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마일게이트는 왜 ‘인디 게임’에 힘 줄까?

스마일게이트에는 회사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두 게임이 있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가 그것이다. 통상적으로는 이렇게 회사에 더 기여하는 사업에 열정을 쏟는 게 보편적이겠지만, 스마일게이트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 기여도가 가장 낮은 ‘인디 게임’ 사업에 힘을 주고 있어서다.

스마일게이트의 인디 게임 사랑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9년으로 돌아간다. 자사 게임 플랫폼 안에 ‘스토브 인디’라는 인디 게임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국내 게임사 중에 인디 게임 전용 플랫폼을 만든 건 스마일게이트가 유일하다. 이 뿐만 아니라 스마일게이트멤버십(SGM)이라는 게임 산업 인재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또한 2010년부터 진행해 왔다. 스마일게이트는 왜 인디 게임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여승환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이사 (왼), 오경엽 팀장 (오)

“회사의 근본이 인디 게임이기 때문이죠” 여승환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이사는 스마일게이트의 뿌리를 ‘인디 게임’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대한 애정 하나로 모인 젊은 개발자들이 ‘크로스파이어’라는 대작을 만든 것처럼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인디 게임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싶다고 전했다.

2일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서 만난 여승환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이사와 인디언 추장의 모습을 한 오경엽 팀장의 목소리엔 열정이 넘쳤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디 게임’의 정의는 무엇인지, 또 인디 게임의 미래는 어떻게 꿈꾸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스토브 인디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경엽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팀장(이하 오 팀장): 스토브인디는 게임 오픈 마켓입니다. 쿠팡이나 지마켓같이 사용자가 직접 올리는, 그런 오픈 마켓의 한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게임사가 저희 쪽에 입점해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저희를 스팀 같은 퍼블리셔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직은 저희가 부스팅 단계이다 보니 게임사를 찾아가서 플랫폼을 알리고,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는 방향이지만 스토브 인디는  24시간 열려 있는 게임 오픈마켓입니다. 기억해주세요!

일단 가장 궁금한 거부터 물어볼게요. 오경엽 팀장님의 추장 콘셉트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

오 팀장: 이게… 마케팅을 하려면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저희는 인디 게임사들과 유저들에게 ‘스토브’라는 플랫폼을 좀 더 사용자 친화적이고 다양한 게임을 전달하는 브랜드로 각인하길 원했어요. 그걸 추장이라는 페르소나에 담아낸 거죠.

추장이라는 페르소나는 의식의 흐름에서 나왔어요. 인디 게임의 인디… 인디언… 추장…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서 현재의 페르소나가 결정됐고, 이걸 좀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으로 발전시킨 거죠. 앞으로도 더 많은 스토브 인디만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오, 어떤 페르소나요?

오 팀장: 그건 비밀입니다. 아직 회사의 최종결정을 받지 못해서요. 결정이 완료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또 다른 페르소나 기대하겠습니다. 현재 페르소나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오 팀장 : 나름 괜찮습니다. 점점 알려지고 있는 단계예요. 얼마 전 유튜브 쇼츠로 올린 영상이 7만 회를 넘기도 했거든요. 그렇지만 페르소나는 마케팅 도구일 뿐이니깐요.

인디언 추장이라는 페르소나로 변신한 오 팀장 (출처: 스토브 인디 유튜브)

콘셉트까지 잡아서 활동하는 것 보면 ‘스토브 인디’라는 플랫폼에 사업 비중을 크게 두는 것처럼 보여요

여승환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이사(이하 여 이사): 사실 스토브는 회사 대표 게임 플랫폼이에요. 인디 게임뿐만 아니라 그룹사에 있는 게임, 또 외부에 있는 게임도 입점시키고 있어요. 스토브 인디는 스토브 플랫폼 안에 있는 하나의 레이블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디라는 태그가 계속해서 플랫폼 하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를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레이블인 것이죠.

