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O 어학사전 자문위원회 위원들이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유현경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황창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 정필운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욱과 교수. (사진=KISO)

포털 국어사전 뜻풀이에 주의 문구 표시

빅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의견 담아 표현 추려내

현재 쓰임 반영한 결과, 의미는 계속 변할 수 있어

장사꾼, 월급쟁이, 멀대, 공붓벌레. 이 중 차별・비하 표현은 무엇일까요. 국립국어원 등의 말뭉치와 인터넷 빅데이터를 참고해 전문가들이 1년여 작업을 한 끝에 546개 표현을 추려냈네요. 부모님과 선생님이 보시면 좋습니다. 정답은 내용에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의장 이인호)가 30일 KISO 대회의실에서 ‘포털 국어사전 내 차별・비하 표현에 대한 보고서’ 발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576돌 한글날을 맞아 마련한 뜻깊은 자리인데요. 국어사전 표제어에 대해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차별・비하 표현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방법을 제공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참고자료는 KISO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KISO는 회원사인 네이버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8월 언어 사용 환경의 변화 흐름에 맞춰 사전 서비스 내 차별‧비하적인 요소에 대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학사전 자문위원회(자문위)’를 출범했고 여기에 카카오도 참여했습니다. 1년여 연구 끝에 결과가 나왔네요. 연구 결과는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 국어사전에 반영했습니다.

1만여 표제어 검토→546개 표현에 주의 문구

자문위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연구팀(팀장 김상민)의 도움을 받아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공하는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낮잡아 이르는, 얕잡아 이르는’ 등이 담긴 표제어 1만여 개를 검토했습니다. 이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많이 쓰는 단어를 추출했네요. 비표준어 등은 제외했습니다. 총 690여개 단어를 최종 검토했고, 546개 표현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의 문구가 나가게 됩니다. 뜻풀이가 여러 개인 단어라면, 해당 표현으로 쓰이는 뜻에만 이 같은 문구가 붙게 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갈무리

실제 쓰임과 부정적 요소 전문가 의견 더해

앞서 언급한 단어 중에선 ‘장사꾼’과 ‘멀대’가 차별・비하 표현입니다. 연구팀도 의견이 엇갈렸는데요. 실제 쓰임과 함께 부정적 요소가 있는지 주로 국립국어원이 배포한 말뭉치를 확인하고, 최근 3개월 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뉴스 등에 나타난 연어(連語, collocation) 관계의 긍‧부정 의미 분석 결과도 참고했습니다.

‘장사꾼’의 경우 차별‧비하 예문 비율이 14.28%로 낮았으나 자문위는 ‘~꾼’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 낮잡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고 차별‧비하 표현으로 분류했습니다. ‘멀대’는 ‘키가 크다’는 속성뿐 아니라 ‘멍청하다, 야물지 못하다’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차별‧비하표현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월급쟁이’는 연구팀 의견이 엇갈렸으나, 주로 스스로를 낮추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한 가지 일에 진득하게 종사’하는 긍정적인 가치와 연결되기도 해 차별·비하 표현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공붓벌레’는 빅데이터 긍정 비율이 높고 실제 쓰임에서 부정적이지 않은 요소를 가지고 있어 차별‧비하 표현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네요.

주의 문구가 붙은 ‘바보’ 표현도 최근 들어 딸바보 등 긍정적 의미의 쓰임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부분까지 연구팀이 의견을 교류하며 최종 564개 표현을 선정했습니다.


“종국적 판단 아냐, 정보 제공 의미로 봐달라”

이인호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바른말 고운말을 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정필운 한국교원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한국법과인권교육학회장)는 “사전이 뜻을 알려주는 객관적 기능도 있지만, 교육적 기능도 있다”며 “이번 작업이 인권교육적 기능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유현경 연세대 국어국문학 교수는 “계량적 분석에서 조심해야할 부분이 조사 범위나 시점 등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절대적 기준으로 차용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언어사용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황창근 홍익대 법학교수(변호사)도 관련해 “종국적 판단은 아니다. 정보 제공 의미로 봐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KISO 소위원회로 바통 넘겨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자문위 활동은 이제 끝났지만, 표현에 관한 연구는 계속됩니다. KISO가 혐오표현소위원회(가칭)를 구성했는데요. 전반적인 사회 혐오와 차별 표현에 대해 검토하게 됩니다. 향후엔 자문위에서 하지 못한 신조어 표현도 검토할 수 있고요. 일단 네이버와 카카오는 소위원회 연구를 통해 내년 1분기에 욕설 비속어 관련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적용합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 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