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누구와 손을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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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걸까요.

요즘 미국 법안통과 이야기만 들으면 피곤합니다. 뭘 겁나 많이 통과시키고 있어요. 미국이 바쁘게 움직이니 세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오해하실 수 있는데 제가 지금 이러는 건 화나서가 아니라 피곤해서에요.

칩스법부터 설명 드릴게요. 칩스법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 그니까 한국돈으로 68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안을 말해요.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과 인프라를 조성하고, 관련된 기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인플레감축법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제시했던 BBB 법안, Build Back Better 더 나은 재건 법안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말은 인플레이지만 사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게 진짜 피곤한 게, 미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게 다 자국 중심입니다. 설계와 생산을 다 자기네 안에서 하겠다고 하는건데, 또 미국이 큰 시장이니까 세계 시장도 미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죠. 결국 우리나라를 포함해 대만, 일본 등 다른 국가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미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죠. 안 그러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왜 미국이 이렇게까지, 어떻게 보면 갑작스럽게 다른 국가에 이렇게 영향을 행사하면서까지 자국 내에 생산라인을 만들려고 하냐, 싶죠. 이게 다 미리 대비를 안해서 그런겁니다. 과거에 미국은 반도체 설계만 담당하는 팹리스나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산업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배터리, 파운드리 같은 제조 부문은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우리는 설계하고 생산은 아시아권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여겨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그러니까 IT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는데, 과부하가 걸리니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미국이 반도체를 써야할 때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됐죠. 여기에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친환경 정책 나오고 배터리 전기차 시장도 성장했죠. 그런데 미국이 여태까지 제조 부문에 크게 투자하지 않았으니 생산라인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급하게 자국 내에 생산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다른 국가의 주요 기업을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TSMC, 삼성전자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 불러 놓고 “미국이 세계 반도체 선두국이 돼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반도체 아메리카 퍼스트를 예고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놓고 “전기차, 반도체, 광섬유, 기타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미국의 지침에 따르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우리나라가 미국과 손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측면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것입니다. 업계 전문가는 입을 모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기도 하죠.

미국과 손을 잡으면 중국 손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손을 놓아서라기보다도, 미국 견제 때문입니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는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 혹은 기업과 제조능력을 확대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는데요, 여기서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에는 중국, 러시아가 포함되겠죠. 우리나라의 중국 반도체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수출에는 타격이 올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중국도 다른 국가와 손을 잡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경제전문가도 “중국이 다른 국가와 협업하기에는 미국의 제재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결국 중국은 더 반도체 굴기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는 최근 메모리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AI 반도체까지 자체 개발에 나섰다는 기사가 종종 등장합니다. 메모리는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 AI반도체는 바이렌이라는 업체를 중심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죠. 결국 미국은 견제하고, 중국은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줄타기하느라 바쁜 상황입니다.

한국은 그러면 어떤 노선을 타야 하냐고요? 아, 이거 참 어렵습니다. 일단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으니까 알아서 돌려 보시고요. 하지만 또 우리나라가 그간 워낙 중국에 반도체를 많이 납품해 왔다 보니, 아마 단기적으로는 수출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배터리의 경우에는 원재료를 중국으로부터 많이 공급받아 왔다 보니, 이 부분에서도 아무래도 타격이 있겠죠. 

그래서 국내 기업은 미국과 손을 잡고 중국을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미국에 “중국에 위치한 한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는 제재를 완화해 줘”라고 요청하거나, 칩4 동맹 논의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는 중국 대신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원재료를 수급하려고 하고 있고요.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도 대안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피곤하게 자꾸 싸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임현묵 PD> hyunm8912@byline.network
대본.<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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