스토브 인디를 밀어주는 이유는 뭔가요?

여 이사 : 스마일게이트의 근본과 연결이 돼 있는데요. 스마일게이트는 벤처 사업으로 시작한 회사예요. 지금 단어로 말하자면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 이사진 측에서도 회사의 뿌리를 ‘인디’라고 바라보는 측면이 강해요. 3~4명의 대학생들이 게임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모여 20년 후 이렇게 커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근본을 지키겠다는 그런 의도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처음을 인디로 시작했기도 했고, 어쩌면 저희가 가야 할 부분이었던 거죠.

지금까지의 스토브 인디의 성과에 대해서 자평해보자면?

오 팀장 : 현재의 스토브는 단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단계를 넘어 플랫폼 사업까지 나아갈 수 있는 단계로 진화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대대적인 브랜드 오픈을 통해 시작한 플랫폼은 아니에요. 게임 한두 개 가지고 문을 열었던 플랫폼이라 초기 1, 2년은 게임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고요. 올해부터 스토브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인디 게임 플랫폼에 ‘스토브’라는 이름을 각인하는 게 현재의 목표입니다. 플랫폼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를 채워나가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스토브 인디 사이트 캡처

스토브인디가 플랫폼으로서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오 팀장: 그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쿠팡에서 물건 사보셨나요? 쿠팡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 많은 검색을 하고 비교도 해보고 큰 노력을 들이실 거예요. 근데 사실 오늘의 가구, 당신을 위한 물건… 이런 특정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걸 찾는 게 더 효율적이거든요? 제 생각에는 스팀이 이용자가 일일이 원하는 걸 찾아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스토브 인디는 이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주고 찾아주는 시스템입니다. 저희 메인 페이지 보면 항상 메인 피처드를 교체하고, 전시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거든요.

여 이사 : 게임 산업의 다양성이나 건전함에 대해 같이 고민한다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도 여러 발표를 할 거예요. 3년 동안 골방에 갇혀서 열심히 게임 만들었는데, 플랫폼 시스템에 의해서 성과가 결정되면 너무 속상하잖아요.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BIC나 인디크래프트 같은 행사가 있는 것이고요. 저희 또한 각각의 게임을 어떻게 잘 홍보할 수 있을까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만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과정과 중간이 있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하고 싶네요.

어떤 게임을 주로 스토브인디에 입점시키고 있나요?

오 팀장: 게임을 입점시키기 위한 심사라든가 절차 같은 건 없습니다. 입점을 저희를 기준으로 두고 있지는 않아요. 아까 말했다시피 스토브 인디는 오픈 마켓입니다. 인디 개발사들이 스팀에서도 게임을 팔고 스토브 인디에도 게임을 팔 수 있는 그런 구조인 거죠. 그게 근본인데, 아직은 부스팅 단계라 마케팅 관점에 따라 입점을 시도하는 게임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대 남성을 대상층으로 하겠다고 결정이 나면 ‘러브 딜리버리’ 같은 미소녀 연애 시물레이션 게임을 입점시키는 그런 형식이죠.

구체적인 입점 기준은 없는거군요

여 이사 : 저희도 사실 ‘플랫폼’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잖아요. 인디 생태계를 위해 혹은 인디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만큼 플랫폼 자체로서 성장해야 하는 지점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입점을 유도하는 게임은 있을 수 있어요. 플랫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좀 할 수 있는 게임들을 찾기도 하고요.

대표적으로 현재 저희가 전개하고 있는 한글화라는 번역 서비스도 저희가 처음부터 ‘스토브 한글화 무조건해야 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건 아니거든요. 그러나 한글화는 저희를 성장시킨 하나의 포인트가 됐어요. 여러 게임에 스토브 인디의 장점이 알려진다면 자연 유입이 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계속 늘어날 테니까요. 스토브 인디만의 매력을 만들어가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때문인지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게임사가 자유 입점을 해주고 계세요.

