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VR에 금융 서비스가 접목됐다
칠흑같은 어둠 속, 이윽고 나타난 웜홀에 빨려 들어가 도착한 곳은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선 도심. 고개를 돌려보니 이곳은 금융 중심지였다. 양쪽 시야에 보이는 건물은 KB국민은행, 국민카드 등 KB금융지주 건물. 기자는 그 중 국민은행 건물에 들어가 보았다. 곳곳을 살펴보니 금융상담을 받고, 각종 게임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가상현실(VR) 속 국민은행 지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VR 콘텐츠 기업 쉐어박스와 협업해 VR브랜치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VR 콘텐츠에 국민은행의 Z세대 뱅킹 앱 ‘리브 넥스트’ 서비스를 접목했다. 상용화된 것이 아니라 테스트베드 서비스다.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열린 코리아핀테크위크2022에서도 선보였다.
국민은행의 VR브랜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여의도에 있는 국민은행 신관과 국회의사당에 있는 인사이트 지점이다. 기자는 국민은행의 기술 테스트베드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는 인사이트 지점으로 향했다. 인사이트 지점에선 랩(Lab)실을 별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VR브랜치를 체험해볼 수 있다.
VR브랜치로 가려면 오큘러스 VR 기기를 착용해야 한다. 헤드셋을 쓰고 양손으로 리모컨을 잡아 버튼이나 움직임을 조작해야 한다. 곧 VR 세상 속으로 들어간 기자는 국민은행 VR브랜치로 향했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볼거리와 기능이 풍성해졌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점은 실제 서비스와의 접목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VR브랜치를 구축했다. 지금까지 1단계 메타버스를 운영했다면, 이번엔 실제 서비스를 접목한 2단계 메타버스를 구축했다. 국민은행의 Z세대 전용 앱인 리브넥스트를 연계해 VR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리브넥스트 버튼을 누르면 송금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금액을 입력하고 ‘보내기’를 누르면 송금이 완료된다. 최근 거래내역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송금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다. 기술적으로 구현은 가능하지만, 아직 관련 법이 없어 실제 서비스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많은 서비스 중에서도 리브넥스트를 연동한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 측은 기술적인 요인이 컸다고 설명했다. 방기석 국민은행 인사이트 지점장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성된 리브넥스트는 기능별로 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MSA)로 이뤄져있다”며 “리브넥스트의 송금 부문 MSA만 VR 서버에 연동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존 뱅킹 앱인 스타뱅킹의 송금 서비스를 연동하기 위해선 스타뱅킹의 계정계 시스템과 연계해야 한다. 스타뱅킹이 계정계, 채널계, 정보계 등으로 큰 부문으로 구성이 됐다면 리브넥스트는 계정계 중에서도 송금, 이체내역 등 기능별 시스템이 세분화되어 있는 MSA로 이뤄졌다. 따라서 리브넥스트의 송금 MSA만 떼어다가 VR 브랜치와 연동하면 된다. 이 경우 연동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각종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MSA로 구성된 리브넥스트는 Z세대를 위한 앱이다. 신분증, 계좌 등이 없어도 선불충전금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VR브랜치에 리브넥스트를 접목한 것은 VR브랜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브넥스트의 주요 고객인 10대의 VR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신기술과 게임요소를 결합해 색다른 금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다.
이밖에도 국민은행의 VR브랜치에서 게임 캐릭터 찾기, 퀴즈, 골드바 잡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볼 수 있다. 주로 게임 요소가 많다. 국민은행은 앞으로도 게임, 금융 콘텐츠 요소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금융권에서 실제 VR 기기가 상용화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본인인증’ 시 단말기 고유 번호 확인을 해야 하는데, VR 기기는 아직 확인이 어렵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경우 스마트폰마다 고유 번호가 있어 사용자의 기기임을 알 수 있는데, VR기기는 아직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해당 제조사에서 단말기의 고유 번호 인증을 연동해야 한다. 게다가 공용 VR 기기의 경우 본인확인이 더 어렵다는 것이 국민은행 측의 설명이다.
또 기기 측면에서 한계도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모바일 대비 조작이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달 열린 코리아 핀테크위크 2022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은 많았으나, 대부분 조작을 어려워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반면, 스마트폰의 경우 한 손으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개인별 차이가 있겠지만 VR 기기 특성상 멀미나 어지러움증이 유발되어 장시간 사용이 쉽지 않다. 이 점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난관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VR 콘텐츠를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모은다기보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은행이 가진 기술력도 선보일 수 있다고 한다. 방기석 지점장은 “VR 콘텐츠를 통해 실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보다 사용자에게 즐거운 금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