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엔비디아, TSMC 가격 인상 예고에 반발
애플,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업체가 TSMC의 2023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가격 인상 예고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TSMC가 내년에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처음 밝힌 시점은 올해 6월이었는데, 주요 고객사가 이에 반대하면서 TSMC가 가격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맥루머스, 나인투맥 등 외신은 28일(현지시각) ”TSMC는 2023년 파운드리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릴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이 같은 계획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애플에 2~3%, 엔비디아에 5~6% 정도 인상된 가격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운영⋅물류 비용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이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 여파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과 전기세 등 운영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TSMC는 최근 생산라인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반도체 생산장비도 들이고 있다. 대만매체 타이페이타임즈(Taipei Times)에 따르면, TSMC는 2024년부터 3개의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더불어 TSMC는 향후 3년 간 100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도 선언한 바 있다. TSMC 입장에서는 반도체 공장 증설 과정에서 지출이 크게 발생하다 보니,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과 엔비디아는 TSMC의 가격 인상 예고에 반발하고 나섰다. 작년부터 TSMC가 몇 차례에 걸쳐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해 왔는데, 여기에 추가로 가격을 올리는 조치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반발로 TSMC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아무리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패권을 쥐고 있다 해도, 주요 팹리스가 찾지 않으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고객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TSMC는 이번에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바로 AMD다. 현재 리사 수(Lisa Su) AMD CEO는 대만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리사 수 CEO는 대만에서 TSMC 측과 만나 제품 생산량, 미세 공정 적용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애플, 엔비디아가 TSMC의 가격 인상에 반대할 때 AMD가 ‘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면서 “물론 애플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완전히 반발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TSMC가 AMD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TSMC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로, 매출의 4분의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TSMC는 애플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 파운드리 수급난 당시에도 TSMC는 다른 고객사보다 애플 물량을 먼저 배치하고, 애플에 더 낮은 파운드리 가격을 제시하는 ‘가격 우대’를 했을 정도다.
TSMC가 당초 계획했던 대로 가격을 인상하면 추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도 반도체 생산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릴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1위 파운드리 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높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가 전반적인 시장 문제 때문이기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 또한 파운드리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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