스토브 인디 외에 투자나 여러 지원 사업도 전개하고 있나요?

여 이사: 이건 정말 12시간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웃음). 현재 SGM이라고 창작자들이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나 개발 비용 지원하는 창업 지원 파이프라인이 있고요.

스토브 인디 차원에서도 여러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게임마다 개발비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고,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화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저희는 각 게임의 상황에 맞게 개발이면 개발, 마케팅이면 마케팅 관련 지원을 하나의 패키지처럼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어요. 예컨대 스타트업 패키지라고 해서 게임 출시까지 얼마 안 남은 단계에서 해야 할 과정들을 지원하는 패키지도 있고요. 또 팬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팬과의 만남 같은 마케팅 행사나, 업데이트 공개 일정 등의 관리도 해주고요.

오리지널 콘텐츠 형식으로 스토브 인디와 같이 만드는 사업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완벽해도 10개 중에 하나는 빠질 수 있거든요. 그걸 고도화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려 합니다.

BIC에서 본 게임 중에 눈여겨보는 게임이 있다면요?

오 팀장: 한두 세개 정도 장르 별로 있습니다. 1전시장에서 한 두 개 정도 찾았고 2전시장에서도 봐둔 게임이 있습니다.

플랫폼 서비스 수수료는 어느 정도로 분배하고 있나요?

여 이사 : 그건… 입점해보시면 압니다. (웃음) 그러나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수수료율은 없다는 겁니다. 프로그램마다 입점하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계약서 종류가 달라요. 자율 입점으로 들어온 게임도 있고, 저희와 함께 게임 개발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기 때문에 다 다릅니다.

지난 7월 출시된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한 인디 게임 ’30일 어나더’

입점을 진행했던 게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나요?

여 이사: ‘30일’이라는 게임이 인상 깊어요. 이 게임은 제가 스토브 인디 사업을 맡기 전에 SGM 공모전에서 심사했던 팀인데요. 당시에는 해당 게임이 자살 예방을 소재로 하는 스토리 게임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초심을 잃지 않고 개발을 진행하더라고요. 관련해서 자살 예방 기부 행사까지 진행했거든요. 그 부분에서 이 게임을 계속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큰돈을 벌고 이런 것보다 그 친구들이 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그 본질을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최근에 나온 게임 중에 가장 잘 뽑은 게임이기도 하고요.

인디게임에 대한 회사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여 이사: 지금 하고 싶은 사업이 ‘슈가맨을 찾아라’ 처럼 아쉽게 끝이 맺지 못했던 게임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을 찾아서 아직 완성 못했던 게임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데모 버전의 게임인데 추천 400개 받고, 그런 게임들이 많거든요. 그런 창작 팀들을 찾아서 끝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어요.

그럼 돈은 언제 벌죠?

여 이사: 물론 저희도 돈을 벌어야 하긴 하죠. 그래야 생태계에 아낌없이 투자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인디 게임 중에 상업용 게임보다 신경이 쓰이는 게임들이 많아요. 인디 게임이니까 회사 다니면서 게임 개발을 진행해도 되거든요? 요즘 게임업계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니까, 비용이나 개발 환경 문제만 해소되면 돼요.

지금 눈여겨보고 있는 데모게임이 많아요.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 손해는 보지 않도록, 아깝게 묻힌 보석 같은 게임들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스마일게이트에게 인디게임이란 무엇인지

여 이사 : 스마일게이트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임 산업이 계속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힘은 다양성이기 때문이죠.

그 마음을 여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오 팀장: 영원한 내 친구요. 스토브 인디라는 플랫폼과 게임이라는 상품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존재예요. 게임도 플랫폼이 없으면 못 파는 거고, 저희도 게임이 없으면 그저 텅 빈 가게에 불과하죠. “영원히 같이 가자, 우리가 잘해줄게!” 이 말을 해주고 싶네요.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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