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업그레이드 성공에도 가격 하락하는 이유
가상자산 업계 내 가장 큰 사건이라는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가 지난 16일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더리움에 따르면 해당 업데이트로 인해 네트워크 처리 속도가 증가하고, 수수료도 감소하면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머지는 이더리움 생태계에 있어 큰 순간”이라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전 세계 전력 소비가 0.2%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더리움 머지란?
‘머지’는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합의 알고리즘을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한 작업입니다. 기존 이더리움은 블록 생성자들이 컴퓨터 암호화로 이뤄진 복잡한 계산 문제를 풀어 그 대가로 토큰을 부여받는 구조였는데요. 작업증명이라고 불리는 이방식은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 이념에 부합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보안이 강력하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컴퓨터 성능 발달에 따라 난이도 조건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소모가 심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트코인 채굴이 20년 안에 지구 기온을 2도 이상 상승시킬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고요. 또 블록 생성 시간이 길어 거래 속도가 느려 불편함이 컸습니다.
이에 이더리움은 지난 2년 전부터 PoS로의 전환을 위해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 16일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머지’는 지분 보유량에 비례해 블록 생성 권한을 부여받고 그 대가로 토큰을 보상받는 식입니다. 누구든 네트워크의 암호화폐만 있다면 ID를 만들 수 있고 블록을 생성할 권한은 자신의 ID에 연결된 지분의 양으로 결정됩니다.
이 방식은 작업증명이 컴퓨팅 파워 낭비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알고리즘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한 지분에 따라 채굴에 성공할 확률이 결정됩니다. 이더리움에 따르면 머지 후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량은 기존보다 99.95% 줄어들고, 일정 수량의 코인을 가지고만 있다면 채굴에 참여할 수 있기에 거래 처리 속도가 빨라집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 가격 하락 주요인은?
‘머지’ 업그레이드 전까지만 해도 공급량이 크게 줄어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습니다. 기존 이더리움은 총 발행량이 사실상 무제한이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급량이 크게 줄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에 어긋나게 이더리움의 가격은 출시 이후 가격 하락을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19일 오후 7시 02분 기준 전일 대비 2.06% 감소한 185만2500원을 기록했습니다. 빗썸에서는 전날 대비7.41% 감소한 185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외신에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금융 시장의 전략이 현실로 실현됐다고 말합니다.
가격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두 이유가 주로 언급됩니다. 디크립트, CNBC 등의 외신에 따르면 첫째, 머지 업그레이드라는 호재가 선반영됐다는 평가입니다.
암호화폐 헤지펀드 아크36의 안토 파로이안 최고 경영자(CEO)는 “머지 이슈는 이더리움 가격에 이미 상당 부분 먼저 반영됐다”며 “이더리움은 지난 6월 저가에서 100% 넘게 올랐고, 만약 머지가 이더리움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추가 상승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둘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충격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리스크 증가했다는 평가입니다. 디크립트는 “8월 CPI가 발표된 이후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조치로 주요 암호화폐가 일제히 급락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3일 미국 노동부가 8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 가격이 급속히 낙폭한 바 있는데요. 이러한 하락세는 미국 Fed가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에 따른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는?
업계에서는 이더리움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주를 이루지만요. 보다 ‘환경 친화적’으로 방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CNBC는 “이더리움의 ‘머지’가 빠른 거래와 낮은 수수료로 더 많은 사용자를 부르고, 이는 이더리움의 가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투자자의 수가 증가하면 이더리움의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더리움의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가치가 상승해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죠.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도 “머지 성공은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재료가 되고 비트코인 대비 이더리움의 상대적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