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호수공원에서 배달로봇을 만난 이야기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는 이상하게 생긴 로봇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귀엽게 생긴 쪼그만 녀석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신기하고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데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실외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입니다.

과연 광교호수공원에서 돌아다니는 배달로봇은 어떤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을까요? 한 번 다녀왔습니다.

광교호수공원을 돌아다니는 배달로봇
광교 앨리웨이 내 딜리 대기소

취재 당일 11시 반에 도착했을 때, 이미 배달로봇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광교 앨러웨이 상가에는 우아한형제들 실외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가 총 6대가 대기하고 있는데요. 제가 도착했을 때 이미 한 대가 사라져있었죠.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에 대기하고 있는 로봇들이 몇 대 더 있다고 합니다.

이날 저는 광교호수공원 한복판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주문 방식은 간단합니다. 바닥에 고정된 각 식탁에 QR코드가 있는데요. 고객이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QR코드를 통해 이용 가능한 실외 배달 서비스 가능 식당을 확인한 후 음식을 주문할 수 있습니다. 당시 13개 식당이 있었는데요. 시작할 당시에는 14곳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한 곳이 문을 닫아서요. 조만간 3개 식당이 합류해 16곳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광교 호수공원 내 배달 가능한 가게 목록

한 식탁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이 때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배달비가 무료라는 겁니다!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쌓아야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고객이 음식을 주문하면 통상 배달앱과 같이 예상시간이 뜹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는 없겠죠? 재빨리 배달로봇이 주차된 장소로 달려가서 배달로봇이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적재함에 음식을 실는 점주. 직접 문을 열고 음식을 담는다. 전면 적재함 뿐 아니라 후면에도 적재함이 있다.

조리 전부터 로봇이 매장 앞에서 기다리면 점주가 음식을 조리해 적재함에 직접 싣습니다. 음식을 품에 안은 로봇은 생각보다 꽤나 빨리 달립니다. 딜리드라이브의 주행속도는 시속 4~5km인데요. 사람이 조금 열심히 걸어야 나오는 속도입니다. 이동 속도만 보면 도보 배달과 비슷하다는 이야기죠. 이동하며 확인해본 결과, 로봇이 이동할 때는 3, 4개 지점에서 멈춥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로봇이 해당 지점에서 멈추는 건 경로를 재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배달로봇이 멈추는 또 다른 순간들이 있습니다. 횡단보도 앞, 사람들이 지날 때, 그리고 장애물이 있을 때인데요. 우선 횡단보도는 관제요원의 확인을 거친 후 이동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앞을 지날 때 2~3m 이전부터 멈추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다만 이후 다른 로봇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전거 등 빠르게 지나가는 사물은 감지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길 옆에 무성하게 자란 풀도 장애물입니다.

내리막길을 가면서 무성히 자란 풀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멈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경우에는 관제센터에서 확인 후 로봇을 이동한다고 합니다.

내리막길을 가면서 무성히 자란 풀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멈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경우에는 관제센터에서 확인 후 로봇을 이동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중간중간 멈췄어도 음식은 꽤나 빨리 도착했습니다. 오후 1시 13분에 음식을 픽업해 25분에 제 자리 앞에 도착했으니 12분만에 도착한거죠. 카카오톡을 통한 알림으로 ‘문열기’를 누르면 안전하게 도착한 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은건 하나였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우아한형제들이 광교앨리웨이 상가에서 광교호수공원으로 배달로봇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8월 말부터입니다. 지난 2020년 9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지 2년여만입니다. 이제 우아한형제들은 수원 광교 아이파크 단지와 함께 광교 앨러웨이 상가, 광교 호수공원까지 실내외 넓은 지역에서 배달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언론 보도 이후, 주문량이 이전 대비 9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우아한형제들이 배달로봇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실증 특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 법안이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배달로봇은 원칙상 보도, 횡단보도에서 운행할 수 없습니다. 아직 차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죠. 녹지공원법상으로는 중량 30kg 이상 로봇은 공원 출입이 불가합니다. 현재 딜리드라이브 무게는 50kg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현장 로봇이 카메라로 실시간 영상을 관제센터에 전송하는데요. 개인정보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자율주행로봇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안은 활발하게 발의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중인 실외 자율주행로봇에 대해 현장요원 없이도 원격관제로 실증이 가능하도록 국조실·경찰청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현재 규제가 완화된 업체는 로보티즈한 업체고 다른 업체들도 점차 조건 완화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건 완화를 신청한 기업은 2곳입니다.

배달의민족 배달로봇과 광교

우아한형제들은 지금까지 실외배달로봇을 개조하고 실험해왔습니다. 이들이 실내외 배달을 위해 사용하는 배달로봇은 ‘딜리드라이브’입니다. 딜리드라이브의 무게는 50kg, 높이는 770mm입니다. 적재함은 적재함은 약250×200×250mm로 약 12.5L라고 하네요. 앞 뒤로 적재함이 위치해있습니다. 이날 확인한 카메라는 앞, 양 옆, 뒤 이렇게 4개가 있는데 레이저, 센서의 수는 밝히기 어렵다고 합니다.

우아한형제들 실외 자율주행 로봇 ‘딜리드라이브’. 귀엽고 보기보다 무겁다.

사실 우아한형제들이 로봇을 직접 만든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2019년 건국대 서울캠퍼스 내 실외 배달 서비스부터 시작해 하드웨어 개발 뿐 아니라 운영을 위한 솔루션을 계속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번 광교 실내외 배달 서비스가 두 번째 실외 배달 주행인 셈이죠.

그렇다면 왜 우아한형제들은 실내외 배달 서비스를 위해 광교를 선택했을까요? 우선 실외배달로봇 실증을 위해서는 사유지에서만 가능합니다. 상대방도 의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조건이 맞는 곳이 광교 아이파크였다는 이야기고요. 둘째로는 실외배달로봇에 대해 인프라가 있어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넓은 평지, 혹은 평지가 많아야 합니다. 로봇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계단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죠. 또한 원격 관제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도 원활해야 합니다.

또한 광교앨러웨이 내 실외 배달서비스는 과거 건국대 실외 배달 서비스와 크게 3가지 부분에 있어 다릅니다. 로봇 원격 관제, 서비스 운영 환경, 엘리베이터 이용 유무입니다. 우선 당시 건국대 실외 배달 서비스는 영상 촬영을 할 수 있는 카메라가 없었기에 로봇 원격 관제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광교 영상을 통한 원격 관제가 가능하도록 개조되었죠. 둘째로는 환경입니다. 건국대 캠퍼스와 달리 주거상업복합단지인 광교앨리웨이에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주행 환경도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엘리베이터 사용 유무입니다. 과거 건국대 실외 배달 서비스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현재 광교 배달 서비스 경우, 식당부터 광교 아이파크까지 실내외 D2D(Door to Door) 로봇배달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이 때 딜리드라이브가 직접 출입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죠. 이를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엘리베이터 제조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아파트 출입문 시스템을 운영하는 HDC랩스와 협업을 했습니다.

이번 특례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입니다. 지난 8월 말부터 시작했으니 그리 길지 않죠. 그러나 연장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확인해본 결과, 로봇 배달 주문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 로봇을 통해 야외 공원으로 배달하는 건수는 5건 내외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여러 광고 배너를 통해 광고하고 있었지만 데이터를 활발하게 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용이 필요해보였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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