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카드사와 다르다”…핀테크 업계가 동일규제 비판한 이유

“무비판적으로 동일기능 동일규제론을 답습하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면 혁신을 계속해서 가로막는 논리로 활용될 것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의 허준범 정책지원팀 변호사는 25일 인터넷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금융산업의 동일규제-간편결제 등의 신기술 혁신으로 이어지는가?’를 주제로 좌담회가 진행됐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선불전자지급수단도 신용카드처럼 부가 연계 서비스 종료 6개월 전 고지의무, 사전설명 의무 등의 규제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입각해 신용카드 등과 규제 차익이 있는 부분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동일기능 동일규제란, 핀테크나 카드사나 은행 등 금융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면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금융 당국에선 이 원칙을 내세워 핀테크 업권에 새로운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핀테크 업권은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기능을 한다는 시각이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상진 변호사, 김대종 교수, 허준범 변호사, 안수현 한국외대 교수

이날 좌담회에서 허준범 핀테크산업협회 변호사는 “동일기능 동일규제가 규제 신설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 명제는 과연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리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말하며 주변을 환기시켰다.

예를 들어, 지급결제수단이나 송금 수단의 기능을 하는 가상자산의 경우에도 기존 전자지급수단과 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즉, 뚜렷한 기준없는 규제 적용이 당국의 기계적 판단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허 변호사의 주장이다.

아울러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신용카드는 동일기능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허 변호사는 “카카오페이머니나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을 이용할 때 신용카드를 계약할 때처럼 연회비를 납부하지 않는다”며 “여신 기능을 하는 신용카드의 경우 결제를 하고 그 사이의 신용공여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불잔지급수단은 오히려 금융 소비자 돈을 카카오페이계좌에 충전을 해서 사용하는 것이지 신용공여를 하는 기능 자체가 없다”며 “동일 기능이 아닌데, 같은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계속해서 잡음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권 법률사무소의 차상진 변호사도 여기에 동의했다. 그는 “크게 보면 금융은 자금공급을 통해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는 기능을 한다”며 “금융은 그 안에서도 은행, 증권, 보험, 여신전문 등 기능을 세분화해 그 산업에 맞는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 산업의 어디까지를 (기존 금융과) 동일하게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핀테크 업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업권을 동일한 기능으로 보는 것이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큰 틀에선 금융 서비스라는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사업인 만큼, 당국이 주장하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동일기능 동일규제라는 원칙이 금융사의 밥그릇 싸움을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빅테크, 핀테크 등이 혁신을 기반으로 영향력이 커지자,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금융권이 핀테크 업권을 자신들처럼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칼을 빼들었다는 이야기다.

허준범 변호사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자체가 기존 금융사들이 기득권을 지키는 명제로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금융사 입장에서) 핀테크 등이 제공하고 있는 금융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려면 너희도 우리처럼 수백억원의 자본금 진입규제를 준수하고 똑같은 영업행위 규제를 받는 등 다 부담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한 번 규제를 적용하면 철폐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당국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당부가 이어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데 동의하지만, 동일기능 동일규제론 등에 입각해 어떤 규제를 신설할 때 소비자 편익 저해 요인이 없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핀테크) 업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상진 변호사는 “디지털 금융 산업 시대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정책방향을 우선 지켜보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또 자율규제기관의 기능을 강화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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