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티지’도 못 살린 구글 클라우드게임

구글 스태디아(Stadia) 홈페이지 갈무리

구글이 내년 1월에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스태디아(Stadia)’ 서비스를 접습니다. 2019년 11월 서비스를 출시했으니 약 3년 2개월을 유지하는 셈입니다. 지난 29일(현지시각)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스태디아 총괄)이 공식 블로그에서 관련 사실을알렸습니다. 그는 “예상했던 것만큼 관심을 끌지 못해서”라며 간단하고도 명확하게 서비스 종료 이유를 밝혔습니다.

구글은 서비스 종료 소식에 화끈한 환불 정책을 덧붙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스태디아 이용자가 구매한 모든 하드웨어와 게임 그리고 애드온(부가) 콘텐츠를 모두 환불해주겠다는 것인데요. 레딧 등 대형 커뮤니티에선 “몇 년 간 공짜 게임을 즐긴 셈”, “환불금을 PC를 사는데 보태겠다”는 게시글도 보이네요.

‘PC・콘솔 공급 제한’도 전세 뒤집지 못해

코로나19 감염 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클라우드 게임 업계엔 호재입니다. PC 부품과 콘솔(게임기) 공급이 제한되고 가격이 올라가면서, TV나 스마트폰으로 AAA(블록버스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용자 수요가 클라우드 게임에 몰릴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22년 클라우드 게임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새로운 하드웨어 없이 AAA를 경험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신작이 제공된다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장기적인 공급 제한이 클라우드 게임 가입 유도를 이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도 구글의 기대치엔 못 미쳤나 봅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가 안된 것은 분명합니다. 클라우드 게임이 완전하게 작동하려면 집밖을 벗어나서도 유무선 네트워크 대역폭이 보장돼야 합니다. 그런데 고화질(4K)로 즐기려면 시간당 내려 받는 스트리밍 데이터만 10기가바이트가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기존 콘솔처럼 가정 내 쇼파에서벗어나 즐기기가 쉽지 않네요. 또 월 구독과 게임 구매가 혼재된 사업모델이 이용자들을 고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클라이언트 설치 기반의 게임 시장은 여전히 견고하고요.

클라우드 게임 이미지 (사진=스태디아 홈페이지)

기술의 실패가 아닌 서비스 실패

실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진행 중인 업계 전문가에 물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구글 스태디아 서비스 종료에 대해“기술의 실패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업계가 고화질 스트리밍에서도 서버 간 통신이 오가는 지연시간을 대폭 줄였고, 구글도이 부분에서 충분한 기술이 있었다는 겁니다. 구글은 최대 4K 해상도에 초당 60프레임으로도 스트리밍 서비스했습니다.

다만 고화질 서비스를 위해 스트리밍 서버를 사용하는 대가인 월 구독료(9.99달러)에 개별 게임을 다시 구매해야 한다는 점, 월 구독을 끊을 경우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봅니다. 할인 혜택이 제한적이고 ‘풀프라이스(할인없는 정가)에 가까운 게임 구매’는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역대급 할인을 자주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도록 만들어 ‘연쇄할인마’로 불리는 스팀(Steam)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주요 경쟁 플랫폼입니다. 그 뒤 등장한 에픽게임즈 스토어도 마찬가지네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오랜 기간클라우드 게임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데, 구글은 시장에 불쑥 들어왔다가 훌쩍 떠나버리는 느낌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의 성공 요인을 기술로만 보고 접근했던 것일까요.

클라우드 게임에서 ‘패밀리 계정’이 없던 것을 한계요인으로 보는 목소리도 있네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음원 등 월 구독모델에서 2인 이상 접속할 수 있는 계정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게임만 보면 개발사마다 이러한 라이선스 계약이 쉽지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데요. 하드코어 이용자들이 열심히 즐기는 이른바 고인물 시장에서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 단계로 나아가기에 구글 스태디아 서비스 종료는 재차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 사건입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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