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문성주 대표는 시장을 이끌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생산은 자동화 공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거든요. 문 대표는 이 같은 전략을 지속적으로 취하면서 시장을 공략해 나갈 전망입니다.

반도체 시장이 죽지 않는 한, 티에프이는 긍정적인 성적표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생산과 테스트 공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데다가,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이기도 하죠. 그만큼 반도체 시장에서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반도체 시장이 어둡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티에프이 측도 “회사는 전방산업인 반도체 시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경기변동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그로 인한 PC⋅스마트폰 등 디바이스 수요 감소로 반도체 재고가 유통 채널에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설명합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2022년 3분기 업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반도체 생산량이 감소하면 티에프이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겠죠.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이 반도체 시장 최저점이고, 곧 반등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통상 재고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기업 차원에서 그 수준을 맞추는 과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하락세 마지막 단계라고 본다”며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유통업체가 재고를 소진하는 시점에 맞춰 시장도 회복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반등한다는 이야기인데요, 티에프이의 행보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티에프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했죠? 문성주 대표는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반도체 테스트 공정 핵심부품 국산화를 실현시켰던 기술력을 기반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면서 “반도체 테스트 분야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비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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